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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화제]마리오를 사랑한 소녀의 위험한장난

슈퍼마리오 '물음표상자' 만들기 열풍이 빚은 대소동

이재진(다크지니) 2006-04-03 17:54:06

닌텐도의 대표캐릭터 '마리오'를 너무 좋아한 미국 소녀들이 범죄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만우절'이었던 지난 1일, 미국 오하이오(Ohio)주에 위치한 인구 1만 2,000명의 작은 마을 '라벤나'(Ravenna)는 커다란 소동에 휩싸였다. 사건은 1일 마을 곳곳에서 '수상한 상자' 17개가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이상한 것은 상자들이 모두 노란색 포장지로 싸여있고 '물음표'(?) 표시가 붙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최초의 '물음표 상자'는 1일 오전 7시 15분, 라벤나 마을교회에서 발견됐다.

 

주민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위험물 운반처리반' 및 '폭탄 처리반'과 함께 긴급출동했다. 잠시 후 마을 주요지역에서 똑같은 상자가 발견됐다는 제보가 이어지면서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폭탄 처리반'은 수상한 '물음표 상자'에 조심스럽게 접근, 방사능 탐지와 화학무기 반응 탐지를 실시했고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지자 상자를 수거했다.

 

문제는 '누가, 왜 이 상자를 공공장소에 놔뒀는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라벤나 마을의 10대 소녀 5명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히면서 허무하게 해결됐다. 

 

소녀들이 만들었던 '물음표 상자'는 바로 닌텐도의 대표 게임시리즈 <슈퍼마리오> 속에 등장하는 것이었다. '물음표 상자'는 주인공 마리오가 머리로 들이 받으면 코인이나 아이템을 주는 역할을 하는 게임 속 장치다.

 

소녀들은 인터넷에 올라온 '물음표 상자 만드는 방법'을 보고 재미있어 보여 따라했다고 밝혔다. 그 방법에는 상자를 만드는 과정이 단계별로 소개돼 있었고 끝에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걸어두고 반응을 살펴보자'고 적혀 있었다. 이른바 '시민 몰래카메라'였던 셈.

 

소녀들은 '물음표 상자'를 그럴듯 하게 만들어 4월 1일 만우절에 라벤나시 서쪽 교회와 법원, 제과점, 그리고 중심가와 도서관, 라벤나 고등학교 등에 골고루 매달아 두었다. 시작은 만우절 장난이었지만 결과는 엄청났다. '911 테러' 이후 폭탄테러 위협 속에 살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그 상자는 '테러리스트의 소행'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라벤나 경찰서의 렌달 맥코이는 “현재 국가 위험물 운반처리국과 함께 소녀들의 범죄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행히(?) 아무런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범죄 혐의가 입증될 경우 소녀들은 대가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번 '물음표 상자 장난'은 라벤나 마을만의 일이 아니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물음표 상자를 만드는 방법'이 알려지면서 미국과 캐나다, 심지어 영국까지 이 놀이가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 앞으로 경찰과 시민들이 이 아슬아슬한 장난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좋아하는 게임을 현실로 옮기는 것도 좋지만, 그것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경우 정말 '장난이 아닌'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이번 '물음표 상자' 소동이 잘 말해주고 있다.

 

라벤나 마을 소녀들이 만든 '물음표 상자'.

 

'물음표 상자'를 만드는 방법이 상세히 설명돼 있는 미국의 인터넷 사이트.

 

'물음표 상자' 만드는 과정을 알기 쉽게 표현한 실사만화.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미국과 캐나다, 영국으로 퍼져나간 '물음표 상자' 만들기 열풍

 

미국 캘리포이나주 버클리 대학교에 나타난 '물음표 상자'.

 

미국 포틀랜드에 나타난 '물음표 상자'.

 

미국 캠브릿지에 등장한 '물음표 상자'.

 

미국 캐스퍼 지역에 등장한 '상자'... 아니 '마리오' 속 코인들!

 

캐나다 마니토바에도 '물음표 상자'가 떴다.

 

영국 도르체스터에도 '마리오 상자'가 등장했다. 거북이 모양이 그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