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등급위원회에 외국인들이 출근, 아니 공부하러 왔다.
이들은 문화관광부가 진행하는 문화동반자사업(CPI: Cultural Partnership Initiative)의 전문연수 과정으로 올해 처음으로 사업에 참여한 게임위에 선발된 연수생들이다. 지난 2004년 처음 시작된 CPI는 외국인 전문가 집단을 초청, 한국 문화를 알리고 상대국의 문화를 수용코자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지난 6월 1일에 입국, 3개월간 한국어 연수를 마치고 9월부터 게임위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게임위가 CPI의 참여는 올해 처음이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한국 온라인게임이 아시아 지역을 넘어 해외로 뻗어나가는 이 시점에 등급분류의 글로벌 표준화와 아시아 지역의 공동협력에 중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타지에서 온 연수생들은 게임위에서 무엇을 할까?
■ 게임위의 연수 프로그램은 이론과 실무 체험
이들 연수생은 특정 교육기관에서 연수기간동안 체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연수를 넘어 한국의 문화를 경험하는 한편 게임심의 시스템에도 직접 참관한다.
게임위에서는 전문가 과정으로 정책지원팀, 사후지원팀, 전문위원 팀 등의 각 부서에서 주 5일 동안 이론과 실무를 체험한다. 실제 이들 연수생 3인은 지난 9월 초 경찰과 게임위의 불법게임물 합동단속에 참여하는 등 그야말로 현장감 넘치는 경험도 쌓았다.
그들이 한국에 체류하는 기간은 6개월. 이 중 3개월을 준비과정인 언어 연수에 보냈다. 그래서 남은 3개월동안 한국의 게임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3개월 후, 이 연수생들은 고국으로 돌아간 뒤, 한국의 게임등급 시스템을 알리는 사절단과 같은 역할을 맡게 된다. 이로 인해 해당 국가의 법제도 선진화를 이끌어 냄으로써 한국 게임등급과 온라인게임의 친밀도를 향상시킨다는 장기적인 전략이다.
게임위 한효민 대리는 “이들 연수생은 게임위의 업무 시스템을 전체적으로 경험함으로써 심의 업무 프로세스를 배우고 있다. 특히 법 규정이나 관련 시스템이 미흡한 동남아시아 권에서 한국에서의 연수 경험이 도움될 수 있도록 관련 강의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게임산업이 성장한 과정을 알리고 현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게임업체의 현장학습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몇몇 업체들과 협의 중이다. 이들은 고국으로 돌아가더라도 향후 지속적인 교류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온 3인의 연수생
■ 게임등급 표준화 논의는 이미 진행중
이미 유럽에서는 게임물 등급 표준화가 진행중이다.
게임 하나가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제공되고 업데이트 컨텐츠에 대해 각 국가마다 다른 기준은 서비스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심의 표준화는 게임제도의 핵심사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6월 독일 쾰른에서 온라인게임의 심의와 사후 관리에 대한 포럼도 그 연장선상이다.
이 세미나에서는 한국의 온라인게임 심의 시스템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고 게임위는 설명했다. 연간 게임심의 처리건수가 1000여건을 넘어서고, 사후관리 제도 등 유럽에서는 아직 생소한 온라인게임과 관련된 제도를 수정 및 보완할 필요성을 느꼈던 게 그 이유다.
■ 숲을 만들기 위해 작은 묘목을 심는 단계
앞서 말했듯이 게임위의 궁극적인 목표는 글로벌 등급 표준화에서 한국이 중심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즉 국가별 세부 등급분류는 다르지만 어느정도 글로벌에서 통하는 표준화는 등장할 수 있다는 게 게임위의 설명이다. 일본과 중국 등을 제외한 아시아권 국가는 아직 등급분류 체계가 잡혀 있지 않기 때문에 게임위의 노력에 따라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이번 1기 연수생을 포함, 시간이 지날수록 등급 표준화와 관련된 네트워크를 쌓아나가고 관련 단체가 만들어 질 경우 한국의 시스템을 배워간 국가가 가맹국이 된다면 친한국적인 게임심의 시스템이 정착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게임위 전창준 정책지원 팀장은 “아시아 게임등급 표준화는 먼 미래의 일로 지금은 씨앗을 뿌리는 단계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또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각 국가의 게임산업과 관련한 정보 공유와 관련 업계의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