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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P2E게임 등급분류 취소한 게임위, '신기술 거부증'이라고?

암호화폐 지급하는 ‘무한돌파 삼국지’ 등급분류 취소에 업계 이목 쏠려

방승언(톤톤) 2021-12-13 18:45:02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가 P2E 게임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이하 <무한돌파 삼국지>)의 등급분류 취소를 의결했다.  <무한돌파 삼국지>는 인게임 활동 보상으로 자체 화폐인 ‘무돌 토큰’을 지급한다. 무돌 토큰은 다른 암호화폐 ‘클레이’(KLAY)와 교환해 최종적으로 원화로 수령할 수 있다.

 

업계는 <무한돌파 삼국지>의 등급분류취소 결정 사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블록체인 게임의 향후 가능성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사례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 등급분류 취소 처분을 받은 뒤 현재 게임위 상대로 재판을 진행 중인 스카이피플의 NFT 게임 <파이브스타즈>와 유사한 경우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게임위가 NFT 및 암호화폐 연동 게임을 ‘무조건 금지’하는 기조에 따라 취소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이 나온다. <무한돌파 삼국지>의 실제 게임 구조를 적확하게 살피지 않은 관습적 처분이라는 것. 이 주장은 얼마나 사실에 가까울까? 게임위의 그간 결정과 과거 사례를 통해 살펴봤다. / 디스이즈게임 방승언 기자

 


 

# 정확한 사유 아직 몰라

 

우선 12월 13일 게임위에 따르면 <무한돌파 삼국지>의 등급분류취소는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 현재 게임위는 개발사 나트리스에 등급분류 취소 결정을 통보한 상태다. 여기에 나트리스는 소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소명 자료가 게임위에 전달되면 재논의 기간을 거친 이후에야 등급분류 취소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게임위의 취소결정 사유도 아직 대외적으로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사행성 관련 규정 위반’이 있었다는 게임위 언급이 있었을 뿐, 아직 나트리스에 전달한 정확한 취소결정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일각의 주장과 달리 블록체인과 NFT 게임을 무조건 막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게임위는 최근 밝힌 바 있다. 지난 11월 20일 지스타에서 진행된 토론회에 참가한 김규철 게임위원장은 “게임위가 블록체인, NFT를 막는다는 주장은 오해다. 게임법은 영화 등 다른 문화산업법과 달리 사행성을 막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게임위는 게임법에서 규정하는 사행성을 막기 위한 기관일 뿐, 신기술 접목만을 이유로 새 게임의 등급분류를 막지 않는다고 설명한 셈이다. 그렇다면 NFT, 블록체인 게임이 사행성 위험을 갖고 있다는 판단은 어떤 법 조항에 근거하고 있을까?

 

게임물관리위원회 김규철 위원장

 

 

# 일반적 등급분류취소 사유

 

게임위는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게임법)에 의거해 게임물의 등급분류를 결정하는 집행기관으로, 게임법에 반하는 결정을 내릴 수 없다. 현행 게임법상 NFT 게임의 등급분류에 제약이 될 수 있는 조항은 대표적으로 게임법 제32조, 제28조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먼저 게임법 제 32조 1항 7조에서는 ‘게임을 통해 얻은 유·무형 재화의 환전’을 금지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유·무형 재화’는 ‘점수, 경품,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가상의 화폐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게임머니’다.

 

대통령령이 정한 게임머니에는 ▲게임물을 이용할 때 베팅 또는 배당의 수단이 되거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 ▲제1호에서 정하는 게임머니의 대체 교환 대상이 된 게임머니 또는 게임아이템 등 데이터 ▲그 외 프로그램 조작 등 불법적 방식으로 얻은 게임머니를 아우르고 있다(게임법 시행령 제18조의3).

 

즉,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환전받을 수 있으면, 사행성이 있는 게임으로 판단되어 서비스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이를테면 인게임에서 확률적으로 재화를 지급하고, 이를 현금으로 환전할 인게임적 수단을 제공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라면 국내에서는 이 규정을 이유로 서비스될 수 없다.

 

그런데 <무한돌파 삼국지>의 경우, ‘적 n명 토벌’ 등 일일 임무를 완수했을 때 그 보상으로서 ‘무돌 토큰’을 지급한다. 따라서 ‘무돌 토큰’은 우연에 의해 획득하는 재화가 아니며, 암호화폐의 '환전 용이성'을 감안하더라도 <무한돌파 삼국지> 자체에 사행성이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주장에 대해서 법의 규정을 우회, 회피  하려는 수단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

 

<무한돌파 삼국지> 게임화면

 

 

# 게임법 28조와 <무한돌파 삼국지>

 

여전히 현행법상 <무한돌파 삼국지>에는 사행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게임법 28조 3항에서는 ‘경품 등을 제공하여 사행성을 조장하지 아니할 것’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 여기서 제외되는 것은 전체이용가 등급분류를 받은 인형 뽑기 등 일부 게임물에 한한다.

 

현재 게임위는 인게임에서 가상화폐를 얻을 수 있는 게임의 경우, ‘경품’을 제공하는 게임으로 보고 있으며, 경품 제공행위가 사행성을 조장하는 것으로 본다. NFT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파이브스타즈>의 등급분류 취소 당시에도 이 점이 문제가 됐다.

 

당시 게임위는  “가상자산화(NFT)한 아이템은 그 소유권이 이용자에게 귀속되므로 게임법상 경품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으며 게임 외부에서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하는 등 거래 활성화 시 사행적으로 이용될 우려가 높다”고 밝혔다.

 

<무한돌파 삼국지>의 ‘무한 토큰’은 고객이 온전히 소유한다는 점, 게임 외부에서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 등에서 <파이브스타즈>의 NFT 아이템과 유사하다. 따라서 이것이 <무한돌파 삼국지>의 등급분류취소 사유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 논의 필요하지만, ‘번지수’ 잘 찾아야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게임위는 블록체인 기술 접목 게임에 무조건 등급 부여를 거부하고 있지는 않다.

 

물론 게임법이 NFT, 블록체인 등 신기술의 등장에 맞춰 개선될 필요가 없는지 논의할 필요성은 크다. 그러나 관련 게임사들이 입법기관이 아닌 게임위원회의 문을 두드리며 ‘통과’를 바라는 것은 아무래도 ‘번지수가 틀린’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세감을 동력 삼아 게임위를 움직이려는 시도에 대해서 김규철 게임위원장 또한 조직 특성상 ‘맞춰줄 수 없다’는 견해를 직접 밝히기도 했다. 11월 20일 지스타 토론회에서 김 위원장은 토론 종료 후 취재진을 만나 “다운로드 게임(패키지 게임)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좋겠다. (하지만) 게임사는 돈이 안 되니까 그런 건 안 할 것이다. 기업들이 NFT를 유행처럼 몰지만 게임위는 그것을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