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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시리어스 게임, 시리어스하게 만들자”

KGC 2009 엔씨 김형진 개발실장 “Why SERIOUS?”

정우철(음마교주) 2009-10-08 12:20:52

<리니지2>의 기획자로 이름을 알렸던 김형진 실장은 지금 엔씨소프트에서 <마법천자문 온라인>이라는 교육용 MMORPG를 만들고 있다.

 

강연을 통해 스스로 1년 동안 암흑기를 보냈다고 밝힌 김형진 실장. 상업용 온라인게임을 개발하던 그가 오늘 들고나온 주제는 바로 교육용 타이틀이다. 보통 시리어스 게임이라고 하면 정치, 문화, 산업, 교육 등 특정한 목적을 가진 게임을 말한다. 

 

대표적 상업 온라인게임인 <리니지> 시리즈를 만들던 사람이 교육용 게임을 만든다고 하기 떄문일까? 김형진 실장의 강연은 많은 사람들이 몰려 그 관심의 척도를 알 수 있었다.

 

 

교육용 타이틀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그는 시리어스 게임은 에듀테인먼트 소프트웨어라는 이미지를 깨고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김형진 실장은 주변에서 내가 교육용 게임을 만든다고 했을 때 나온 반응이 있다. 주로 배신자, 타락한 인간, 인생의 패배자라는 반응이었다. 실제로 나 자신도 그렇게 생각할 정도였다. 철저한 상업게임을 만들던 사람이 교육용 게임을 만든다고 했을 때 나온 반응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궁금했다. 교육적 기반이 전무하면서 10년 이상 상업용 게임만 개발한 그가 왜 갑자기 교육용 게임에서 재미를 찾고 있을까?

 

 

 

게임에서 배우는 경험을 추억하다

 

강연을 통해 김형진 실장은 그 이유를 말했다. 1986 <울티마 4>를 통해 영어를 접하면서 영어를 배웠고, 87 <이스 2>에서 리리아의 대사를 알고 싶어 일본어를 배우고, <대항해시대>를 통해 지리와 역사를 배웠다.

 

심지어 <리니지>를 개발하면서 업데이트 실수로 인해 게임 내에서 농성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경제학 원론과 인문학관련 서적을 읽으며 공부했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이런 경험들 돌아보면 배움은 항상 즐거움을 동반했다.

 

또한, 10개월 된 아기의 아빠로서, 끊임없이 뭔가를 시도하면서 배우는 아기가 연습하면서 달성하는 것을 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을 보면 배우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 아닐까 싶다고 그는 말했다.

 

 

 

개발자로서 [시리어스]는 곧 [재미]

 

김형진 실장은 결국 개발자로서 진짜 재미있는 시리어스 게임을 만드는 것은 시리어스하게 개발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말한다.

 

문제는 어떻게 만들어야 재미를 줄 수 있을까? 그는 마법천자문이라는 책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게임과 교육의 과정이 일치하면서 배우는 과정이 재미있었다고 한다.

 

즉 즐거움은 목적이 있는 배움에서 나오고, 이것이 게임과 시너지 효과를 내면 된다는 것이다.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즐기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재미를 추구하는 방법. 이것이 김형진 실장이 찾은 시리어스한 게임을 시리어스하게 개발하는 방식이다.

 


■ 김형진 실장 미니 인터뷰

 

특별히 한자 교육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 학습만화였다. 원작 만화를 보면 알겠지만 소년만화의 플롯을 가지면서 한자를 배워나가는 방식이 압도적인 재미를 주었다. 게다가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교육적 효과라는 측면에서도 매력적이었다.

 

 

교육용 타이틀이라는 것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분위기도 느껴진다. 발의 목적은 강연에서도 밝혔지만 ‘재미(FUN)’를 찾는 것이다. 솔직히 교육적 극대화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외우는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배울 때 재미가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개발팀에게도 교육용 게임이라기보다 재미있는 원작 만화를 게임으로 만들어 간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도 배우는 것이 목적이면 교육적 의미가 있어야 하지 않나. <마법천자문 온라인>은 한자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한자를 좋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임이 되었으면 한다. 사실 교육용 게임이 재미없는 이유는 게임이 교육이 될 때까지 콘텐츠를 푸시하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두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본다면. 원작 만화를 보면 한 권에 약 20자의 한자를 습득하게 해준다. 20권이면 400자 수준으로 상당히 적은 양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자를 익히고 재미를 준다. 교과서의 대용이 아닌, 교과서를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중간 과정에서 재미를 준 것이다.

 

 

교육용 게임이라면 저연령층을 공략할 수밖에 없다. 맞다. <마법 천자문 온라인>은 원작 팬층을 우선으로 공략하게 된다. 연령이 매우 낮다. 심지어 <메이플스토리>를 즐기던 유저보다 낮기 때문에 이 부분이 고민이다. 게임을 이해시키는 것이 아닌 PC 조작의 이해력도 고려해야 한다. 게임을 2D로 개발하는 것도 공간지각 능력을 고려해서 3D를 배제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시리어스 게임에서 성공 가능성을 보고 있나. 무조건 교육 능력이 높다고 해서 게임이 팔린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성공한 만화를 원작으로 해서 배움의 즐거움을 게임으로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달렸다. 성과보다 재미의 방향성이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받아들여진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그 재미라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메이플스토리>보다 재미없으면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