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2 레저렉션>에 TCP/IP 기능이 삭제된다.
인터넷이 일반화 된 지금 시대에는 크게 상관 없는 조치라 여길 수 있겠지만, 이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바로 TCP/IP가 '모드(MOD)'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블리자드는 8월 10일, <디아블로2 레저렉션>의 얼리 억세스와 오픈베타 일정을 공지하며 게임 정보에 대해 FAQ 형식으로 설명했다. TCP/IP 기능의 삭제는 바로 여기서 언급됐다.
TCP/IP는 쉽게 말해 근거리 네트워크 기능으로, <디아블로2>에서는 배틀넷이 활성화되기 전에 활발히 사용됐다. 이후 배틀넷이 활성화되며 사용도가 급감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TCP/IP를 기반으로 다양한 모드가 출시되며 지금까지 <디아블로2>의 명맥을 잇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블리자드는 해당 기능을 삭제한 이유에 대해 "신중한 숙고 끝에 잠재적 보안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저 경험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모드를 이용 중인 유저, 그리고 모드 개발자들은 블리자드의 이러한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그들이 과거에 언급했던 약속을 번복한 것이기 때문이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에 참여한 로드 퍼거슨 총괄 프로듀서는 올해 초 해외 인터뷰에서 "오리지널의 여러 요소가 <디아블로2 레저렉션>에 그대로 들어갈 것"이라며, "여전히 유저가 원한다면 TCP/IP로 로컬 멀티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인터뷰를 통해서도 모드 커뮤니티의 생태계는 유지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해외 모드 커뮤니티 moddb에 따르면 현재 <디아블로2> 관련 모드는 100여 종에 이른다.
이들 중 미디언 XL, 패스 오브 디아블로, 프로젝트 디아블로2 같은 인기 모드는 자체 서버가 있어 TCP/IP 기능이 삭제돼도 큰 지장은 없지만, 대부분은 TCP/IP 기능을 사용하고 있기에 만약 이 기능이 삭제되면 대부분의 모드는 <디아블로2 레저렉션>에서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모드 유저, 개발자들은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TCP/IP 기능을 제거하고 배틀넷 접속을 항시 요구하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에 변경을 가하는 모드를 설치할 수 없다"며, "새로운 모드 가능성을 열겠다던 블리자드의 얘기는 완전 거짓말이 됐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물론 블리자드가 TCP/IP 기능을 삭제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는 했지만, 모드에 대한 이용을 원천 차단할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블리자드는 매번 인터뷰를 통해 모드 커뮤니티의 중요성과 정상적인 작동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블리자드는 보안에 대한 잠재적 위협은 차단하되, 다른 형태로 이들이 모드를 <디아블로2 레저렉션>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인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의 롭 갈레라니 총괄 디자이너는 "코드를 해킹하는 등 정해진 틀을 벗어나는 것은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 몇 개 코드의 경우 데이터로 옮기기도 해 모드 적용이 좀 더 쉬워질 것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로드 퍼거슨 총괄 프로듀서도 "특정 코드 데이터나 가지고 있는 부분이 있어 그걸로 일부 쉽게 작업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결국 일부 모드는 보안 위협 차원에서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다만 다수의 모드를 <디아블로2 레저렉션>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기를 원하는 유저도 많다. 이에 대해 블리자드도 마냥 모드 지원을 포기하지는 않을 모양새다.
때문에 블라자드가 어떤 대응을 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블리자드는 모드를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유저들을 위해 보안 위험이 있는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는 지원해 줄 것인가. 아직 공식 발표를 기다려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