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를 포함한 모든 산업에서 '메타버스' 키워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리고 네이버의 <제페토> 등 대기업들도 이 흐름에 하나둘 올라타고 있는 중. SK텔레콤이 <이프랜드(ifland)>라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14일 출시했다. 안드로이드 OS에 먼저 출시됐으며 iOS와 VR 디바이스는 단계적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메타버스 용어의 정의나 전망에 대한 명확함과 뚜렷함은 여전히 없다. 다만 현실과 가상공간을 넘나드는 경험을 주는 요소라는 점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공통분모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코로나 시대가 장기화되며 대면 활동이 줄어드는 요즘 메타버스는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분위기다.
<이프랜드>는 과거 서비스한 '점프 버추얼 밋업'을 업데이트한 앱으로, '소셜 VR'과 함께 SK텔레콤의 서비스 노하우가 접목된 앱이다. SK텔레콤은 클라우드 게임과 함께 5G 네트워크 서비스의 킬러 콘텐츠로 여기고 있다.
과거 SK텔레콤은 <이프랜드>를 공개하며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직관적이고 감성적으로 표현한 새로운 메타버스 브랜드로, '누구든 되고 싶고, 하고 싶고, 만나고 싶고, 가고 싶은 수많은 가능성'이 현실이 되는 공간"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프랜드>의 모습은 어떨까. 궁금함을 안고 앱에 접속해봤다.
<이프랜드>에서 눈에 띄는 것은 간소화된 서비스, 접근성이다. ID 생성 후 본인의 아바타와 프로필을 작성하면 바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아바타를 생성하면 일종의 대기실에 놓이게 된다. 대기실에는 타 유저들이 개설한 메타버스 룸이 표시되며, 원하는 룸에 입장한 후 유저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물론 유저가 직접 룸을 만들 수도 있다.
아바타와 룸의 퀄리티는 제법 수준급이다. 타운홀부터 컨퍼런스홀, 카페와 교실, 운동장 등 18종의 테마가 있으며 e스포츠와 <카트라이더>, <리그오브레전드>를 테마로 룸도 만들 수 있다. 게임업계 종사자로서 참을 수 없는 일. 두 게임을 테마로 방을 만들고 다녀봤다.
두 게임 테마의 룸 퀄리티도 괜찮다. <카트라이더> 룸은 '빌리지 손가락' 맵을 그대로 옮겨놨다. <리그오브레전드>도 소환사의 협곡 맵을 축약해놓은 듯 그럴싸한 모습이다. 맵 중간에는 아칼리와 야스오의 모습도 보인다.
모든 테마 룸은 왠만한 공간은 모두 다닐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의자나 쇼파 같은 것이 있어 타 유저와 앉아서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과거 점프 버추얼 밋업을 발전시킨 개념이어서 그런지 원하는 문서나 영상 등 매체를 화면에 공유해 음성 회의나 발표도 여전히 가능하다. 룸 당 최대 130명까지 접속할 수 있다.
공간의 구성에 대해서는 꽤 괜찮아 보이지만 아직 공간을 채우는 것은 준비 중으로 보인다. 현재는 회의나 발표를 음성으로 할 수 있는 것 외에는 룸 내 상호작용을 하거나 추가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요소는 없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트레일러를 통해 공개한 모습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SK텔레콤은 향후 유저 니즈에 맞춘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MZ세대를 겨냥한 주요 포럼이나 강연, 페스티벌, 팬미팅을 개최하는가 하면 심야 영화 상영회, 대학생 마케팅 스쿨, 명상 힐링, OX 퀴즈룸 등 체험형 콘텐츠도 넓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프랜드>는 현존 메타버스 플랫폼 가운데는 접근성이나 퀄리티 면에 있어서는 수준급으로 보인다. 따라서, SK텔레콤이 밝힌 대로 여러 산업과 연계하거나 상호작용 요소를 풍부하게 채운다면 네이버의 <제페토>와 제대로된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