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 간 스팀 ‘동시접속자 수’ 상위 10개 게임을 살펴보면, 익숙한 이름들 속 유독 낯선 게임이 계속 눈에 띈다. 넷이즈의 자회사 24 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나라카: 블레이드포인트>(이하 <나라카>)다.
8월 12일 출시돼 오늘까지 채 열흘이 되지 않은 <나라카>는 첫날 동시접속자 최대 7만여 명을 시작으로 계속 유저 수가 증가해 8월 19일 기준으로는 10만 명을 돌파했다. 조용히 흥행 중인 <나라카>는 그런데 사실 조금 낯선 유형의 게임이다. 인기 장르인 배틀로얄의 일종이지만, 건 슈팅이 중심이 되는 대다수 배틀로얄 작품과 달리 근접전으로 승부를 내는 게임이기 때문.
국산 게임 <헌터스 아레나>, <섀도우 아레나> 등 유사 콘셉트의 타이틀은 꽤 있다. 그러나 <나라카>는 후발주자이면서도 현재 동종 게임 중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나라카>가 이렇듯 흥행할 수 있었던 비결은 크게 두 가지로 파악된다. 첫째는 글로벌한 마케팅을 통한 인지도 형성, 둘째는 게임 자체의 탄탄한 내실이다.
<나라카>는 게임쇼 출품, 글로벌 베타테스트 실시, 대형 언론을 통한 노출 등으로 지난 몇 년간 계속 이름을 알려 왔다. 2019년 말 더 게임 어워즈에서 ‘최초 공개’ 영상을 선보였고, 2020년에는 클로즈 베타, 2021년에는 글로벌 오픈 베타 테스트를 했다. 지난 6월에는 전격 출시를 앞두고 E3 2021에 등장해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어떻게 보면 정석적인 행보지만, 짚어볼 만한 지점이 있다. 홍보 내용과 실제 게임 내용 간의 통일성이다. 많은 게임이 실제 콘텐츠와 동떨어진 내용의 티저 및 시네마틱 영상으로 초기 홍보를 한다. 간혹 ‘게임플레이 트레일러’에 등장한 세부 콘텐츠들이 실제 게임에서 삭제, 변경되는 사례도 있다.
반면 <나라카>는 최초공개 영상에서부터 근접 전투, 그래플링 훅, 천장 은신, 파쿠르 등 게임의 주요 콘셉트를 집약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해당 내용은 베타테스트를 거쳐 실제 게임에 대부분 그대로 구현됐다. 유저들의 사전 기대치를 현실적으로 관리하고 실제 게임과의 괴리를 줄임으로써 좋은 초기반응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배틀로얄 장르 게임에 있어서는 ‘초기 반응’이 게임의 성공 혹은 실패와 직결되는 중대 사안이다. 매칭 인원수가 다른 장르에 비해 월등히 많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유저 베이스를 형성하지 못하면 정상적 게임플레이 제공이 힘들어진다. 이 경우 실망한 유저들은 게임을 떠나게 되고, 이로 인해 남아있는 유저들의 매칭이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나라카>가 초기 유저를 잡아둘 수 있었던 또 다른 비결은 물론 게임 자체의 준수한 퀄리티다. 그래플링 훅을 이용한 속도감 있는 게임 전개, 보기 좋은 그래픽, 다양한 캐릭터 등은 일차적인 호평의 이유다. 한국 유저들의 경우 수준 높은 한국어 로컬라이제이션에도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게임의 핵심이자 근간인 근접 전투에 대한 유저와 매체의 평가가 특히 호의적이다. 무빙으로 상대 실수를 유도하고 찰나의 순간에 공격하는 플레이 감각, 강공격·약공격·패링으로 이뤄진 가위바위보 시스템이 마치 격투 게임과 같은 긴장감을 준다는 평가다.
다만 게임이 현재의 흥행을 장기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손봐야’ 할 요소들도 거론된다. 특히 게임 특성상 고수와 초보의 실력 격차가 심하게 벌어질 수 있는데 이를 완화해줄 시스템적 장치가 현재로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문제로 지적된다. 튜토리얼 및 훈련 기능이 나름 충실히 갖춰져 있지만, 유저간 실력 간극을 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