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불공정한 약관을 이유로 국내 상위 10개 게임업체에 대해 강도 높은 시정조치를 내렸다.
공정위 약관심사과는 19일 “온라인게임 상위 10개 사업자의 이용약관 및 운영정책 중 게임 아바타를 구입한 후 환불할 수 없는 조항, 게임 계정 영구압류 조항 등 9가지 약관 조항에 대해 수정하거나 삭제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9개 약관의 조항은 게임업체의 책임과 의무를 경감시키는 반면, 게임 유저들의 정당한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등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약관법상 무효에 해당한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온라인게임 분야의 경우 사업자가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을 고객은 정해진 운영방법에 따라 이용하는 관계이므로 불공정 행위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게임업체는 NHN, 엔씨소프트, 넥슨, CJ인터넷, 네오위즈게임즈, 와이디온라인, 한빛소프트, 액토즈소프트, 엠게임,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10곳이다.
이 중에서 위메이드는 시정조치 대상 9개 약관 조항 중에서 8개를 지적 받아 가장 많은 시정조치를 받게 되었다. 가장 적은 곳은 NHN으로 4개 조항에서 시정조치를 받았다.
공정위 조홍선 과장은 “이번 시정조치를 통해 온라인게임 분야에서 불공정한 거래관이 개선되기를 바란다. 이번 조치로 소비자의 권익이 보호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아바타 등 디지털 콘텐츠 환불 불가조항 철회
공정위의 조사 결과 상위 10개 업체 모두가 아바타 등 디지털 콘텐츠의 환불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온라인 게임업체들이 아바타나 아이템, 회원제 서비스 등에 대해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 산업발전법’ 및 ‘디지털 콘텐츠 이용자 보호지침’에서 규정하는 청약철회가 불가능한 서비스라고 말하지만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의 청약철회 제한사유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온라인 게임업체로부터 구입한 아바타 등의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자가 7일 이내에 환불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다만, 환불 관련 시스템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공정위는 해당 게임업체들에게 1년의 유예기간을 주기로 했다.
■ 마구잡이식 계정 영구압류도 수정 대상
공정위는 “게임업체가 고객에게 취하는 계정 영구압류 조치는 실질적으로 계약의 해지에 해당하는 효과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사용되는 측면이 있다. 위반 사안의 경중 및 고객의 과실 여부 등에 따라 달리 적용되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수정한 약관의 한 예로 공정위는 클라이언트를 조작한 경우 1차 적발시 바로 계정을 영구압류할 수 있지만, 버그를 악용하거나 아이템을 복사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선 1차 적발시 15일 동안 계정을 정지 시키고, 2차 적발 이후 계정을 영구압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버그악용이나 아이템 복사의 경우 유저의 잘못도 있지만, 시스템을 완벽하게 만들지 못한 게임회사의 책임도 어느 정도 인정된다는 뜻에서 1차 경고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파악된다.
■ 고객 동의없는 창작물 무단 사용 조항 등도 개선하도록 요구
공정위는 고객에게 불리하게 약관이 변경됨에도 불구하고 7일 전에만 고지하면 효력을 인정해주는 조항, 고객의 게시물이나 창작물을 별도의 동의 없이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 있는 조항, 게임사의 관리소홀로 계정도용 등을 당해도 유저에게 책임을 넘기는 조항 등에 대해서도 개선하도록 요구했다.
또 하루에 게임 서비스를 중단하는 시간이 4시간 이하면 별다른 보상을 하지 않는 조항, 중도해지를 금지하는 조항, 광고성 프로그램의 강제설치 등에 대해서도 수정, 또는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에 심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게임업체들에 대해서는 한국게임산업협회에 협조를 요청해 자진해서 시정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