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하트 스튜디오가 개발,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한 모바일 MMORPG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하 오딘)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7월 13일 기준, <오딘>은 구글과 애플 양대 마켓 무료 게임 인기 순위 상위권은 물론, 매출 순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오랜 시간 매출 부분 정상을 지켜왔던 <리니지> 형제를 밀어냈다는 점 역시 인상적인 포인트다.
과연 <오딘>은 지금의 상승세를 장기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까. 모바일 빅데이터 업체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오딘> 관련 지표를 통해 게임의 기세를 살펴보는 한편, 그 속에 담겨있는 의미를 분석해봤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모바일게임 순위를 다루는 게볼루션에 따르면 <오딘>은 구글과 애플 양대 마켓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인기 순위 상위권은 물론 매출에서도 양대 마켓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 빠르게 매출 선두를 휩쓴 <오딘>은 곧 2~3위권으로 하락할 거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두 번의 주말을 보낸 지금까지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일반적인 경우 게임에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리는 건 오픈 초기다. 따라서 이 시기 발생하는 서버 대기열이나 매출 순위 상승 등은 아주 낯선 풍경은 아니다. 물론, 이러한 열기는 빠르게 식을 때가 많다. 속칭 '오픈빨'로 순위를 끌어올리는 상황이 많은 셈이다.
반면, <오딘>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오딘>은 7월 2일, 그러니까 출시 나흘 만에 양대 마켓 매출 순위 1위에 오른 뒤 지금껏 단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오픈빨로 폄하하기엔 인상적인 페이스다.
이에 <오딘> 론칭일에 매출 선두를 달렸던 <리니지M>은 신규 캐릭터가 등장하는 업데이트를 준비하며 방어에 나섰다. 엔씨소프트는 <오딘>이 한참 기세를 올렸던 지난 7일, <리니지M> 4주년 업데이트 '스텝 포워드'를 통해 신규 클래스와 영지, 클래스 체인지 등을 추가한 바 있다. TJ 쿠폰까지 지급된 만큼, 상당한 규모의 업데이트였다. 그럼에도 <오딘> 매출 순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오딘>의 매출 1위 유지는 단순히 매출로 <리니지> 형제를 제쳤다는 게 아니라 기존 1위의 공세를 넘어 자리를 빼앗은 것이기에 더욱 눈에 띈다. 기존 IP가 아닌 신규 IP를 활용한 게임이라는 점도 인상 깊다.
최근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매출로 <리니지> 형제를 앞선 게임은 없었다. <제2의 나라>나 <쿠키런: 킹덤> 등 몇몇 게임이 잠시 끼어든 적은 있었지만, <오딘>처럼 장시간 1위 자리를 탈환한 사례는 없었다.
심지어 <오딘>은 모바일게임임에도 불구, PC방에서도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게임은 출시 첫 주 PC방 게임 순위 19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오딘>이 PC와 모바일을 지원하는 멀티 플랫폼 게임임을 감안하더라도 눈에 띄는 수치다. 게다가 게임트릭스가 공개한 해당 순위는 6월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의 데이터에 해당한다. 29일 출시된 <오딘>의 경우, 순위가 더 상승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오딘>의 플레이 연령대도 주목해봄 직하다.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모바일 RPG를 많이 플레이한 연령대는 30대(35.1%)와 40대(32.6%), 20대(24.4%)였고 성별 비율은 남성(30.8%)이 여성(15.5%)에 비해 약 두 배 정도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모바일 RPG는 20~40대 남성, 그중에서도 30대 남성이 가장 즐기는 장르다.
<오딘>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오딘>을 가장 많이 플레이한 유저층은 30대(34.92%)이며, 그 뒤를 20대(28.8%)와 40대(23.15%)가 잇는다. 성별 비율 역시 남성(70.2%)이 여성(29.8%)에 비해 약 두 배 이상 앞선다. 이는 과거 아이지에이웍스가 공개한 <리니지2M>의 주 이용자층인 '30대 남성'과 정확히 겹친다.
정리하자면 <오딘>은 완전히 새로운 유저층을 공략한 게임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수치에서도 알 수 있듯 <오딘>은 기존에 모바일 RPG를 즐긴 20~40대 남성 유저층을 흡수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다만, 향후 어떻게 콘텐츠를 수급하느냐와 기존 게임에서 이탈한 유저들을 얼마나 붙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그렇다면 <오딘>은 이러한 상승세를 장기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몇몇 과제가 존재한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건 대기열 문제나 피격 판정 등 유저들이 지속적으로 재기하고 있는 게임에 관한 불만 사항이다. 개발진 역시 이를 인지하고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 7일 공식 카페에 공개한 '개발자 노트'가 좋은 예다. 당시 개발진은 “오픈 초 발생한 문제점을 빠르게 해결하고, 주 1회로 점검을 최소화해 쾌적한 플레이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다. 길드원과 함께 재미를 느끼고 성장할 수 있는 콘텐츠를 최우선으로 준비 중이다”라며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실제로, 개발자 노트가 공개된 뒤 게임은 빠르게 안정세에 접어든 듯하다. 오늘(13일) 오전 기준, <오딘>은 별다른 대기열 없이도 플레이할 수 있다. 로키, 프레이야 등 후순위 서버는 물론 1 서버로 꼽히는 오딘과 토르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의 상승세를 쉽게 흘려보내지 않겠다는 개발진의 의지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잦은 임시점검과 게임 내 버그 등은 여전히 불안 요소다. 과금 모델 역시 기존 유저들이 피로도를 호소했던 <리니지> 스타일과 흡사하다는 점도 불만 사항으로 꼽힌다. 이에 더해 기존 게임의 유저를 흡수한 만큼, <오딘> 역시 향후 출시될 대형 RPG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가장 강력한 상대는 엔씨소프트가 개발 중인 오픈 월드 모바일 MMORPG <블레이드 앤 소울 2>다.
올해 2월 쇼케이스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블레이드 앤 소울 2>는 다양한 자유도와 액션은 물론, 오픈 월드를 자유롭게 누빌 수 있는 '경공' 등으로 인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실제로, 게임은 지난 2월 사전 예약을 시작한 뒤 23일 만에 400만 명의 유저를 끌어모으기도 했다. 론칭 일정이 계속해서 연기되는 등 불안 요소가 있긴 하지만, <오딘>의 상승세를 가로막을 수 있는 유력한 후보로 꼽기엔 충분하다.
과연 <오딘>은 지금의 상승세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에 큰 이정표를 남길 수 있을까. 또한, 오랜 시간 지켜온 왕좌를 내준 엔씨소프트는 어떠한 묘수를 준비하고 있을까? <오딘> 론칭 시기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이 방어 측이었다면, 이제는 역으로 <오딘>이 수비를 해야 할 입장이다. 업데이트와 운영의 묘를 보여줘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