여름을 지나 가을의 길목으로 접어든 9월 초, 온라인게임 업체들은 벌써 가을·겨울 시장 채비로 분주하다. 또 하나 잊어선 안 될 것이 바로 여름방학 성수기의 결과 체크. 올해 여름에는 얼마나 많은 신작들이 쏟아졌고, 또 어떤 게임들이 떴을까.
사실 국내 시장에서 온라인게임 신작은 이중고를 겪는다. 경쟁작이나 시장상황을 의식해야 하고, 기존 히트작의 업데이트 공세도 신경 써야 한다. 6월/7월/8월 세 달 동안 17개 신작이 오픈 베타테스트(OBT)에 들어간 여름 시장을 정리해 봤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 3달 동안 OBT 게임 17개 쏟아져
지난 5월 26일부터 8월 26일까지 세 달 동안 OBT를 진행한 온라인게임은 모두 17개. 특히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7월 중순에 가장 많은 7개가 쏟아졌다. 반면 6월은 5개, 8월은 4개, 5월에는 1개로 분산되어 있다.
장르로 나눠 보면 역시 RPG가 절반 이상으로 가장 많았다. MMORPG가 7개, 액션(던전) RPG가 5개였다. 그 외에 FPS, RTS, 레이싱이 1개씩, 비행 슈팅이 2개 론칭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17개 신작의 론칭 시기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6월에는 불과 1~2일 간격으로 OBT를 시작한 경우가 많았다. 18일에 <메이프 마스터즈> OBT가 시작됐고, 라이브플렉스의 <천존협객전>과 구름인터렉티브의 <트리니티 온라인>이 23일 OBT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틀 뒤에 KTH에서 <어나더데이>를 오픈했다.
7월 역시 론칭 시기가 맞물렸다. CJ인터넷의 <심선>이 7월 2일 OBT를 시작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월말을 론칭 시기로 잡은 것이다. 또한, <다크온라인> <에어라이더> <저스티쇼> <히어로즈 인더 스카이> 등이 대부분 16일에서 25일 사이에 론칭했다.
한마디로 길지 않은 기간에 많은 게임이 론칭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사 장르의 게임들은 맞붙지 않았다. 업체 간 경쟁을 피하겠다는 치열한 정보전이 있었다는 것은 의미하는 셈이다.
■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인 게임은?
장르를 불문하고 올 여름 시즌에 가장 좋은 성과를 거둔 신작은 NHN게임스가 개발하고 NHN이 서비스하는 액션 MORPG <C9>이다.
지난 8월 15일 OBT를 시작한 <C9>은 보름 만에 최대 동시접속자수가 6만 명에 이를 정도로 좋은 성과를 거뒀다. 지금도 기세를 유지하면서 OBT 한 달째를 앞둔 상태. 곧 나올 세 번째 대륙의 업데이트와 밸런스, 버그 패치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는가에 따라 롱런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C9>을 흥행 돌풍이라 말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PC방 이용율 순위(게임트릭스)에서 올해 여름 OBT를 시작한 신작 중에 유일하게 20위권(11위)에 랭크되었고, 동시접속자수 5만 명 이상을 기록한 단 하나의 게임이다. <C9>은 올해 론칭된 게임 중에서도 가장 좋은 기록을 내고 있다.
돌풍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익성(ARPU, 1인당월평균결제금액) 면에서 성공한 게임은 다수 있다. 이야인터렉티브의 <무림외전>, 라이브플렉스의 <천존 협객전>, CJ인터넷의 <심선>은 수익(매출) 측면에서 효율적인 성적을 내고 있다.
이들 게임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MMORPG라는 점과, 쉬운 게임성을 통해 30대 이상의 게이머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는 것이다. 이런 공통점을 가진 게임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엔플루토의 <콜 오브 카오스>이다. 물론 이들 게임의 롱런 여부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 주력 스튜디오의 신작을 쏟아낸 넥슨
<에어라이더>는 <카트라이더2>라는 수식어를 앞세워 가장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동시접속자수가 2만 명에 이르는 등 초반 성과도 좋았으나 계속 뻗어 나가지는 못 했다. 이제 남은 것은 다시 한번 치고 올라갈 수 있는가 하는 것. 향후 추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넥슨은 올 여름에 마케팅 물량공세보다 선택과 집중을 선택했다. <던전앤파이터> 같은 히트작과 신작을 묶는 연계 마케팅을 시도하는 등 프로모션의 변화도 시도했다. 하반기에 나올 것으로 보이는 <마비노기 영웅전>을 어떻게 띄울 것인지도 흥미롭게 지켜볼 부분이다.
■ 대형 업데이트로 여름을 달군 기존 게임들
올 여름에 나온 신작들이 많이 어필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 많은 업계관계자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역시 기존에 서비스되던 히트작들의 업데이트와 마케팅 공세가 이어졌고, 신작 간의 경쟁이 없어 이슈화되지 못 한 것도 이유로 손꼽히고 있다.
기존 게임의 경우 엔씨소프트는 <아이온> 1.5 버전 <용족의 그림자> 업데이트를 단행했고, 넥슨 역시 <던전앤파이터>의 세력전과 도적 캐릭터를 선보이면서 동시접속자수 18만 명을 기록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아이온>과 <던전앤파이터>는 대형 업데이트로 여름시장을 공략했다.
또한 프로야구의 열풍이 몰아치면서 <마구마구>와 <슬러거>가 큰 폭으로 성장했고, <피파 온라인 2>와 같은 스포츠 게임의 인기도 상승했다.
게임트릭스의 PC방 이용율 순위(8월 말 기준)를 봐도 상위 10위에는 기존 게임들이 굳건하게 버티고 있으며, 20위권까지 살펴봐도 올 여름 신작은 <C9> 하나밖에 없을 정도로 기존 게임들의 인기가 유지되고 있다.
<마비노기 영웅전>과 <C9>은 서로 비교 대상이 되면서 입소문을 가장 많이 탔다.
한편, 여름시즌에 론칭된 신작들이 서로 경쟁을 피하면서 인지도 쌓기에 소흘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C9>은 비슷한 시기에 <마비노기 영웅전>과 CBT를 진행하면서 라이벌 게임으로 많은 매체와 유저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반면 나머지 게임들은 론칭까지 경쟁작이라 할만한 신작이 없어 결과적으로는 단발성 관심끌기에 그쳤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여름 시장은 신작의 론칭보다 기존게임에 주력하면서 마케팅 비용은 줄이고 수익성을 극대화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주요 신작의 CBT를 여름에 집중하면서 하반기에 이를 선보여 겨울 시즌을 준비하는 전략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