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나라가 다르면 분위기도 문화나 분위기도 다른가 봅니다. 올해 처음 도쿄게임쇼(TGS)에 참가한 저로서는 놀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닌데요, 3시간 정도는 우습게 기다리는 게이머들과 아이돌 하나를 보기 위해 아침 10시부터 줄을 서서 표를 구하는 모습은 ‘컬쳐 쇼크’ 수준이었습니다.
디스이즈게임에서(라고 썼지만 여전히 올해 처음 TGS에 참가하는 기자 마음대로) TGS 2009 황당, 혹은 당황 BSET 5를 선정해 봤습니다. /도쿄(일본)=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5위. 하드웨어 부스는 만능?
누구나 뛰어들 수 있는(?) PC와 달리 콘솔 게임은 ‘하드웨어를 제공하는 개발사가 정해져’ 있습니다. 아무리 날고 기는 스퀘어에닉스나 세가라도 하드웨어 업체를 거치지 않고는 게임을 내놓을 수 없죠. 그래서 일까요? TGS 2009에서 볼 만한 게임의 대부분이 하드웨어 업체 부스에 중복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하드웨어 업체의 경우에는 정작 게임 하나하나에 많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실제로 스퀘어에닉스의 <니어 게슈탈트>나 반다이남코의 <드래곤볼 라이징 블래스트>는 개발사의 부스에서는 2~3대의 시연대만 설치하고 촬영도 죽어라 막은 반면, 소니와 MS의 부스에서는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플레이하거나 시연대를 찍을 수 있었죠.
시연대도 상당히 한가해서 개발사의 부스보다 절반 이하의 시간만 들이면 쉽게 체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로스트플래닛 2>를 예로 들면 소니 부스에서 자리가 빈 관계로 부스 관계자들과 함께 플레이를 해야 할 정도였는데 개발사인 캡콤의 부스에서는 1시간 이상 대기하라는 간판이 붙어있더군요.
덕분에 한국에서 현장 취재를 간 기자들 사이에서는 TGS는 소니와 MS의 부스만 돌아보면 끝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을 정도입니다. 냉혹한 자본주의의 현실이랄까요?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 부스는 그야말로 신천지!
스퀘어에닉스에서는 카메라 접근금지였던 <니어 게슈탈트>도 여기서의 마음 놓고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4위. 여기서도 바가지는 기본?
만국공통어(?) 바가지의 위용은 TGS에서도 계속 됐습니다. 사실 일본은 물가 자체가 상당히 비싼 편인데요, 그걸 고려하고 봐도 이건 심하다 싶은 가격이 많더군요. 특히 캡콤의 캐릭터 상품판매장과 음식매장의 물품 가격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아무리 퀄리티가 좋더라도 공식인증마크 하나 붙었다고 가격이 2~3배로 뛰는 건 너무한 처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게다가 저 중 몇 개는 오히려 아키하바라보다도 비쌌다고요. OTL
충격과 공포의 레우스 점퍼. 가격이 3만 엔(약 40만 원)입니다.
얄미웠던 음식집들. 카레 한 그릇에 800엔. 소시지 하나 얹은 밥에 750엔(…) 그나마도 카레는 건더기 하나 없는 국물 같은 카레가 나왔습니다.
3위. 마니아의 힘은 강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마니아(라고 쓰고 오타쿠라고 읽습니다)의 힘은 막강했습니다. TIG에도 <아이돌 마스터>의 무대 영상이 올라왔으니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가수의 선창에 맞춰 수 백 명의 남성이 후렴구를 따라 부르거나 각종 도구들을 흔드는 모습은 정말이지… 그만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떻게 저 모든 가사와 아이돌의 스펙(…)과 일정 등을 다 외울 수 있을까 신기할 정도로더군요.
실제로 캡콤 부스 옆에서<로스트 플래닛 2>의 인터뷰를 할 때 벽 너머에서 <드림클럽>의 이벤트가 열렸는데요, 아이돌 가수의 선창에 수 백 명의 청중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목소리가 돌림 노래처럼 울리더군요. 비아냥거리는 게 아니라 진지한 모습으로도 정말 최고입니다.
특정 아이돌을 보기 위해 시작하자마자 입장권을 배포하는 곳으로 달려가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스테이지가 있는 부스에서는 아이돌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오히려 더 적더군요.
2위. 끝 없는 기다림
매니아의 힘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TGS 후기에도 썼지만 일반관람일 당시 평균 대기시간은 1~3시간입니다. 그리고 10~15분 정도 플레이하는 게 전부죠. 이후에 다른 게임으로 넘어가면 또 다시 1~3시간. 결국 하루 종일 돌아다니면서 매우 운이 좋다면 3~4개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정말 아무도 불만을 갖지 않아요. 오죽하면 레벨5 부스의 경품을 받기 위해 4시간을 꼬박 기다린 유저는 새로운 경품을 위해 다음날 또 오겠다고 말하더군요. 한참을 기다리다가 바로 자기 앞에서 시간이 끝나서 게임을 즐길 수 없게 된 유저도 그냥 담담하게 발걸음을 돌릴 뿐입니다. 기다림의 문화에 익숙한 일본 사람들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겠지만요.
무서울 정도의 줄. 이것은 기본 중의 기본 입니다.
불평의 목소리를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다는 게 제일 놀라웠습니다.
1위. 프레스의 의미는?
역시나 TIG 후기에 있는 내용입니다만, TGS에서 사진기나 캠코더를 사용하려면 프레스 등록을 해야 합니다. 명함을 주고 프레스 등록을 마치면 부스 별로 작은 스티커나 완장을 걸어주죠. 이제 해당 부스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 좋아 촬영이지 요구조건이 상당합니다. 이벤트 스테이지는 아이돌의 초상권 문제 때문에 그렇다고 해도 유명 개발자나 퀴즈 프로그램도 툭하면 촬영금지입니다. 부스를 찍을 때도 게임화면과 사람 얼굴이 한 번에 나오지 않으면 불가능하죠.
그나마 여기까지면 다행인데요, 스퀘어에닉스에서는 아예 화면 촬영이 불가능합니다. 소니 부스에서도 신작들은 거의 다 태클이 들어오더군요. 대체 이럴 거면 그 프레스 완장은 왜 나눠 줬나요? 화면 말고는 어차피 일반 관람객도 찍을 수 있는데 말이죠.
완성되지 않은 게임을 공개하지 못하는 것은 알겠지만 뻔히 시연대에 플레이 영상까지 몇 번이나 올라온 게임도 촬영하지 말라는 방식이 조금 독특합니다.
프레스 등록 자체가 아예 없었던 승리의 반다이남코. 어떤 담당자는 마음대로 찍어도 된대고, 어떤 담당자는 전부 안 된다고 하고... 어쩌란 말입니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