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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침체된 한국 게임음악, 개혁이 필요하다”

KGC 2009 펜타비전 류휘만 음악감독 강연

안정빈(한낮) 2009-10-11 00:09:48

<DJMAX>시리즈로 유명한 펜타비전의 류휘만 음악감독이 국내 게임음악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게임시장의 규모로 보면 전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아직도 한국의 게임 사운드는 해외 유명 작곡가의 이름만을 내세우고 있다. <라그나로크 2>의 칸노 요코나 <아이온>의 양방언 등이 대표적이다. 류휘만 감독의 불만은 여기서 비롯됐다.

 

그는 이처럼 해외 작곡가의 이름을 빌려야 하는 이유를 미디어와 장르의 차이에서 찾았다.

 

미국은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일본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SF와 판타지라는 상상의 세계를 자주 다룬다. 비현실적인 상상의 세계에서는 효과음이나 음악도 현실에는 없는 것들을 만들어 채워 넣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전이 진행된다.

 

게임 사운드 역시 철저하게 비현실적이므로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익힌 노하우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반면 국내 미디어 산업의 대부분은 사극이나 드라마 등 현실에 기반한 이야기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 비현실적인 효과음이나 음악이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다. 자연히 효과음과 음악도 현실에 있는 것만 다루게 된다. 영화나 TV 드라마 등에서 쌓아 올린 노하우를 거의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적으로 게임 사운드를 담당해 온 사람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국내 온라인게임 업체들 중 대부분이 상용 라이브러리의 사운드를 그대로 가져다 쓴다. 류휘만 감독은 미국은 80% 이상, 일본도 70% 이상이 자체 사운드를 사용하는데 국내의 자체 사운드는 10% 이하라고 밝혔다.

 

그나마 자체 사운드에 신경을 썼다는 게임도 외국의 유명 작곡가 이름만을 내세우고 있다. 국내에서 게임 사운드에 대한 연구와 발전 자체가 이루어질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 국내 아티스트에 대한 발굴이 이어져야

 

류휘만 감독은 글로벌 마케팅의 시대에서 게임 사운드의 중요성은 점차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선진국으로 갈수록 게임 사운드에 신경을 쓰는 경향이 짙다며 이를 위해서라도 게임 사운드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국내 게임 사운드의 발전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첫 번째는 국내 아티스트들의 발굴이다. 실력 있는 뮤지션에게 꾸준히 제작을 의뢰하고 프로모션을 맡김으로써 지속적으로 투자하자는 것이다. 특히 류 감독은 저작권적인 계약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국내 개발사의 입장에서는 큰 이익이 나는 것도 아닌데 이상할 정도로 게임음악의 저작권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대부분 저작권을 제작자가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저작권은 개발사가, 판권은 게임회사가 가지면 사용이나 응용에도 문제가 없고 아티스트의 권리나 유명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는 게임 이외에서도 사용될 수 있는 게임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류 감독은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게임이나 영화음악, 대중음악의 구분이 호모해지고 있다며 다양한 게임음악의 활용이 결과적으로는 게임음악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그는 사운드 파트의 연봉은 매우 적고 대우도 향상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는 다른 조건들이 충족되고 게임 사운드가 충분한 결과를 낸 이후의 이야기라며 게임 사운드에 대한 투자가 무조건적인 연봉향상으로 그치는 것을 경계했다.

 

 

 

■ 최고의 게임 사운드는 멜로디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최고의 게임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류휘만 감독은 멜로디를 첫 번째로 뽑았다. 그가 최고로 마음에 들어 하는 게임 사운드는 80~90년대의 8비트 게임기 시절의 사운드다.

 

80~90년대에는 거의 모든 게임이 게임기 내부에 내장된 전자음원만 활용할 수 있었다. 음색의 제약이 많은 만큼 멜로디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됐고, 그 결과 단조로워도 마음을 끄는 게임 사운드가 많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 류 감독의 주장이다.

 

이후 플레이백 방식이 사용되면서 게임기 내부의 효과음에서 벗어나 다양한 음색을 사용할 수 있게 됐고, 게임음악가가 아닌 사람들도 게임 사운드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음색이 다양해지면서 멜로디의 중요성은 오히려 낮아졌다는 것이다.

 

그는 편곡실력과 음질, 게임과의 동화, 퀄리티를 지키는 것 등은 아주 당연한 일이라며 이보다는 사운드 자체의 재미, 즉 멜로디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이널 판타지> <드래곤 퀘스트>시리즈 등에서 반복되는 멜로디들을 예로 든 류휘만 감독은 좋은 게임사운드 하나는 유저들을 더욱 게임 세계에 몰입시키고, 사운드 하나로 게임을 떠올리게 되는 기억의 각인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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