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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지스타 2021] 인디 게임 개발자의 적 "포기 압박"

팀 사모예드 '팀파이트 매니저' 개발기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주(4랑해요) 2021-11-20 13:54:26
"개발 과정에서 '포기 압박'이 오는 순간이 반드시 있다"

팀 사모예드의 남현욱 프로그래머가 지스타 2021에서 <팀파이트 매니저>에 얽힌 개발 비화를 밝혔다. 남현욱 프로그래머는 자신이 블로그 플랫폼 '브랜치'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게임 기획과 포기 압박'을 언급하며 포기 압박 속에서 어떻게 게임을 완성할 수 있었는지, 게임 홍보는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설명했다.

다음은 남현욱 프로그래머의 강연 전문이다.

 


 

# 과감히 회사에 사표를 던지다

 

<팀파이트 매니저>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면 e스포츠 팀 감독이 되어 밴픽을 진행하고, 구단이 우승할 수 있도록 돕는 게임이다. 경기 내용은 간섭할 수 없으며, 자신이 육성한 선수가 어떤 챔피언을 사용할지 밴픽하는 과정이 핵심이다.

 

'팀 사모예드'는 2015년 6월 첫 결성된 팀이다. 남현욱 프로그래머와 형 남현빈 아트 담당으로 이루어진 2인 개발 체제다. 본래 남현욱 프로그래머는 게임 개발에 관심이 많았고, 전역한 형을 설득해 게임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첫 게임은 2016년 3월 경 완성됐다. 간단한 모바일 퍼즐 게임이었다. 게임 기획, 개발 출시까지 이루어지는 사이클을 경험하기 위해 개발했는데, 게임을 완성해 보니 꽤 적성에 맞다고 느껴졌다. 이후 계속해서 게임 개발에 전념하고 싶었지만, 병역 문제가 있었다 남현욱 프로그래머는 6월 경 산업 요원으로 복무를 시작했다.

 

이후 4년 정도 회사를 다니며,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게임 개발을 시도했지만 성공은 어려웠다. 약 14개에서 16개 정도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성공한 것은 단 두 개였다. 이에 제대로 개발을 시작해 보자는 마음으로 퇴사를 결정했다. 남현욱 프로그래머는 같은 환경에서 같은 과정을 반복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퇴사 후 실패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조건을 정했다. 장르는 기존에 한번 성공해봤던 시뮬레이션 장르로 정하고, 개발 기간을 1년으로 정했다. 금전 문제가 컸다.

어떻게든 게임을 완성해서 출시하자는 마음가짐을 가졌다. 다시 기획부터 출시까지 풀 타임으로 게임 개발에 집중하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여러 아이디어를 생각한 끝애 e스포츠 운영을 소재로 해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에에서 <팀파이트 매니저>가 출발했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다른 스포츠 게임이라면, 실제 스포츠의 룰을 그대로 따 오면 된다. 스포츠 게임 유저도 실제 스포츠 룰에 익숙하다. 그러나 e스포츠는 원본 게임 자체에 저작권이 있다. 그대로 e스포츠 게임을 가져와 시뮬레이션 게임 형태로 만들 수 없다. 룰도 자주 바뀌며, 게임에 새로운 콘텐츠가 추가되면서 경기 양상이 변하기도 한다.

 

 

e스포츠 게임 자체를 새롭게 하나 만들 수밖에 없다. 가상의 e스포츠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게임 속 게임, 가상의 선수가 등장해야 한다. 그렇다면 유저가 룰에 익숙치 않아 이해해야 할 정보가 많아진다. 따라서 단순하게 게임을 만드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다.

게임 룰도 데스 매치 형식으로 결정했다. 정해진 시간 동안 상대를 더 많이 처치한 팀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실제 e스포츠 게임, 가령 <롤> 같은 경우는 더욱 복잡한 룰이 있지만, 앞서 말한 대로 룰 단순화가 아니면 유저가 이해해야 할 정보가 늘어나 데스매치 방식으로 결정했다.

게임 초반에 사용할 수 있는 챔피언도 전형적인 모습으로 만들어 이해가 쉽도록 했다. 선수 능력치도 초기에는 여러 요소로 나누려고 기획했지만, 결국에는 공격력과 방어력 두 가지로 단순화했다. 능력치가 많으면 유저 입장에서 이해해야 할 정보가 늘어나기 떄문이다. 직관적으로 빠르게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니 게임 깊이가 얕아졌다. 너무나 단순했다. 그렇기에 일부분에선 복잡성을 더했다. 게임을 진행하며 순차적으로 룰이 확장되도록 만들었다. 처음에는 2vs2형식으로 대회가 진행되지만, 다음 시즌이 오면 3vs3 그 다음 시즌은 4vs4로 확장되는 식이다.

게임 속 챔피언도 총 40개가 있는데, 처음에는 8개만 고를 수 있도록 시작해 "게임 업데이트"를 명목으로 차차 추가되며 플레이어가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팀을 경영하는 부분은, 처음엔 다른 스포츠랑 비슷하게 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지역별 리그가 있고, 그 안에 팀들이 구성된 식이다. 이번에도 복잡성이 느껴졌다. 학습해야 할 정보가 많아졌다. 결국 리그나 경영 시스템도 단순화시켰다.

선수들의 솔로 랭크, 훈련법 지시, 세세한 전술 시스템, 제계약 등의 요소도 고려되었으나, 학습 포스트가 너무 크게 늘어났다. 이를 모두 간략화하고 밴픽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게임 핵심의 재미가 밴픽이었기 때문에, 여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잡았다.

간략화를 시키면 성장 - 밴픽 간 균형에 문제가 생긴다. 이걸 맞추기가 어렵다. 가령 선수 능력치가 높으면 게임을 무조건 승리하는 식이다. 이렇게 게임이 진행되면 재미가 없다. 반대로 밴픽만 잘 했다고 승리하면 팀 성장이 의미가 없어진다. 밴픽의 재미를 살리면서도 성장의 즐거움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이 부분이 가장 고민이 많았다.


# 포기 압박

이 때 '포기 압박' 도 많이 들었다. 포기 압박은 스트레스와 다른 개념이다.

포기 압박을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은 팀 경영이었다. 시뮬레이션과 자동 전투는 분명 재미가 있었지만, 이 매커니즘 위에 성립되는 팀 경영 요소의 재미가 부족했다. 계속해서 수정해 본들 흥미가 솟지 않았다. 밴픽 시스템과 맞지 않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몇 개월 동안 경영 시스템 개발에만 집중했는데,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아 답답하고,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결책을 찾기 전까진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를 참고 잘 견뎌야 한다.

개발 과정에서 포기 압박은 반드시 마주치게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를 인정하고, 압박이 찾아왔을 때 잘 견뎌야 한다. 시간이 지나고 깨달은 내용이지만, 회사를 다니며 게임을 개발할 때 완성을 하지 못했던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이 들었다. 

회사를 다니며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를 관리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회사를 다니며 집에서 게임을 만드니 몸과 마음이 지쳐 해결책도 안 나왔고, 결국 게임 개발을 중도에 포기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팀파이트 매니저>를 개발하며 얻었던 가장 큰 성과는 이 포기 압박의 존재와 대응법을 알았다는 것이다. 즉, 포기 압박이 올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압박이 찾아왔을 때 잘 인내해야 한다.

 


 

# 개발하며 지킨 세 가지 원칙

 

<팀파이트 매니저> 개발 과정에서 중요히 여긴 것은 세 가지다.

- 여유를 갖고 건강하게 개발하자.
- 대충 만들고 빠르게 확인하자.
- 항상 플레이 가능한 빌드를 유지하자.

가장 중요한 것은 "여유를 가지고 건강하게 개발하자"다. 게임 개발자는 커피를 엄청나게 마시고, 밤을 매일 새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운다는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저희는 이렇게 개발해야만 좋은 게임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 판단했다. 건강하고 여유 있는 개발자가 좋은 게임을 만들지 않을까 했다.

게임은 생각보다 플레이하는 데 많은 체력을 소모한다. 퇴근 후 피곤한 상태로는 게임을 하기 생각보다 힘들지 않나? 게임 개발자도 플레이어 입장에서 게임이 재밌는지 아닌지 테스트해야 하는데, 개발에 지쳐 테스트를 제대로 할 여유가 없으면 결과물이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규칙적으로 일하는 데 집중했다.

시간 안에 일정을 끝내지 못해도 야근을 하기보단 일정을 미뤘다. 대신 다음번엔 미뤘던 것을 고려해 더욱 유익하게 개발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위에서 말한 '포기 압박과도 연결된다. 기획 과정에서 마주치는 포기 압박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이를 견디기 위해 최대한 여유롭고 건강하게 개발해야 한다 판단했다.

"대충 만들고 빠르게 확인하자"는, 저희가 게임 개발 경력이 적어 열심히 토론하고 기획을 해도 그림이 잘 안 그려진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빠른 개발은 소규모 개발 팀이 가진 장점이기 때문에, 빠르게 개발하고, 즉시 이를 테스트로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각각의 기능이 게임 상호작용해야 하는데, 이걸 테스트하기 위해선 항상 플레이 가능한 빌드가 있어야 한다. 테스트 플레이를 많이 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 <팀파이트 매니저>의 개발 흐름

 

개발 흐름은 다음과 같았다. 개발을 시작하면 하나의 마일스톤을 기준으로 목표를 세운다. 목표 안에서 무엇을 구현하고 테스트할지 구체적으로 기획한다. 기획 후에는 어떤 일정으로 개발될지 추산한다.

1차 개발과 작업에선 빠르게 이를 구현하는 데 집중한다. 아트도 퀄리티보단, 빠르게 빌드에 넣어 테스트 할 수 있는 것을 만드는데 집중한다. 아트를 넘겨받아 작업하고, 외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이를 추가하면서 퀄리티를 개선한다.

테스트 빌드까지 나오면 형이 플레이하는 과정을 구경하며 어떻게 게임에서 구현되고 작동하는지 체크한다. UI나 AI, 시뮬레이션 요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며 수정했다.

결과물이 만족스러우면, 아트는 자잘한 퀄리티 개선에 집중한다. 이 간격은 보통 한달 정도를 거쳐 진행됐다. 정식 출시 후에는 개선하거나 추가할 사항이 많아져 한달 반 정도에서 두 달 정도로 늘어났다.

 

 

기획은 서로 같이 했다. 게임 출시 후 인터뷰에서도 그렇고, 주위에서도 많이 들어온 질문인데 "형제끼리 개발하는데 싸우지 않냐", "기획에서 부딫히면 어떻게 되나"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기획은 서로 같이 했다. 게임 출시 후 인터뷰에서도 그렇고, 주위에서도 많이 들어온 질문인데 "형제끼리 개발하는데 싸우지 않냐", "기획에서 부딫히면 어떻게 되나"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개발 과정에서 충돌이 없을 순 없다. 게임 디렉터가 별도로 있는 것은 아니며, 양쪽이 합의할 때까지 기획을 진행하기 때문에 충돌이 많이 있었다. 그럼에도, 서로 생각하는 기획 방향이 비슷해 잘 합희했던 것 같다. 감정 충돌은 없었다.

개인적인 감정보단 근거에 기반에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게임은 재미가 목표고, 재미는 주관적이다. 무작정 재미가 없단 이야기를 하면 주장이 모호해진다. 특정 이유에 근거해 재미가 없다. 우리 목표는 이것인데, 이 요소는 이래서 목표와 잘 안 어울린다. 추상적이기보단 구체적 근거를 통해 이야기하니 소통하기 편했다.

의견에 대한 비판을 팀원에 대한 비판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이 오래 기획한 것이라면 애착을 가질 수 있다. 이 경우엔 기획에 대한 비판을 자신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이고, 억지로 의견을 관철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의견 공유에 방해가 될 수 있어 객관적으로 생각하지 위해 노력했다.

최대한 게임 재미에만 집중해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니, 큰 충돌 없이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획이 진행된 것 같다.

 

 

# 관심 가져 준 게이머들과 스트리머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다음은 마케팅이다. 요즘 마케팅이 꽤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팀파이트 매니저>의 마케팅 비용은 0원이었다. 여유가 없어 돈을 안 쓰고 할 수 있는 마케팅을 확인해 보자고 결정했다. 스팀 상점 페이지를 꾸미고, 커뮤니티에 게임을 홍보하고, 웹진 프레스 메일에 <팀파이트 매니저> 정보를 보내기도 했다.

글을 통해서만은 게임 재미를 파악하기 힘드니, 인터넷 방송 같은 것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했다. 게임에 관심을 가져 주실 만한 스트리머 분들에게 정중히 플레이를 부탁드렸다. 순전한 호의에 의존하는 방식이라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게임 플레이해 주셨다.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다. 반응도 좋았다. 방송 효과가 굉장히 컸다.

출시 후 이모저모에 대해 말씀드리면, 출시 초기에는 한국 판매량이 가장 많았는데, 이후 중국 등 해외 비중도 올라갔다. 최근 러시아 스트리머가 게임을 즐겨 주신 후 러시아 판매량이 많이 올라갔다.

 

 

이외로 어려웠던 것도 있었다. <팀파이트 매니저>는 월말에 출시될 거라 생각했다. 왜나하면 스팀 수입은 말일에 지급받는다. 2월 수익은 3월 말에 들어온다. 월 초에 게임을 출시하면 두 달 가까운 기간이 지나야 하는 셈이다. 출시 때 돈이 많이 궁했던 상황이었는데, 월초에 게임을 출시해 많이 힘들었다. 사소하지만 꽤 중요하다고 느꼈다.

국제 e스포츠 대회 기간에 판매량이 증가했다는 점도 인상깊다. 롤드컵이나 MSI 때 눈에 띌 정도로 <팀파이트 매니저> 판매량이 상승했다. 내년에도 같은 현상이 반복된다면 확실하지 않을까 한다.

<팀파이트 매니저> 개발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회사에서 개인적으로 개발할 때랑, 풀 타임으로 게임을 개발할 때랑 느껴지는 압박감이 완전히 달랐다. 그래도 출시후 반응이 좋아 정말로 기뻤다. 내가 만든 게임을 사람들이 재미있게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즐거웠다. 현재 <팀파이트 매니저> 업데이트를 마무리하고 다음 게임을 고민하고 있다. 

남현욱 프로그래머는 "다음 게임도 재미있게 만들어 보겠다"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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