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전국규모의 게임리그를 개최한다며 업체들에게 수억 원의 돈을 후원금 명목으로 요구한 일이 사실로 확인됐다.
디스이즈게임이 19일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33명이 소속된 ‘e스포츠와 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은 지난달 말 ‘대통령배 대한민국 e스포츠제전 공식종목 협찬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10여 개 게임업체에 발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산하 정청래 의원이 회장을 맡고 있는 ‘e스포츠 국회의원 모임은 2005년 4월에 아마추어 e스포츠의 활성화를 통해 e스포츠의 장기적인 발전기반을 마련하고 건전한 게임문화를 조성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e스포츠 국회의원 모임이 게임업체들에게 요구한 금액은 5억원 내외.
실제로 모임 사무국은 A게임업체에 공식종목 협찬사 자격을 부여하고 해당 게임회사에서 만든 게임을 대회 공식종목과 시범종목으로 선택하는 등의 조건으로 수억원을 요구했다. 사무국은 또 B업체를 직접 방문해 3억원 가량을 협찬해달라는 제안도 했다.
하지만 A게임업체 관계자는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용 대비 효과가 턱없이 낮은 상황에서 갑자기 거액을 들여 리그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는 것.
A사 관계자는 “리그를 진행하는 게임회사에 비슷한 공문이 전달된 것으로 안다”며 “특별히 강압적인 형태는 아니었고, 국회의원들이 게임업체의 상황을 잘 모르고 요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청래 의원 사무실의
하지만 대회는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박 비서관은 “정청래 의원이 e스포츠 활성화에 대한 필요성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고 국산게임이 중심이 되는 정부공인 e스포츠대회를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또 “대회를 통해 마케팅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는 게임업체가 있다면 여전히 후원을 받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스포츠 국회의원 모임 사무국에서 게임업체에 보낸 협찬제안서
어떤 게임대회 구상했나?
e스포츠 국회의원 모임이 만들겠다는 행사는 가칭 ‘대한민국 e스포츠 그랑프리’.
사무국은 행사기획서를 통해 국내에서 개발된 게임에 한해 치러지는 ‘K리그’, 해외기업들이 출시한 게임 중 국제대회에서 정식으로 채택된 게임으로 진행하는 ‘W리그’, 학교에서 단체로 참여하는 ‘스쿨리그’ 등 크게 3개의 리그를 구상했다.
이와 관련 사무국은 이미 2월과 3월에 조직위원회를 구성했고, 당초 예정대로라면 4월에 대회 출범식을 공식적인 행사로 열 계획이었다.
또 협찬사와 참가업체에 대한 윤곽이 어느 정도 잡히면 5월에 온라인-오프라인 예선전을 시작하고 7월에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별로 2차 예선전을 진행한 후 8월에 최종 결승전을 치르는 게 목표였다.
대회홍보를 위해선 온게임넷, MBC게임 등 게임전문방송사와 SBS, MBC 등의 공중파와 사전에 접촉했고 게임전문 주간지, 게임전문 온라인 미디어(웹진)와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었다.
한편 e스포츠 국회의원 모임이 ‘대한민국 e스포츠 그랑프리’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이미 세계적인 게임리그로 발돋움한 ‘월드사이버게임즈(WCG)’와의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WCG를 후원했고 ‘대한민국 e스포츠 그랑프리’를 후원할 예정이었던 문화관광부 내에는 벌써부터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최근 더 이상 특정대회(WCG)에 정부예산을 몰아주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e스포츠대회 후원으로 책정된 5억원의 예산을 엄격한 평가를 통해 다른 대회에도 분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화관광부에서 말한 5억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WCG 후원금으로 쓰였던 액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