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콘솔 게임 시장은 아직까지 협소하다. 따라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존심을 죽이더라도 해외 파트너사와 소통하고, 그들의 협조를 받을 필요가 있다.”
Xbox360용 RPG <마그나카르타2>의 프로젝트 매니저(PM)이기도 한 소프트맥스의 콘솔 사업부 이주환 부장(오른쪽 사진)은 8일 열린 KGC 2009 ‘국제 공동프로젝트로서의 콘솔 게임 제작’ 강연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이주환 부장은 “구체적으로 그들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용을 쌓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자존심을 죽이더라도 그들의 기준에 맞춰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로마에서는 로마의 법을 따르듯, 콘솔에서는 콘솔의 전문가인 그들의 법을 따라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물론 우리가 낮은 자세로 그들의 기준에 맞춰 주는 것은 굉장히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꼭 그렇게 해서까지 콘솔 게임을 만들 필요가 있나?’라고 되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 게임 시장은 아직까지도 콘솔 게임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세계에서 인정을 받으려면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콘솔 게임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장인정신으로 마음을 코팅하라
이주환 부장은 <마그나카르타2>를 개발하기 위해 협업한 일본 파트너사의 예를 들면서, 해외 게임사의 신용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과 말이 통해야 하고, 우리나라와 확연하게 다른 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들이 가진 콘솔 게임에 대한 ‘장인정신’을 적극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환 부장은 “가령 일본 업계사람들은 정말 닭살이 돋을 정도로 ‘유저’를 떠받든다. 내 경우에는 그들의 그런 모습을 처음 봤을 때 그것이 단순한 가식이나 위선일 줄 알았다”면서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것이 ‘장인정신’에 기반을 둔 그들의 진실한 덕목이란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우리나라는 보통 ‘장인정신’이라고 하면 특이함 내지는 가식으로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 하지만 해외 파트너사의 신용을 얻고, 실제로 콘솔 게임으로 세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싶다면 없더라도 반드시 우리들의 마음을 장인정신으로 코팅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 전투적인 기질을 버릴 필요가 있다
이주환 부장은 해외 파트너사와 협업한다면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전투적인 기질’을 죽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투적 성향이 강하다고 무작정 일반화해서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회사의 문화나 시스템을 떠나서 ‘국가의 분위기’ 면에서 분명 그런 성향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물론 이것이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외 게임사와 협업하다 보면 이 부분이 여러 가지 면에서 문제점으로 작용한다. 특히 자꾸 ‘이기려고만’ 하다 보니 서로 평행선을 긋게 되고, 최종적으로 실패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 특유의 전투적인 성향이 해외 게임사와의 협업에서는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이주환 부장의 설명이었다.
이번 강연에서 이주환 부장은 해외 파트너와 콘솔 게임을 만드는 기술적인 노하우나 요령이 아니라, 갖춰야 할 마인드를 설명했다. 그들의 장점을 이해하고 흡수해야 하며, 소모적인 승부욕보다는 발전을 위한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