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 리턴>은 여러모로 신데렐라 같은 게임이었다.
마케팅 비용은 0원. 주어진 개발 기간은 단 1년. 홍보조차 힘들어 개발사가 직접 커뮤니티를 돌며 게임을 소개했다. 출시 당시 목표 동시 접속자 수는 1,000명이었다. 회사에 불이 나 긴급하게 사무실을 이전한 일도 있었다.
그러나 <이터널 리턴>은 2021년 최고 동시 접속자 수 5만을 달성했다. MS와의 계약을 통해 Xbox 게임 패스에도 추가됐다. 첫 삽을 뜰 때만 하더라도 상상조차 힘든 일이었다. <이터널 리턴>의 성장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김남석 대표의 지스타 2021 강연을 요약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커뮤니티와의 지속적인 '공명'이 가장 중요하다.
먼저, <이터널 리턴>은 아직 얼리 엑세스 게임이다. 그렇기에 김남석 대표는 이번 발표에서 "작은 개발사의 도전"이라는 부제를 달았다고 밝혔다. 또한, 강연 내용은 개인적인 생각이며, 님블뉴런이나 국내 파트너의 공식적인 견해는 아니라고 언급했다. 그만큼, 진솔한 내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강연 내용을 한 단어로 축약하면 "공명"이다. 하나가 울리면 서로가 공명하며, 소리가 증폭된다. 중요한 것은 주기적으로 힘을 전달해야 공명이 증폭된다는 점이다. 게임에서 중요한 공명은 "커뮤니티와의 공명"이다. 커뮤니티의 고유 진동수는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에 면밀히 관찰해야 하며, 이 끝없는 울림의 과정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공명"의 과정이 어떻게 <이터널 리턴>을 발전시켰을까?
"공명"
이런 울림의 여정을 넓고 깊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님블뉴런은 소위 말해 '실패했던' 개발사였다. 글로벌 게이머와의 공명을 위해 도전했지만, 2012년 창업 후 개발한 게임들은 모두 시장에서 철저히 실패했다. 사무실에 불이 나 소호 사무실로 대피해 12개의 방에 나뉘어 게임을 개발한 적도 있었다. 출시를 앞두고 퍼블리싱이 취소되어 소위 말하는 '연옥'을 체험하기도 했다.
그런 와중 캐릭터 기반 실시간 생존 배틀 전략 PvP게임 <이터널 리턴>(당시 게임 제목은 <블랙 서바이벌: 영원회귀>)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김남석 대표는 <이터널 리턴>의 장르에 대해 '싱글플레이 MOBA'라고 여기고 있다 언급했다. 혼자서도 실력을 뽐낼 수 있는 게임이다.
<이터널 리턴> 개발에는 정말로 마지막이라는 절박함이 들어갔다. 누군간 언젠가 만들 만한 게임, 색다른 감성과 재미를 줄 수 있는 가치 게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마케팅 비용은 0원, 개발에 주어진 시간은 1년 남짓이었다.
개발 5개월 후 첫 테스트를 시작했다. 제대로 된 홍보조차 힘들어 '레딧' 등 다양한 커뮤니티를 돌며 테스터를 모았다. 첫 반응도 굉장히 나빴다. 퍼블리싱 요청도 대부분 거절당했다.
개발 초기 <이터널 리턴>
힘든 과정이었지만, <이터널 리턴>의 가능성을 보고 남아준 커뮤니티 유저들이 있었다. <이터널 리턴> 크레딧에 오른 유저들이 당시 남아준 유저들이다. 즉, <이터널 리턴>을 믿고 꾸준하게 게임에 남아준 유저가 개발 동력이 되었다는 이야기로 보인다.
꾸준하게 개발에 전념한 결과, 7번의 테스트 과정에서 <이터널 리턴>은 2만 8천여 명의 커뮤니티 유저를 모을 수 있었다. 스팀 얼리엑세스 출시 후에는 동시 접속자 수 5만을 돌파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문제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게임을 오픈하고 나니, 유저들을 통해 문제점이 하나하나 드러났다. 이후 개발팀은 실력, 에너지, 열정을 쏟아부어 <이터널 리턴>에 울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MS, 스팀, 트위치 등과 교류하면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도 있었다.
# AAA와의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한 가지 문제점이 발견됐다. 좋든 싫든 AAA와 경쟁해야 한다는 것.
"인디"라는 방패에 영원히 숨을 순 없다. 게이머들은 어중간한 게임이 아닌, 분명한 AAA 게임을 원한다. AAA 게임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면 과감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AAA 게임과의 경쟁은 필연적으로 찾아온다
김남석 대표는 여기서 언급한 "AAA 게임"이 개발비로 몇 백억이 들어가거나, 어마어마한 마케팅 비용이 생긴 게임은 아니라 언급했다. 김남석 대표가 생각하는 AAA란 "기대감의 실현"을 말한다. 유저의 기대, 개발사의 약속이 실현되는 구체적인 경험. 약속이 지켜지면서 생기는 신뢰감. 이 지속적이고 주기적인 사이클이 AAA를 만든다.
이를 위해선 게임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김남석 대표가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 중 하나는 Xbox 게임 패스로 대표되는 "구독, 클라우드 게이밍"이다.
가령 강연에서 제시된 사진은 실제 게이머의 트위터에서 가져온 것인데, Xbox 게임 <페이블>을 아이패드로 플레이하며, PS 컨트롤러 '듀얼 쇼크'로 조작하고 있다. 김남석 대표는 이런 환경 파악을 위해 전 직원에게 게임 패스 3개월 구독권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스팀 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PC 플랫폼이 콘솔 하드웨어에 도전하는 이유를 살펴야 한다고 언급하며, 언젠가는 게임 컨트롤러 표준이 다시 조이스틱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 각 게임에 맞는 AAA 경험 필요
김남석 대표는 공명을 일으키는 '혁신'을 위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AAA 게임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도, 내 게임을 어떻게 AAA로 도약시키냐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고객이 원하는 AAA 경험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가령 인디 게임 <언터테일>에 30억 가량의 비용이 든 CG 트레일러를 선보인다고 해서 유저 반응이 반드시 좋다고 담보할 순 없다.
즉, 설령 자신이 만들고 있는 게임이 AAA 경험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해도, "내 게임에 적합한 AAA 경험은 무엇인가?", "어떻게 AAA로 도약을 이룰 것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가치가 있단 것이 김남석 대표의 설명이다.
예를 들자면, "<이터널 리턴>으로 <오버워치>를 만든다면?"이라는 상상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동서양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아트 스타일로 <이터널 리턴>을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 요소를 게임에 녹여내기 위해 3인칭 카메라 형식을 도입할 수도 있다.
그리고 여기에 RPG와 아레나 형식을 덧붙이는 상상을 할 수 있다. RPG 요소를 투입하고, 액션에 집중한 스킬셋을 구현한다. 몬스터 헌팅 요소를 추가하고. 몬스터마다 패턴과 공략 요소를 추가한다. 다양한 지역에서 재료 아이템을 파밍토록 만들 수도 있다.
게임도 아레나 형식 배틀로얄로 바꾸어, 맵 중앙으로 갈수록 강력한 몬스터가 등장하도록 만든다. 몬스터를 처치해 고등급 아이템을 수집하고, 이런 고등급 아이템을 통해 최후의 1인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이터널 리턴>으로 <오버워치>를 만든다면?"이라는 생각은 "글로벌 TPS/FPS 게이머를 타겟으로, <이터널 리턴>의 실시간 RPG 생존 배틀 아레나를 제안"하는 상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김남석 대표는 강연을 노력하며 <이터널 리턴>은 아직 부족한 게임이지만, AAA를 향한 도전은 멈출 수 없는 만큼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최근 게임계 화두로 오른 P2E에 대해선, Play To Earn이 아닌, Play To Enjoy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모든 게임 종사자들과 게이머들에게 존경을 보내며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