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E3에서 ‘정해진 것은 제목뿐’이라는 내용의 익살 섞인 ‘자학 개그’ 트레일러로 주목받았던 <아우터 월드 2>가 실제로는 플레이테스트가 가능한 수준까지 개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아우터 월드 2> 개발사 옵시디언 소속 게임 디자이너 조쉬 소여의 개인 트위터를 통해 드러난 사실이다. 조쉬 소여는 8월 21일 트위터에서 ‘최근 플레이한 게임’을 몇 가지 열거하면서 <아우터 월드 2>를 언급했다.
일견 사소해 보이는 이번 소식이 주목받는 이유는, 불과 2달 전 E3에서 공개된 <아우터 월드 2> 티저 트레일러 때문이다. 이 영상에서 옵시디언은 ‘제목밖에 안 정한 게임이지만 일단 홍보하고 보겠다’는 식의 너스레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영상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게임 요소를 티저에 그럴듯하게 등장 시켜 기대감을 부풀리는 업계 관행을 간접적으로 비꼬고 있다. 예를 들어 거대 몬스터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이 몬스터가 인게임에 등장할까요? 아닙니다. 작별 인사 해두세요”라며 풍자한다. 마침내 영상 말미에는 아예 ‘사실 아무것도 완성된 게 없다’는 뻔뻔한 고백(?)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이제 우리의 주인공이 보입니다. 하지만 실루엣만 나옵니다. 왜냐하면 개발자들이 디자인을 아직 못했기 때문이죠. 스토리도 미완성입니다. 사실 보여줄 수 있는 인게임 요소는 아무것도 완성된 게 없습니다. 개발진이 다 만든 것은 그저 제목뿐입니다. <아우터 월드 2>.”
이 트레일러가 공개된 시점은 2021년 6월 14일이다. 따라서 <아우터 월드 2>를 플레이했다는 조쉬 소여의 말이 사실이라면, 트레일러의 마지막 나레이션은 사실상 ‘선의의 거짓말’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업계의 다른 사례와 흥미로운 대조를 이룬다. 일례로 베데스다는 지난 2018년에 <엘더스크롤 6>의 티저 트레일러를 공개했지만, 최근 발언에 따르면 아직도 게임은 구상 단계에 불과하다. 미완성 게임을 금방이라도 출시할 것처럼 홍보하며 결국 여러 차례 발매 일정을 미룬 끝에야 세상에 나온 CDPR의 <사이버펑크 2077> 사례도 있다.
<아우터 월드>는 옵시디언이 만든 우주 배경의 1인칭 액션 RPG다. <스타워즈: 구 공화국의 기사단 2>, <네버윈터 나이츠>, <폴아웃: 뉴 베가스>같은 고전 작품을 제외하더라도 <사우스 파크 진리의 막대>,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 등 유명 RPG를 만들어 낸 옵시디언 게임이어서 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정작 출시 후 게이머들의 평가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아쉬움이 주를 이루었다. RPG의 장르적 매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단조로운 퀘스트 및 줄거리가 실망의 주원인이 됐다. 다만 판매실적과 전반적 평점은 준수한 편에 속해 후속작 발매 기회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