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소아암 환자들의 치료를 돕기 위한 비영리 게임이 개발돼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HopeLab'(희망연구소)은 지난 2일, PC용 슈팅게임 <리-미션>(Re-Mission)을 공개하고 소아암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리-미션>은 'HopeLab'이 2년 반 동안 종양전문의와 생물학자, 게임개발 전문가들이 함께 개발한 게임으로 총 400만 달러(약 39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그 중 370만 달러는 미국, 캐나다, 호주의 34개 도시에 있는 375명의 소아암 환자들로부터 게임에 들어갈 정보를 얻고 연구하는데 사용됐다.
'HopeLab'의 팻 크리스천 대표는 "'어린 소아암 환자들이 암과 싸워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고, 동시에 비디오게임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에 착안해 <리-미션>을 개발하게 됐다"고 동기를 설명했다.
<리-미션>은 단순한 슈팅게임이 아니라 게임플레이 속에 과학적인 암상식을 녹여낸 것이 특징이다. 게이머는 가상의 미래에 나노기술로 개발된 극소형 '나노봇'(Nanobot)을 조종해 소아암 환자 몸 속에 자라고 있는 암세포를 제거하는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정확히 맞춘다고 암세포가 퇴치되지 않는 다는 점이다. 게임에 등장하는 20개의 미션에는 각각 다른 종류의 소아암을 앓는 환자들이 나오고, 게이머는 암의 종류에 따라 그에 맞는 치료무기를 사용해서 암세포를 공략해야 클리어할 수 있다.
이렇게 <리-미션>은 단순히 소아암 환자들에게 병마와 싸울 용기를 주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암이 어떤 종류이고 무슨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도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게임속 미션에서 구해야할 20명의 소아암 환자들은 곧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HopeLab'의 팻 크리스천 대표는 "개발과 함께 진행된 임상테스트에서 소아암 환자들이 게임을 통해 자신의 병을 이해하고 치료 과정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됐다. 그 결과 생존률도 한층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어린 환자들을 위한 게임을 만들 목적으로 2001년 비영리 단체인 'HopeLab'을 설립하고, 게임으로서 완성도를 갖추면서 실질적인 도움도 주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리-미션>을 개발해 왔다.
<리-미션>은 현재 공식 홈페이지(www.re-mission.net)를 통해 10대 전후의 소아암 환자들에게 무료로 배포 되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소아암 환자와 부모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도 운영되고 있다.
일반인은 5월 1일 부터 <리-미션>을 다운로드 받아 플레이 할 수 있게 되며, 'HopeLab'측은 '20달러의 기부금'을 내도록 권유할 방침이다. 기부금은 <리-미션>을 소아암 환자들에게 무료로 배포하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한편, <리-미션>은 지난 3월에 개최된 '게임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이틀에 걸쳐 열띤 토론 세션이 이어질 정도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건강을 위한 게임’은 여러 측면에서 시도가 있었지만, 'HopeLab'의 시도는 훨씬 구체적이고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 폭력적인 게임의 판매금지 법안을 둘러싸고 정치가와 게임단체 사이에 법정다툼까지 벌어지는 가운데 등장한 <리-미션>은 게임의 순기능에 대한 밝은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리-미션>의 게임화면. 풀 3D 슈팅게임으로 개발됐다.
치료용 목적으로 개발됐지만 게임 자체의 완성도 역시 상당한 수준.
20개의 미션 마다 각각 다른 소아암을 앓는 환자들이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