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기어 솔리드 피스워커>(이하 피스워커)는 지난 2006년 발매된 <메탈기어 솔리드: 포터블 옵스>에 이어 3년 만에 발매되는 <메탈기어 솔리드>(MGS) 시리즈의 PSP용 신작이다.
PSP로 발매된 전작들과 다르게 코지마 히데오 감독을 포함한 <메탈기어 솔리드 4>의 메인 스텝들이 직접 개발에 참여해서 화제를 모았던 이 게임은, 최근 열린 도쿄게임쇼(TGS) 2009에서 처음으로 시연대를 공개하고 체험판을 배포했다. 매체를 대상으로 진행된 특별 체험행사를 통해 공개된 <피스워커>를 살펴봤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TGS 2009 코나미부스에 마련된 <피스워커>의 시연대.
본편 못지않은 비중의 외전
지금까지 코나미는 PSP용으로 <메탈기어 솔리드 애시드> 1편과 2편, 그리고 <메탈기어 솔리드 포터블 옵스>까지 세 가지 MGS 작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엄밀히 따지자면 제대로 된 MGS 시리즈라고 부르기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게임성은 둘째 치더라도, 작품의 스토리가 ‘시리즈의 외전’ 그 이상의 비중을 갖지 못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애시드>는 이번 TGS에서 공개된 MGS의 스토리 연표를 보면 아예 빠져 있었다.
반면 <피스워커>는 (코지마 히데오 감독이 직접 참여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예견 된 것이기는 하지만) 본편 못지않은 중요한 비중을 가지고 있다.
그것도 그 동안 본편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았던 ‘빅보스의 <메탈기어> 1편 이전 행적’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스토리 비중만 놓고 보자면 ‘본편 못지 않은 외전’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는 모습이다.
<피스워커>는 프리퀄이었던 3편과 시리즈 첫 작품인 <메탈기어> 1편 사이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런 만큼 주인공은 당연히 솔리드 스네이크가 아닌, 빅보스다.
등장하는 캐릭터의 수나 콘텐츠 볼륨도 본편 못지않은 볼륨을 선보일 전망.
PSP에서 제대로 된 ‘잠입액션’을 선보이다
<피스워커>는 기본적으로 PS2용으로 발매된 <메탈기어 솔리드 3>와 유사한 형태의 잠입 액션 게임이다. 단지 말로만 유사한 형태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플레이어들은 PS2용 전작을 즐겼던 것과 같은 감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게임 시스템 역시 카모플라주(입고 있는 복장과 주변 사물의 색깔에 따라 은폐율이 결정되는 시스템)부터 시작해, CQC(근접 전투공격), 각종 무기의 사용이나 주변 사물의 활용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3편의 것들을 그대로 들고 왔다.
그래서 만약 전작을 해 봤다면 튜토리얼을 한번 클리어하는 것으로 손쉽게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다.
기본적인 게임의 진행 방식은 3편과 동일하다.
이 밖에 적들의 AI나 행동 패턴이 PS2나 PS3로 발매된 전작들과 유사하며, 조작도 전체적으로 PSP에 맞춰서 간소화되기는 했지만, 원작과 유사한 감각으로 즐길 수 있다. 한편 <몬스터 헌터>와 유사한 방식의 조작 옵션도 별도로 제공하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키를 바꿀 수도 있다.
어찌 보면 이 부분이 <피스워커>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가정용 콘솔에 비해 하드웨어의 성능이 떨어지는 PSP임에도 불구하고, PS2용 전작과 같은 감각으로 제대로 된 잠입액션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PSP 사용자들에게 가장 민감한 이슈 중 하나인 ‘끊김 현상’도 거의 없기 때문에 쾌적하게 잠입을 즐길 수 있다.
게임 그래픽을 그대로 이용한 이벤트 장면 중 하나. PSP 게임이지만 상당한 퀄리티.
(카메라로 화면을 찍은 것이라 화질이 좋지 못한 점 양해 바랍니다.)
만화를 보는 것 같은 이벤트 연출
물론 하드웨어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분명 <피스워커>의 그래픽 퀄리티는 PS2로 발매된 전작보다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게임은 떨어지는 그래픽의 퀄리티를 아이디어와 연출력으로 일정부분 해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이벤트 연출’을 꼽을 수 있다.
개발사에서는 PSP의 하드웨어 성능으론 퀄리티 높은 그래픽의 이벤트 장면을 연출할 수 없으니까, 아예 이벤트 연출 대부분을 ‘만화’로 해결했다. 기존 작품에서는 캐릭터 일러스트로만 감상할 수 있었던 특유의 거친 화풍의 그림으로 말이다.
만화를 이용한 이벤트 장면 중 하나. 결코 저렴해 보인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만화의 형식을 이용한 이벤트 연출은 결코 나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실제로 게임을 체험해 보면 <MGS>의 분위기에 굉장히 잘 어울리기 때문에 오히려 원작보다 낫다는 느낌까지 든다.
참고로 한 가지 덧붙이자면 만화라고는 하지만, 시리즈 팬이라면 잘 알고 있을 ‘L1’ 버튼을 이용한 이벤트 중간의 잔재미는 <피스워커>에도 여전히 살아 있다. 만약 이벤트 중간 ‘L1’을 누르라는 표시가 나올 때 버튼을 누르면 빅보스의 시점에서 평소에는 볼 수 없던 장면이 나온다.
상호작용을 강조한 협력 모드
<피스워커>에서는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최대 4명까지 PSP의 애드혹 기능을 이용한 ‘협력 플레이’(Co-Op) 미션을 즐길 수 있다.
협력미션은 [탱크를 파괴하라]부터 [특정 지점까지 도달하라]까지 다양한 목표가 주어지고, 참가자들이 협력해서 이를 클리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모드에서 눈에 띄는 점은 플레이어들 간의 ‘상호작용’을 굉장히 많이 강조했다는 것이다.
가령 플레이어와 플레이어가 서로 붙어 있을 때는 ‘링크’ 모드에 돌입한다. 링크모드에 돌입하면 서로의 체력을 공유할 수 있고, 서로 갖고 있는 무기를 공유할 수도 있다. <기어스 오브 워> 처럼 누구 한 명이 쓰러질 경우 재빨리 다가가서 터치하는 것으로 되살릴 수도 있다.
반면 플레이어들이 일정 간격 이상 떨어진다면(캐릭터 주변에 표시되는 링이 링크의 범위), 링크가 끊기기 때문에, 방금 언급한 특전을 전혀 누릴 수 없다.
전반적으로 이번 체험판에서 확인한 <피스워커>는 PSP로 즐길 수 있는 제대로 된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 그리고 빅보스의 밝혀지지 않은 과거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정식 버전을 기대해 볼 만한 작품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애드혹을 이용한 멀티플레이도 전반적으로 괜찮은 재미를 선사했고, 사소한 부분까지 전작들의 느낌을 계승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 특히 좋았다.
다만 체험판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UMD가 아닌 메모리카드에 담아서 게임을 즐겼음에도 불구하고(체험판은 파일 형태로 배포) 필드와 필드 사이의 로딩에 걸리는 시간이 꽤나 길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한정의 이야기지만, 향후 정식 버전의 한글화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