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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해외로 눈 돌리는 국내 개발사들. K-게임은 변화할까?

서구권 게임 시장에 도전하는 게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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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4랑해요) 2021-09-28 19:32:50
국내 게임사들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단순히 국내 서비스 중인 게임을 해외에 출시한다는 뜻이 아니다. 기존의 쳔편일률적인 K-RPG나 모바일 게임이 아닌 콘솔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장르도 오픈 월드, 루트 슈터, 서바이벌 호러 등 기존 국내 게임에서 자주 시도되지 않았던 장르를 선택했다. 모두 서구권 시장을 노린 게임이다.

국내 게임사들이 콘솔에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서구권 시장을 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공 가능성을 점치는 한편, 이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본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도깨비>, <프로젝트 이브>. 기존 스타일 배합해 새로움 창출한 게임들

먼저 2021 게임스컴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펄어비스의 <도깨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도깨비>는 지스타 2019에서 첫 공개 되었으나, 당시 기대감은 <붉은사막>에 집중되어 있었다.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았던 <도깨비>는 이후 1년 동안 조용히 개발을 진행한 후, 2021년 게임스컴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에서 신규 트레일러를 공개했다. 공개와 동시에 분위기는 반전됐다.

<붉은사막>의 개발 연기 소식 이후 상대적으로 집중을 받은 탓도 있겠지만, 실제 트레일러로 보여준 게임의 모습은 차세대 그래픽과 다양한 인 게임 요소, 한국적인 요소를 적절하게 트레일러에 풀어냈다는 평가와 함께 유저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특히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았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갓 오브 워> 시리즈를 개발한 SIE 산타 모니카 스튜디오의 코리 발록 디렉터도 "이런 세상에, 이거 완전 대단한데? 당장 해보고 싶다"라며 <도깨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유로는 기존 장르를 적절히 배합해 '새로움'을 보여줬다는 것이 꼽히고 있다. 기자가 처음 트레일러를 봤을 때 받았던 느낌도 그렇고, 트레일러에 대한 게이머 반응을 살피면 "혼란스럽다"는 언급이 종종 보인다. 트레일러 내내 계속해서 새로운 요소가 등장한다. 우산이나 자전거를 타고 도시를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거대한 괴물과 싸우고, 그런 와중 변신하기도 하는 등 많은 요소를 트레일러 내에 녹여냈기 때문.

이런 트레일러의 혼란스러움은 <도깨비>의 개성으로 받아들여졌고 호평의 이유가 됐다. GTA, 포켓몬스터, 몬스터 헌터 등 <도깨비>를 정의하기 위해 여러 게임이 언급되고 있지만, "표절"이라는 주장은 찾기 힘들다. 정확한 평가는 게임이 출시돼야 가능하겠지만, 기존 게임 스타일을 다양하고, 조화롭게 녹여낸 것이 호평 요인이 됐다.

 

이런 펄어비스의 움직임은 전략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검은사막>으로 해외 시장에서 달디단 열매를 수확해본 경험이 크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이 움직이고 있다. <붉은사막>도 예외는 아니다.

 


 

9월 10일 진행된 PS 쇼케이스 2021에서 공개된 시프트업의 <프로젝트 이브> 신규 트레일러도 국내외에서 화제를 모았다. 

 

과거 국내에서 시프트업의 신작으로 소개된 바 있지만 정작 게임의 세부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었다. <프로젝트 이브> 관련해 새로운 소식이 들려온 장소는 PS 쇼케이스다. 플랫폼도 PS5.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출사표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영상을 통해 들려온 해외 유저들의 평가는 <니어: 오토마타>, <베요네타>, <데빌 메이 크라이> 등 유명 액션게임이 적절히 배합된 것 같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렇다고 단순히 기존 액션 게임의 성공 양식만을 따라하고, 디자인 또한 서구권 게이머 입맞에만 맞추지 않았다. '김형태 스타일'이 잘 드러나는 캐릭터를 내세웠다. 

 

과거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던 시절,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의 팬들은 해외에서도 상당히 있었다. 또한 엔씨소프트에선 <블레이드 & 소울>을, 시프트업 창업 이후엔 <데스티니 차일드>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가해 차별화를 더한 게임을 선보인 이미 선보인 바 있다.

 

그렇기에 <프로젝트 이브>는 유지 보수와 라이브 서비스가 중요한 온라인, 모바일게임이 아닌 자신의 스타일을 강화할 수 있는 콘솔 플랫폼을 통해 해외에 진출하겠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프로젝트 이브>


# 서구권 게임 시장에 도전하는 게임사들

사실 이런 움직임은 올해 초부터 조금씩 보였다. 과거 국내 게임 시장 안에서 매출 기반의 움직임을 보인 업체들이, 서구권 시장을 노린 게임을 선보이고, 성공하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는 것. 단순히 MMORPG 일변도였던 모습에서 탈피해 해외 시장에서 가능성을 보이는 장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이런 움직임을 깜짝 선보인 곳은 넥슨이다. 먼저, 넥슨의 <프로젝트 HP>는 PVP를 중심으로 한 액션 배틀 게임으로 중세 판타지 세계관에서 대규모 백병전을 벌인다는 콘셉트로 개발됐다. 

중세 백병전을 콘셉으로 잡은 대표적인 게임을 들자면 <하프라이프> 모드로 시작해 스탠드얼론 게임으로 발전한 <쉬벌리> 시리즈와, 유비소프트의 <포 아너>가 있다. 이 장르는 가능성도 있지만 리스크도 상당하다. 

<포 아너>는 마니아층, 라이트 게이머 모두에게 혹평을 받았다

백병전 전투를 소재로 삼았기에 진입 장벽이 높다는 것과, 병종이나 무기 간 밸런싱이 어렵기 때문이다. 가령 <포 아너>는 출시 초기 몇몇 캐릭터가 지나치게 심리전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패'의 이유가 밸런싱 하나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쉽지 않은 길인 만큼 제대로 된 작품을 내놓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령 2019년 4월 발매된 중세 백병전을 콘셉으로 한 <몰드하우>는 발매 두 달 만에 10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올렸다. 2021년 6월 발매된 <쉬벌리 2>도 약 두 달 만에 100만 장을 팔았다. 

 

만들기는 어려울지라도, 제대로 만들면 서구권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장르라는 뜻. 그리고 최근 활발하게 신규 유입이 이루어지고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넥슨의 자회사인 넷게임즈에서 개발하고 있는 <프로젝트 매그넘>도 비슷한 상황이다. <프로젝트 매그넘>은 3인칭 슈터 전투에 RPG를 결합한 루트 슈터 장르를 표방했다. 루트 슈터 장르는 해외에서도 잘 시도되지 않는 장르다. 게임 개발 및 라이브 서비스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한 예로 유비소프트의 <더 디비전> 시리즈가 야심차게 루트 슈터 장르에 도전했으나, 결국 오랜 기간 유저들을 잡아두는 데에는 실패했다. 파밍 난이도와 콘텐츠 소비 속도 조절에 실패하면서 지친 유저들이 대거 이탈했기 때문. 

 

<더 디비전 2>의 스크린샷. 적에겐 수십 탄창을 쏟아부어야 하는데, 플레이어 캐릭터는 한 대 맞으면 즉시 사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럼에도 좋은 무기를 파밍하기가 어려웠다. 이 문제는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심각해졌다

대신 2014년 출시된 번지의 <데스티니> 시리즈가 부동의 원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데스티니> 유저들도 "대체제가 없어서 이 게임을 한다"며 자조적인 농담을 할 정도. 그만큼 만들기 어렵고, 유저의 콘텐츠 소모 속도 조절과 정교한 파밍 시스템 구현이 어려운 장르라는 평가다. 멀티플레이를 주력 콘텐츠로 삼을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루트 슈터 역시 많은 마니아층을 보유한 게임 장르다. 대표적인 루트 슈터 게임인 <데스티니>와 <워프레임>은 늘상 스팀 동접자 수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개발이 어려워 다른 게임사가 꺼리는 장르일지라도, 제대로만 만들면 흥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실한 셈. 

 

위에서 언급한 "대체제"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기존 루트 슈터 게임에 질린 유저가 <매그넘>이 출시되면 한 번쯤 플레이해볼 가능성도 높다. 특히 넷게임즈는 과거 <HIT>, <V4> 등을 출시해 온 RPG 전문 개발사다. 루트 슈터 장르에 도전하는 것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이유다.

 

즉, 두 게임은 모두 서구권 시장을 타겟으로 했으며, 리스크가 있는 대신 분명한 수요가 있는 장르를 선택했다.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넥슨의 발걸음이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주목할 만하다.

 

두 게임 모두 국내에서 잘 시도되지 않았던 콘셉을 전면에 내세웠다

 

 

# 해외 시장에서 시작해, 꾸준히 성장한 개발사 &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통해 이미 해외 게임 시장에 자리잡은 크래프톤도 다양한 신작을 통해 점유율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먼저 <데드 스페이스> 개발에 참여한 바 있는 '글렌 스코필드'를 영입해 개발 중인 호러 어드벤처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2022년 발매할 예정이다. 

 

아직 호러 어드벤처라는 장르 외에 <칼리스토 프로토콜>에 대한 세부적인 게임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리고 호러 어드벤처는 자주 시도되지 않는 장르다. 2021년 기준 AAA 게임을 만드는 게임사에서 개발 중인 호러 어드벤처 게임은 많지 않다. 공포를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꽤 마니아틱한 장르기 때문. 

 

하지만 후속작 개발이 중단됐다가 시리즈 부활을 원한 팬들의 요청으로 리부트를 선언한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나, 21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올린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의 사례를 생각해 보면 웰메이드 게임을 선보일 수만 있다면 서구권에서 크게 성공할 수 있는 장르임을 알 수 있다.


<더 칼리스토 프로토콜>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배틀그라운드>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PUBG 유니버스'에 포함된다는 점도 흥미롭다. 2320년을 배경으로 하기에 <배틀그라운드>와 시기상으로는 매우 동떨어져 있지만, 게임이 출시되었을 때 어떤 설정을 통해 세계관을 연계시킬지 분명 주목해 볼 만한 대목이다. 만약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흥행한다면 크래프톤은 다양한 신작을 통해 'PUBG 유니버스'를 더욱 확대해갈 가능성이 높다.

외에도 크래프톤은 현재 개발 중인 탑다운 슈팅 게임 <썬더 티어원>의 스팀 사전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썬더 티어원>은 실시간 액션을 기반으로 하지만, 게임 템포가 느리고 전략적인 요소를 주 콘텐츠로 삼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탑 뷰 슈팅에 전략을 섞은 AAA 개발사의 게임은 흔치 않다. 

<썬더 티어원>

마지막으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후속작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도 언급해볼 만하다. <뉴스테이트>는 모바일 게임이기에 앞선 사례와는 조금 다르지만, 서구권 시장을 넘어 인도, 중동 지역까지 타겟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뉴스테이트>는 텐센트와 협업한 <배그 모바일>과 다르게 크래프톤이 단독 개발했으며, 중국 출시 계획이 없다. 그럼에도 사전 예약자가 4천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8월 2차 알파테스트를 아시아, 중동, 터키, 이집트 등 28개국에서 진행한 이유에 대한 답이라 볼 수 있다.

 

# PC와 콘솔 위주의 해외 게임 시장, 매출액 규모도 상승 중

 

지금까지 국내 게임업계는 진영간 대립하는 스토리, 거대 길드전을 전면에 내세운 일명 'K-RPG'에만 집중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기사에서 언급한 게임들을 살펴보면 분명 변화의 흐름이 보인다. 이유가 있을까?

 

먼저 서구권 게임시장은 콘솔과 PC가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매출액 상승세도 눈부시다. 게임산업 시장조사 기관 뉴주(Newzoo)에 따르면 작년 세계시장 매출 규모는 1,749억 달러로 전년 대비 20% 성장했다. 특히 콘솔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팬데믹이 전 세계를 삼키면서 사람들은 집 안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졌고, 엔터테인먼트 수단으로 자연히 게임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 이는 몇 년 전만 해도 게임 중독이 "질병"이라던 세계보건기구(WHO)가 사람들을 집에 머무르게 하기 위해 게임을 장려하는 입장을 취했다는 것에서 잘 드러난다.

물론 판데믹에 따른 변화는 특수한 상황이고 일시적일 가능성이 있지만, 해외 시장을 노리려면 AAA 콘솔 게임 타이틀로 승부를 봐야 하는 이유다.

 

PC와 콘솔을 합치면 모바일보다 점유율이 약간 높다.
 서구권으로 시장을 한정할 경우엔 PC와 콘솔 비중이 더욱 높아진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출처 : 2021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Newzoo)

그렇기에 국내 게임사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서구권에서 성공할 수 있는 AAA급 콘솔 기반 게임에 도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콘솔 기반이 아니더라도 유저 취향에 맞춘 니치 장르, 혹은 그들에게 대중적인 장르를 준비해야 하는 것을 당연한 일이다.


<프로젝트 이브>를 개발 중인 시프트업의 김형태 대표 또한 2019년 진행한 인터뷰에서 "완벽한 AAA 타이틀이라는 느낌보다, 지금 AAA급 타이틀에 도전하지 않으면 계속 같은 게임만 반복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도전했다"고 밝혔다.

 

2019년 <프로젝트 이브> 첫 발표 당시 사진

 

국내 게이머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도 포인트다. 주류 게임 소비자로 발돋움하고 있는 국내 20대, 30대 게이머들은 발달한 인터넷 환경을 통해 해외 유수의 게임을 접하며 자라 왔다. 이들은 더이상 천편일률적인 K-RPG가 아닌, 해외 유명 게임과도 게임성 하나로 맞붙을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원하고 있다. 모바일 위주로 돌아가던 국내 게임시장과, 이에 따르는 과금 피로도에 지쳐가는 유저들을 개발사가 놓쳤을 리도 없다.

 

특정 게임과 장르가 매출을 독식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그리고 이런 시장에서 성공을 노린다는 것은 다양성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앞서 말한 유저들의 과금 피로도 역시 한계에 봉착한 만큼, 더이상 국내 시장만을 노리거나 이를 위한 타깃 게임을 준비하는 행위는 이들에게 리스크로 다가왔을 것이다.


물론 해외 시장, 특히 서양 게임 시장을 노린 도전이 반드시 '성공'한다거나, 기존 스타일을 버린 '변화'가 완벽하게 이루어질 것이라곤 담보할 순 없다. 하지만 이런 변화의 흐름이 국내 개발사들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게임 회사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