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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갑자기 게임에 진심인 넷플릭스? '효과' 볼 수 있을까

구독자 수 성장 둔화와 고객 유지에 고민 느끼는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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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언(톤톤) 2021-10-01 17:23:06
최근 넷플릭스가 <옥센프리> 등 수작 게임을 만든 ‘나이트 스쿨 스튜디오’를 인수하면서 게임 사업을 향한 욕심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10월 중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케이트>를 바탕으로 만든 동명의 픽셀아트 액션 게임을 스팀에 출시할 예정이기도 하다.

넷플릭스가 게임 사업에 관심을 가져왔다는 것은 숨겨진 사실은 아니었다. 하지만 계속 지켜봐 온 것이 아니라면 넷플릭스가 언제부터, 어떻게, 왜 게임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지 정확히 알기 힘들다.

전 세계인의 머릿속에 영상 플랫폼으로 이미 굳건히 자리 잡은 넷플릭스가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그리고 경쟁이 심한 게임 산업에 발을 들이는 이유가 뭘까? 넷플릭스의 관심은 ‘갑작스러운’ 것일까? 넷플릭스의 과거 게임 관련 행보를 돌아보고 이들의 목표를 짐작해봤다. / 디스이즈게임 방승언 기자



# 꾸준히 관심 드러냈던 과거

사실 넷플릭스는 수년 전부터 게임에 손을 댔다. 2017년에는 외부 개발사를 통해 자사 인기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어드벤처 게임 <기묘한 이야기: 1984>를 내놓았다. 2018년에는 본격적 게임은 아니지만, 게임과 같은 인터랙티브 요소가 두드러지는 영화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런 행보가 미약한 관심 표명에 그쳤다면, 2019년에는 비로소 게임에서 느끼는 기업으로서의 ‘위기의식’을 조금 더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넷플릭스는 주주들에 보낸 서신에서 “우리는 현재 HBO보다는 <포트나이트>와의 경쟁하고 있다”고 적었다. 즉, 소비자가 여가를 영상보다 게임에 더 많이 투자하는 현상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같은 해에 넷플릭스는 <기묘한 이야기 3> 게임도 출시했다)

<기묘한 이야기 3>


게임이 소비자들의 영상 시청 시간을 앗아가는 현상은 주요 콘텐츠 시장 중 하나인 북미 등지에서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2021년 시장조사기관 뉴주는 미국 ‘베이비 부머 세대’로부터 ‘Z세대’까지 4세대에 걸쳐 전체 여가 활동에서 각각의 콘텐츠 소비에 쓰는 시간 비율을 조사했다. 그 결과 어린 세대일수록 영상보다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는 점이 드러났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여가활동 중 게임에 쓰는 시간은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21%, Z 세대는 25%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영화/드라마 스트리밍은 18%, 19%를 차지하며 두 세대 모두에서 2위에 그쳤다.

국내도 젊은 세대일수록 게임을 더 많이 즐기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월 발표한 2020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1년 동안 가장 많이 참여한 여가활동(복수 응답 가능)’ 조사에서 15~19세에 해당하는 10대의 경우 게임이 57.6%로 51.7%인 ‘모바일 콘텐츠 시청’보다 근소하게 높았다. 반면 20대는 게임과 모바일 콘텐츠 시청이 각각  44.1%, 51.7%였으며 30대는 각각 29.3%, 44.1%로 나타났다.

 

2020 국민여가활동조사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 게임 도전 본격화

2021년은 어떻게 보면 넷플릭스의 게임산업 진출 원년이다.

2021년 5월부터 넷플릭스가 게임 업계 출신의 임원을 물색 중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2021년 7월에 실제로 모바일 게임사 징가(Zynga) 출신으로 EA 모바일 부서, 페이스북 오큘러스 팀 등에서 근무한 이력의 업계 베테랑 마이크 베르두를 부사장에 임명했다.

8월에는 폴란드 지사 한정으로 넷플릭스 앱을 통한 모바일 게임 서비스를 출범시켰다.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기묘한 이야기> 게임 2종을 시범적으로 제공했다. 기존 가입자는 추가 요금 없이 게임을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서비스는 9월 스페인, 이탈리아 등으로 확장됐으며 <슈팅 후프>, <카드 블라스트>, <티터 업> 등 새 게임도 추가됐다.

폴란드 넷플릭스 모바일 게임 서비스 화면


자체 게임 개발, 출시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9월 20일에는 오큘러스 플랫폼의 ‘앱 랩’에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에덴>에 기반한 VR게임 <에덴 언어스드>가 ‘조용히’ 출시된 사실이 드러났다. 10월 23일에는 넷플릭스 영화 <케이트>에 기반한 액션 게임이 스팀에 나올 예정이기도 하다.

자사 게임 개발을 맡아 줄 스튜디오 영입도 시작했다. 28일 <옥센프리> 개발사 나이트 스쿨 스튜디오 인수를 발표한 넷플릭스는 “게임 속 스토리텔링의 새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나이트 스쿨 스튜디오의 대담한 비전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예술적 우수성(excellence)을 향한 집념과 이를 증명하는 성과를 가진 나이트 스쿨은 넷플릭스에 필요한 파트너”라고 전했다.

넷플릭스의 스튜디오 영입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7월 있었던 2분기 실적 발표에서 그레그 피터스 넷플릭스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최고제품책임자(CPO)는, 복수의 개발사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할 예정이며, 이미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과 함께 오리지널 게임 및 타사 IP의 라이선스 게임을 모두 개발할 계획이다.

스팀 출시 예정인 <케이트: 콜래트럴 대미지>


# 넷플릭스, 게임에서 뭘 원하나?

기존 가입자들에 게임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점에 미루어 볼 때, 적어도 현재로서는 넷플릭스가 게임을 별도의 ‘수익 창출 수단’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넷플릭스가 게임 사업을 통해 보완하려는 분야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모객과 고객 유지(retention)다. 넷플릭스의 ‘독주’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경쟁 OTT들이 등장하면서 넷플릭스는 신규 가입자 유치, 그리고 기존 고객 유지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먼저 모객 측면을 살펴보면, 디즈니+ 등 강력한 경쟁자가 사업을 벌이는 서구권에서의 급격한 성장 둔화가 두드러진다. 2021년 2분기 실적발표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 수는 154만 명으로, 1,010만 명이었던 전년 동기 대비 85%나 급락했다. ‘398만 명 성장’ 예상치에 미달했던 1분기와 비교해도 61% 더 적은 숫자다. 반면 2분기에 유료 구독을 취소한 사람은 43만 명이다.



그런데 이런 성장 둔화는 비단 경쟁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역시 성장 둔화의 이유로 ‘경쟁 심화’를 언급하지 않았다.

2분기 기준 미국·캐나다 넷플릭스 가입자는 7,400만 명으로 두 나라 인구 약 3억 6,751만 명의 약 20%에 달한다. 넷플릭스가 매월 구독료를 내는 유료 서비스라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비율이다. 사업 성숙기에 도달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따라서 모객보다도 고객 유지 쪽의 중요성이 점점 더 강조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 속 넷플릭스는 게임을 통해 소비자들의 서비스 체감 효용과 대세감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오징어 게임> 코스프레를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얼굴을 알린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2분기 실적발표 당시 인터뷰에서 게임을 통해 기존 서비스의 가치를 강화한다는 계획을 전했다.

그는 “게임은 핵심 서비스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생각해야 한다. 많은 투자가 이뤄지겠지만 별도의 이윤 풀은 아니다. 우리의 기존하는 거대 서비스를 강화하는 요소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 속 복장을 코스프레한 리드 헤이스팅스 (출처: 넷플릭스 코리아 공식 트위터)

 

 

넷플릭스가 게임을 이처럼 기존 서비스의 만족감을 배가시킬 ‘보조 수단’으로 보고 있다면, 노하우 없이 경쟁에서 앞서가기 좀처럼 힘든 게임 산업에 굳이 ‘후발주자’로 뛰어든 지금의 모습에서도 나름의 합리성을 찾을 수 있다.

시장 선도에 관심을 두지 않고, 기존 서비스에 긍정적 인식을 추가해줄 만큼의 ‘괜찮은’ 게임 제작이 목표라면 비용은 크게 절감될 수 있다. 실제로 그간 넷플릭스가 손을 댄 게임들은 소규모 작품들이고, 이번에 영입한 나이트 스쿨 스튜디오 역시 전체 직원 30명 미만의 작은 기업이다.


# 넷플릭스의 게임 사업, 효과 볼까?

그러나 이러한 전략이 과연 기대한 만큼의 리텐션 효과를 발휘해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낙관할 수 없다. 타깃 청중의 이질성 때문이다.

넷플릭스 구독자들의 콘텐츠 소비패턴을 가장 잘 보여주는 용어로 ‘빈지 워칭’(binge watching·정주행)이라는 신어가 있다. 한자리에 앉아 '폭식'하듯 영상을 몰아보는 행동을 말한다. 이처럼 넷플릭스는 수동적이고 정적인 콘텐츠로 정평이 나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대명사인 게임과 언뜻 생각하기에 잘 어울리는 서비스 성격은 아니다. 실제로 넷플릭스 게임들은 그동안 주목할 성적을 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위기를 맞은 신규 고객 유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까? 이 또한 다소 회의적이다. 업계에서는 익숙한 문제다. '신규 게임 플랫폼'이라 할만한 넷플릭스가 오로지 게임만으로 모객 효과를 보려면 폭발적 화제성을 지닌 신규 타이틀이 필요하고, 여기에는 보통 만만찮은 비용과 노하우가 요구된다.

'킬러 타이틀' 마련이 어렵다면 Xbox 게임패스와 같이 양질의 게임을 수백 종 이상 보유한 거대 라이브러리, 혹은 이를 원활히 수급할 네트워크 및 역량이 요구된다. 이 또한 넷플릭스가 단기간 내 달성하기에는 벅찬 목표다.

 

 

넷플릭스가 게임 사업에서 승부를 걸어볼 만한 지점은 물론 있다. 현재의 한국과 같은 콘텐츠 생산의 '파워하우스'를 찾는 일이다.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 이상을 전부 다시 한국 콘텐츠 업계에 재투자하기로 했을 만큼, 한국을 주요한 콘텐츠 수급처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에서 준수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가 생산될 수 있었던 배경에 '자유로운 제작환경'이라는 뒷받침이 있었던 것으로 업계는 평가한다. 배급사, 투자사 등 입김으로 작품 성격이 틀어지기 쉬운 여타 제작환경과 달리 넷플릭스는 적극적 투자와 창작자 자유를 병행해 오히려 전 세계에 어필할 매력적 작품을 받아 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넷플릭스가 게임 산업에서도 이처럼 ​좋은 창작 역량을 지닌 기업을 성공적으로 찾고, 동일한 전략을 구사한다면, 긍정적 결과를 맞이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기존 게임사 중에서는 MS의 Xbox 부서가 산하 스튜디오에 비슷한 태도로 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한 가지는 넷플릭스가 보유하고 있는 여러 오리지널 IP의 활용이다. 이는 이미 넷플릭스가 자사의 성공적 IP에 시도하고 있는 개발 형태이기도 하다. 그러나 넷플릭스를 떠나 게임산업 전반을 살펴봐도, 영상물 IP에 기반한 2차 창작 게임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사례는 흔치 않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나이트 스쿨 스튜디오를 필두로 우수 제작사들과의 협업을 천명한 넷플릭스. 과연 영상물 사업에서 보여준  제작사-배급사 간의 '윈-윈'을 게임계에서도 재현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