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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지스타 노출은 줄었지만, 소음 전쟁은 여전

지스타 2009 복장·소음·연령 등 각종 규정 현장점검

이터비아 2009-11-29 11:50:27

지스타 2009에서는 국내 게임쇼의 오랜 숙제였던 노출, 소음, 연령제한에 대한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규정은 올해 지스타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 현장에서 잘 지켜지고 있을까.

 

결과만을 말한다면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업체 자율로 규정을 지키는 분위기도 형성되어 가고 있다. 다만, 소음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디스이즈게임은 역대 1일 최다 관람객 기록을 세운 지스타 2009 셋째 날(28일) 행사 규정의 준수 여부를 점검해 보았다. /부산=박상범, 현남일 기자


 

■ [노출] 복장규정 지키는 분위기, 보완도 필요

 

부스모델의 노출에 대한 지스타 규정집에 따르면, 비키니 및 속옷 형태의 의상 착용을 금지하고, 하의 착용 시 골반 위로 착용하며, 골반 라인에서부터의 옆트임과 상의 등부분 2/3 이상 노출을 하지 못 하도록 되어 있다.

 

지스타 2009에 참여한 부스모델의 복장은 규정을 잘 지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의가 골반에 걸쳐지거나 등이 절반만 파이고 치마를 짧게 입는 등 아슬아슬한 부분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관계자와 관람객들도 “대체로 규정을 잘 준수하는 게 보기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코스튬 플레이 모델에 대한 복장 규정은 없어 애매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스타 2009 개막일 이슈가 되었던 <블레이드앤소울>의 캐릭터 코스튬 플레이가 중단된 것도 복장 규정이 없어 조직위의 점검을 받지 않았다는 것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정규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조직위의 점검을 받지 않았고 통보도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출이 심해 엔씨소프트가 중단 결정을 내린 <블레이드앤소울>의 코스튬 플레이.

 

 

■ [연령제한] 플레이 영상의 노출에 대한 규정 필요

 

지스타 2009에는 이용 연령이 높은 게임들이 다수 출전한 만큼 처음부터 참가업체별로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다.

 

지스타 규정에서는 성인물의 전시 제한 항목을 신설되어 있다. 부스 통제요원을 상주 시켜 해당 연령 이하 관람객의 출입을 금지하고 부스 안의 콘텐츠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과 NHN의 <테라>는 부스를 폐쇄형으로 구축했고 네오위즈게임즈의 <에이지 오브 코난>은 시연대의 높이를 올려 미성년자가 체험존의 화면을 보기 어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에이지 오브 코난>의 경우 자칫 미성년 관람객에게 잔혹한 장면이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관람객들이 이동하면서 부스 밖에서 보게 되는 모니터 만큼은 부스 중앙 쪽으로 보이도록 방향을 바꿔야 했다는 것이다.

 

이에 조직위 관계자는 “"플레이를 통해 외부에 공개되는 영상도 규정에 해당되도록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외부에서 플레이 장면을 충분히 바라볼 수 있는 <에이지 오브 코난> 부스.

 

 

■ [소음] 여전히 규정 초과, 부스 간 신경전까지

 

지스타 규정집에 따르면 스피커 앞 1미터에서 85dB(데시벨), 3미터 앞에서 75dB을 넘지 않아야 한다. 큰 소리가 멀리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높이 3미터 이상에 설치된 스피커의 방향은 부스의 중앙이나 아래로 향해야 한다.

 

하지만 지스타 둘째 날인 27일까지는 주최측 측정 기준으로 90dB 이상의 소음이 다수의 대형 부스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에서 자진해 규칙을 지켜야 하는데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서로 규정을 지키지 못 하고 심지어 부스끼리 미묘한 신경전이 빚어지기도 했다.

 

특히 근처에 몰려 있으면서 유난히 큰 소음을 발생시키는 NHN, 블리자드, 네오위즈게임즈, 엠게임, 와이디온라인이 소음 전쟁을 벌이면서 근처 B2B관에서 진행되던 한 업체의 행사마저 방해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스타 주최측이 여러 차례 주의를 줬지만 소음을 줄이는 것은 그때 뿐, 특히 NHN과 블리자드는 무대 행사를 동시에 벌여 귀를 따갑게 만드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결국 조직위의 권고로 각 업체 행사 관계자들이 만나 소음 규제에 대한 합의를 체결, 주말 관람이 시작된 28일부터는 각 부스의 소음이 줄어든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도 규정을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스이즈게임이 조직위의 소음측정기를 이용해 각 부스의 소음도를 측정한 결과, 최소 3미터 이상에서 측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규정 소음인 75dB를 가볍게 넘었고, 여성 진행자가 마이크를 잡을 때는 95dB까지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3미터 이상의 높이에 설치된 각 업체의 스피커의 방향은 지스타 사무국의 지속적인 요청을 받고 있지만 수정되지 않고 여전히 부스 바깥 쪽을 향해 있다.

 

28일 오후 5시경 대형 부스의 소음을 측정했다.

 

멀리서 측정했지만 소음측정기의 화면에는 95.7dB이 나왔다.

 

 

■ 규정의 보강과 업체의 자율적인 준수 필요

 

이렇게 업체들이 자주 규정을 어기는 이유는 규정의 법적인 효력이 없고 규정에 나와 있는 제재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규정의 기준이 모호한 부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규정 중에는 전시장 내에서 음주 금지에 대한 규정이 있지만 네오위즈게임즈는 4%의 알콜이 함유된 음료를 조직위의 허가 아래 관람객들에게 증정했다.

 

지스타 2009 셋째 날 관람객이 대거 몰리자 조직위는 뒤늦게 알콜음료 행사의 중단을 권고했고, 네오위즈게임즈가 이를 받아 들여 비타민 음료를 대신 제공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사실 이 규제가 법적인 효력까지 있는 게 아니다. 자체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수립한 기준인데 임의로 어느 정도의 초과는 허용하되 여러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기 때문에 여러 번 지적을 하고 요청해도 듣지 않는 업체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이어서 관계자는 “90여 명의 인원이 소음 문제에 대해 수시로 체크하고 있다. 허용치 이상의 소음이 발생할 때마다 낮춰 달라고 얘기하지만 그때 뿐이었고 잠시 후 다시 볼륨이 올라갔다”고 밝혔다.

 

결국 참가업체의 지나친 홍보 욕심으로 인해 눈치를 보며 규정을 어기는 일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28일부터는 업체들이 상호 합의에 의해 이벤트를 겹치게 하지 않고 조용히 진행한다고 하지만 소음은 여전해 결국 그 피해는 관람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서태건 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정해진 규정은 제재의 성격을 담고 있지만 가능한 업체가 자율적으로 규정을 지켜 줬으면 한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하면 당연히 제재가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3일 내내 여러 부스에서 공중에 매달린 스피커의 방향은 바깥쪽을 향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