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이 13일 화상회의 방식으로 '게임 셧다운제 폐지 및 부모 자율권 보장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참석했으며, 황희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이 축사를 보냈다.
세미나에서 조문석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셧다운제의 논리와 정책의 한계'를 이병찬 법무법인 온새미로 변호사의 '강제적 셧다운제의 헌법적 문제'를 발제했다.
이어서 ▲ 박승범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 과장 ▲ 한종천 수원공업고등학교 교사 ▲ 장근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전현수 '우리들의 <마인크래프트> 공간' 대표가 토론자로 나섰다. 좌장은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 이준석 대표 "셧다운제, 국민 기본권 측면에서 재검토해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시행된 지 올해로 10년째"로 "그동안 게임의 위상과 인식이 바뀌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셧다운제는 게임의 부정적 측면을 과대하게 해석해 학부모에게 입법을 공모한 사안"이라며 "셧다운제를 국민 기본권 측면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셧다운제가 부모의 자녀 교육 자율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힌 이 대표는 "현행 셧다운제는 PC 온라인게임에 국한돼 모바일게임에 대한 과몰입을 방지할 수도 없다"며 실효성 문제를 지적했다.
이 대표는 아울러 "고등학생 시절 기숙사에서 심야에 인터넷 사용을 제한했지만, 영화를 보거나 자기 계발로 각자 다른 활동을 했다"라며 "게임을 하면서 영어 학습이 도움이 되기도 했다"는 자기 경험을 밝혔다. 이를 근거로 그는 "통제를 기반으로 한 청소년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고 발언했다.
또 이 대표는 "해외에 서버를 둔 게임과 국내에 서버를 둔 게임 사이의 불합리한 처벌로 산업의 불합리한 규제"라며 산업적 측면에서도 셧다운제가 불합리하다고 발언했다. 이어서 "신성장 동력으로 게임과 e스포츠 산업의 위상을 높일 정책도 제안 달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국민과 현장을 위한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정책 개발에 나서겠다"며 "세미나에서 제시된 의견을 그대로 정책에 반영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준석 대표는 축사를 마친 뒤로도 토론회를 계속 시청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 문체부 "청소년보호법 셧다운제 삭제가 공식 입장, 여가부와 협의 중"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 박승범 과장은 "강제적 셧다운제는 가정에서 할 일을 국가가 과하게 개입하는 측면이 있다"라면서 "개인의 자율적 게임 이용에 대해 국가가 규제하는 것은 게임 선진에 도입되지 않은 갈라파고스 규제"라고 지적했다.
박 과장은 "청소년보호법에서 셧다운제를 삭제하는 것이 문체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전했다. "현재 강제적 셧다운제와 (게임산업법 상) 게임시간선택제가 있는데, 강제적 셧다운제가 폐지되면 게임시간선택제만 남는다. 이는 기본적으로 부모 또는 청소년 본인이 특정 시간에 게임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신청하는 형태이며 자율성이 보장된다"는 것이 박 과장의 설명이다.
이어서 "학자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청소년 중 게임에 과몰입됐다고 판단되는 위험군은 3% 정도다. 현재 문체부에서 '게임 제대로 이해하기 교육'을 진행 중인데 전체 청소년 중 0.3%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3%까지 늘리는 방향으로 관련 예산을 반영하는 것을 준비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학부모 측면에서는 사행성 게임, 음란성 게임에 대한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요청이 있다"며 "게임물관리위원회와 협업해 사후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발언했다. 더불어 "최근 확률형 아이템 관련 논쟁이 있는데 게임업계에서도 이러한 모델을 개선해서 게임이 선용되는 기반을 만들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질의 응답 시간에 '셧다운제 폐지와 관련해 여성가족부(여가부)와 논의 중이냐?'는 물음을 받은 박 과장은 "타 부처의 일을 공론의 장에서 어렵다"면서도 "최근 여가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답변했다.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 박승범 과장
# 세미나 말말말 "<마인크래프트 사태>는 한국 기준이 고립됐음을 보여주는 증거"
세미나에서 나왔던 주요 발언은 다음과 같다.
허은아 의원: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여 선택적 셧다운제로 제도를 일원화해야 한다. 셧다운제 폐지 및 게임인식 개선법을 발의했다. 게임 중독 용어를 게임 과몰입으로 개선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논의해야 할 사안이 산적했다. 잘못된 인식과 판단이 만들어낸 셧다운제 규제가 10년 동안 게임 산업을 옥죄어 왔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져 가고 있으며, e스포츠 역시 스포츠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조문석 교수: 연구 결과, 셧다운제 도입 이후 청소년의 수면 시간이 충분히 확보된 것도 아니며, 셧다운제 도입을 통해 심야 아동·청소년의 게임이용을 완전히 통제한 것도 아니다.한국 청소년들은 여전히 수면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수면 부족의 주요한 원인은 게임보다는 학습으로 나타났으며, 여러 조사 결과를 통해 유사한 결과가 도출되었다는 점에서 게임이용이 심각한 수면 부족을 일으킨다는 주장은 현재까지의 실증연구 결과로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셧다운제 또한 인과관계에 대한 종합적이고 신중한 검토 없이 신념 체계를 바탕으로 문제와 문제의 원인을 규정하면서 정책목표를 불명확하게 했다. 구체적이지 않은 정책목표는 문제를 해결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수단의 선택으로 이어졌다.
이병찬 변호사: 펜실베니아대학교 연구 결과, 비디오 게임이 폭력을 유발하면, 게임이 보급되자 살인사건 발생 횟수가 줄어든 현상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 결과, 비디오 게임의 폭력성이 아이들에게 크게 영향을 주지 않으며, 아이들도 비디오 게임이 현실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게임 중독이 원인으로 지적된 각종 패륜적 범죄의 이면에는 과도한 경쟁시스템, 가정의 불화, 경제적 궁핍, 또래 사이의 갈등 등 보다 본질적인 문제가 내포되어 있다.
(헌법재판소가 셧다운제의 합헌을 판시하며 밝힌) '지나친 이용'이란 장시간의 이용을 의미하는 것이지 심야 이용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일정 시간 이상 게임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 특정 시간에 일률적으로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
TV 시청, 영화감상, 음악감상, 독서, 자율학습, 인터넷 강의 수강 등 모든 행위가 자유롭게 허용되고 있다. 음주나 흡연 같이 청소년에게 시간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행위를 제외하면, 청소년이 심야에 가정에서 할 수 있는 행위 중 법률에 의해서 제한되는 행위는 오직 인터넷게임뿐이다.
장근영 연구위원: (마인크래프트 사태는) 한국 기준이 세계에서 고립돼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한국의 청소년·부모와 게임산업계 모두 10년간 유지된 셧다운제에 적응해 문제 제기가 없었던 것일뿐, 이를 정상적이라 보기는 어렵다.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과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해야 한다.
장근영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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