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성차별 폭로로 혼돈에 빠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개발팀이 ‘정상화’ 노력의 목적으로 게임 내에서 적절(appropriate)하지 못한 인게임 요소를 축출하겠다고 선언했다.
7월 28일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개발진은 “조직 내 소수자 집단을 보호하고, 이들을 위협하는 행동에 책임을 지우기 위해 지침을 마련하는 동시에, 게임의 현실세계 레퍼런스(reference) 중 부적절한 것들을 제거하는 작업에 즉시 임하겠다”고 전했다.
여기서 ‘레퍼런스’란 작품 외부에 존재하는 특정 대상, 문화, 현상 등을 참조해 만든 창작 요소를 말한다. 예를 들어 현실의 국가나 인물을 참고해 만든 가상 국가나 캐릭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인게임 콘텐츠 중 여러 소비자 눈에 부적절한 콘텐츠가 제거되리란 추측이 나왔다.
해당 선언은 최근 캘리포니아주 공정고용국(DFEH)에 의해 폭로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차별 및 괴롭힘 문제 해결을 위한 ‘자정 노력’의 일환으로, 폭로 이후 팀원들이 의견을 모아 결정한 일이다. 고소장은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전사적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팀 임원의 비위행위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팀의 공지 (출처: 트위터)
개발진은 “신뢰를 다시 쌓으려면 행동을 보여야 하고, 여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성별, 인종, 성 지향, 출신에 상관없이 모든 이가 자랑스러운 고향으로 여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에서는 유저 커뮤니티와 우리의 뜻이 같다는 것을 알기에 추진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선언은 유저들의 공감뿐만 아니라 반감도 함께 사고 있다.
반감을 표시하는 유저 상당수는 ‘인게임 콘텐츠 관리’가 블리자드가 처한 실질적 문제에 비하면 훨씬 덜 중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런데도 이미지 개선을 위한 일종의 ‘보여주기’로서 이를 대외적으로 홍보했다는 비판이 뒤를 이었다. 한 유저는 “이런 말들은 그저 공허하게 느껴진다. 당신들은 대중을 어르기 위해 화려한 말들을 동원하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다른 일각의 유저들은 액티비전 블리자드 직원들이 여러 수단을 동원해 ‘현실 문제’에도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례로 액티비전 블리자드 직원들은 회사의 반성을 촉구하는 일일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지시간으로 28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액티비전 블리자드 직원들은 여성, 트랜스젠더 여성, 소수자 등을 위한 업무환경 개선을 경영진에 요구하며 파업 및 시위에 나선다.
이뿐만 아니라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비판하는 공개서한에 2,000여 명의 사원이 서명하기도 했다. DFEH의 고소 직후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내놓은 ‘혐의 부인’ 성명을 철회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전 세계 직원 수는 약 9,500명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공지 이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NPC 중 사건에 연루된 퇴사자 '알렉스 아프라시아비'를 레퍼런스 삼은 캐릭터들이 모두 새 캐릭터로 대체되었다. 개발진이 말한 '레퍼런스 정비'란 해당 작업에 대한 예고였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