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문화재단이 17일 지스타가 열리는 벡스코에서 '장애인을 위한 게임 접근성 진흥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국립재활원 이평호 연구원은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한 보조기구 개발 사례를 발표했고, 카이스트(KAIST) 도영임 교수는 게임문화 생태계 관점에서 게임 접근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넥슨커뮤니케이션즈 임주현 팀장은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한 자사의 노력을 소개했으며, 한신대학교 최은경 교수는 장애인 e스포츠를 주제로 강연했다.
행사장에는 재단 김경일 이사장, 국민의힘 하태경, 허은아 의원,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찾아와 축사를 남겼다. 김경일 이사장은 "4차 산업 혁명은 게임 접근성으로 대변이 된다"며 "사용자의 장애 여부와 관계 없이 게임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하태경 의원은 자신이 장애인의날에 발의한 '장애인 게임접근성 향상법’을 언급하면서 "장애인 게임 접근 향상은 우리 사회가 당연히 해야 할 사회적 과제"라고 주장했다. 허은아 의원은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게임 안에서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차별은 없어야 한다"고, 조승래 의원은 "메타버스 시대, 유니버셜 디자인의 관점에서 게임을 바라봐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해당 토론회는 국립재활원이 10개월간 진행한 장애인 게임 보조기기의 성과 보고 성격이 강했다.
이평호 연구원은 자립생활 지원 기술 연구 목적으로 보조기기를 만든 사례를 소개했다. 이 연구원과 국립재활원은 뇌병변 장애인이 즐길 수 있는 적합한 게임을 찾고, 그에 따른 기기를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해외 사례를 조사하는 등 제반 조건을 검토한 뒤 게임, 장애, 심리 등 각 분야 전문가를 초빙해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국립재활원은 12~25세의 장애인을 대상으로 모임을 구체화했다. 개중에는 게임을 한 번도 즐기지 못한 참가자가 있었는데, 활동을 하면서 게임의 재미를 알아갔고, 이러한 활동들은 연구 개발에 반영되었다. 모임은 Xbox, 닌텐도 스위치 등 기존 콘솔 기기의 접근성을 평가하는 한편, 콘텐츠(게임)가 뇌병변장애인이 즐길 만한 요소를 갖추었는지 두루 검토했다.
그 결과, 자조모임은 게임 보조기기 개발을 위한 오픈소스 매뉴얼 제작에 착수했으며 장갑형 조이콘 스트랩, 장애인용 어댑티브 컨트롤러 등을 테스트할 수 있었다. 이평호 연구원은 게임 접근성 확대를 위한 연구 확산 및 전문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향후 계획으로는 뇌성마비 장애인 외 지체장애인, 근육장애인, 발달장애인과 노인, 아동에게도 접근할 수 있는 보조기기의 연구를 제시했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디스이즈게임 인터뷰로도 만날 수 있다. (바로가기)
카이스트 도영임 교수는 '게임 접근성을 다시 생각하다: 게임문화 생태계 관점에서 본 게임 접근성 확장'을 주제로 강연했다. 도 교수는 중복중증장애인과 그 가족은 게임을 통해 무엇을 경험하는지, 그리고 게임 경험은 그들의 일상 생활 속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해 연구했다. 이를 통해서 중복중증장애인 플레이어들은 미래에 게임을 통해 어떤 경험을 하고 싶어하는가 알아봤다.
도 교수는 앞의 자조모임(총 5가구)을 대상으로 게임 플레이 이후 장애인 본인과 가족의 경험 변화를 비교했다. 연구 결과, 이들 가구 구성원들이 게임을 플레이한 경험은 정서적, 사회적으로 긍정 영향을 경험했다. 도 교수는 이를 '웰빙'이라고 표현했으며, 자조모임에게서 여가는 물론 자신의 새로운 역량을 발견하는 등 정서적 웰빙과 가족 구성원과의 유대 강화, 새로운 친소 관계 형성 등 사회적 웰빙을 두루 관찰할 수 있었다.
한 참가자는 연구자에게 "게임을 하고 나서 삶이 웃기고 재밌어졌다. 게임을 하기 전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더 많다 느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게임을 하면서 가족들이 나를 더 잘 이해해주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이 연구 결과를 근거로 도영임 교수는 상업용 게임을 누구나 플레이할 수 있도록 개발하여 모두에게 열린 게임 플레이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게임 디바이스, 소프트웨어 등의 접근성을 향상하는 한편, 게임 리터러시 교육을 확대해 모두가 함께 게임 문화 생태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 가족의 게임 경험과 일상 생활의 삶의 질을 이해하기 위해서 심층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넥슨커뮤니케이션즈 임주현 팀장은 자사 노동자의 약 47%를 장애인으로 고용했으며, 그 가운데 61%를 중증장애인으로 고용한 자사 사례를 소개했다. NHN언테, 엔씨소프트, 웹젠드림, 넷마블 등 게임업계에서 장애인 고용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을 전달하면서 게임접근성 가이드라인이 제작된다면, 장애인을 위한 개발 방법이 공유될 수 있고, 그 결과 장애인의 복지 향상은 물론 게임 문화의 발전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신대학교 최은경 교수는 넷마블 등 게임사의 장애인 e스포츠 진출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e스포츠에 장애인 접근권이 보다 폭넓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안산시의 장애인 전용 e스포츠 경기장 개관과 공익방송의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 등을 언급하면서 비장애인뿐 아니라 장애인도 e스포츠 산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토론회 영상은 게임문화재단 유튜브에서 다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