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의 축구 게임 <피파>의 제목 변경의 이유는 FIFA와 마찰이 원인이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피파>의 상표권을 쥐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EA가 제목 사용권 비용 및 범위를 두고 갈등을 빚은 끝에 재계약 무산 가능성에 봉착했다고 보도했다. 즉 피파없는 <피파> 시리즈의 루머는 사실이었다.
EA의 <피파> 시리즈는 지난 20년간 총 200억 달러(약 23조 8,000억 원)를 벌어들였다. 거대기업 EA의 여러 게임 중에서도 수익 견인차 구실을 하는 간판 타이틀이다. 단순 계산을 해도 1년에 1조 이상의 수익을 거둔 프랜차이즈 게임이라는 이야기다.
EA가 실존 조직인 FIFA의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FIFA 측과 체결한 명명 권리 계약을 통해서다. 이는 FIFA의 단일 광고 계약 중 최대 규모. 이를 통해 FIFA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연간 1억 5,000만 달러(약 1,785억 7,500만 원)로 알려졌다.
현재 발효 중인 명명 권리 계약의 종료는 2022년에 있는 카타르 월드컵 직후로 10년의 계약 기간이 만료된다. 그런데 해당 계약이 더는 연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캠 웨버 EA 스포츠 그룹 총괄 책임자가 직접 언론을 통해 소비자들에 전한 메시지에서 먼저 드러났다.
웨버는 “앞으로 우리는 글로벌 EA 스포츠 축구 게임의 이름을 바꾸는 아이디어도 모색하고 있다. 축구계 다른 모든 공식 파트너십 및 라이선스와는 별개로, FIFA와의 명명 권리 계약을 검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이는 지난 2년간 지속한 양측의 계약 재조정 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FIFA는 EA 스포츠에 월드컵 주기인 4년마다 10억 달러(약 1조 1,900억 원) 이상의 로열티 지급을 요구했다. 이는 EA 스포츠가 현재 지급하는 금액의 두 배 이상에 달한다.
재정적 갈등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용권 이용 범위에 관해서도 이견이 있었다. FIFA는 EA 측의 상표 사용을 게임 자체로 한정하길 원했다. 반면 EA 스포츠는 ▲실제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 활용 ▲게임 토너먼트 대회 개최 ▲NFT 및 디지털 상품 출시 등 새로운 활용 방안을 통해 프랜차이즈 생태계의 확장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합의는 연말에 최종적으로 결론지어질 예정이지만, EA 임원들은 이미 ‘탈 FIFA’ 계획을 세우고 있는 듯하다. EA는 10월 초에 EU와 영국 당국에 <EA 스포츠 F.C.>라는 새 상표를 등록했다.
EA는 FIFA와의 계약 파기가 게임에 치명적 위기는 아니라고 판단한 듯하다. EA가 해당 계약을 통해 획득했던 권리는 FIFA라는 조직의 이름 및 로고 사용권, 월드컵 관련 저작권 등으로 한정된다. 반면 EA는 FIFA 이외에도 UEFA나 세계 각지 리그와 직접 300개 넘는 계약을 체결 했다.
즉 선수들을 실제와 유사하게 게임 내에 표현할 권리를 쥐고 있다. 직접 선수를 모아 최고의 팀을 구성하는 FUT 모드가 <피파>의 핵심 콘텐츠라는 사실에 비춰볼 때, ‘FIFA’ 및 ‘월드컵’ 상표의 사용 중단은 실제로 수익 창출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FIFA와 EA는 모두 NYT 보도에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