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6일부터 29일까지 부산에서 지스타 2009가 열렸습니다. 개최되기 전에는 첫 지방행사라는 점 등으로 우려도 적지 않았죠. 하지만 결과는 흥행 성공으로 나왔습니다. 지스타 역대 1일 최다 관람객 기록(8만2천 명), 그리고 전체 최다 관람객 기록(24만 명)을 세웠을 정도였죠.
그래도 완벽한 행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지스타 2009도 성공의 이면에 크고 작은 실수가 보였습니다. 4일 동안 현장을 뛰어다닌 디스이즈게임 기자들이 솔직담백하게 말하는 지스타 2009입니다. /디스이즈게임 취재팀 정우철(음마교주), 박상범(이터비아), 현남일(깨쓰통), 안정빈(한낮) 기자
■ 문화축제로 발돋움하는 지스타와 주최측의 노력
음마교주: 지스타 2009는 지난 해 지스타, 또는 각자 경험했던 해외 게임쇼와 비교해서 어땠는지 궁금하네. 마무리하는 느낌으로 각자 의견을 말해 봅시다.
이터비아: 어떤 시각으로 보는가에 따라서 다를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일단 전체적으로 본다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죠. 참가업체의 질적 수준이나 전반적인 결과 및 평가를 봐도 부정적인 면은 없는 거 같아요.
한낮: 성공이죠. 실제 지스타를 취재하면서 체감했던 관람객은 올해가 최고로 많았어요. 밖에서 줄을 서서 입장하는 것은 처음 봤어요.
음마교주: 나도 지스타 2009는 전체적으로 게임쇼다운 행사로 완성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 그 동안 수많은 게임쇼를 취재해 봤지만 지스타 2009는 유독 독일에서 열린 게임스컴과 이미지가 겹치더라고. 부산시와 조직위원회의 협조가 눈에 보였어. 게다가 다양한 문화행사를 경험하고 있는 부산시민의 관람의식도 뭔가 달라 보이더라고.
부산 벡스코 광장에서 질서정연하게 줄 서서 입장하는 모습.
깨쓰통: 축제로 보면 성공적이지만 게임쇼라는 측면으로 본다면 깜짝 발표나 미공개 신작이 적어서 아쉬웠어요. 기대하고 현장에 가서 즐길 만한 대형 신작도 많지는 않았고요.
음마교주: 그건 사전에 관련 정보를 잘 알고 있는 기자나 마니아의 시각인 것 같은데? 한두 번씩 테스트를 진행한 게임이라도 접해 보지 못한 일반인이 많았으니 올해 지스타의 게임 구성은 그리 나쁘지 않았어.
깨쓰통: 물론 그렇긴 하죠. 그래도 각 출전업체마다 개발 중인 신작이 꽤 많을 텐데 다들 너무 공개를 꺼렸다고 해야 되나, 방어적이라는 느낌도 들더라고요. 체험버전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제작 발표나 영상 정도를 선보이는 신작발표회가 많았다면 더욱 풍성했을 것 같아요.
지스타에서 달라진 <NED>와 <창천2>를 최초로 공개한 위메이드 부스.
음마교주: 시기적으로 보면 지스타 2009가 11월 말에 열렸으니 내년에 서비스할 게임을 홍보해서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지. 그렇다 보니 신작의 발표보다 곧 론칭할 게임을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쪽으로 흐른 것 같아. CBT를 체험하지 못 한 관람객들에게 기회를 풍성하는 제공하는 건 좋았다고 보는데?
다크지니(팀장 난입!): 게임쇼 흥행에 필요한 세 가지 요소를 꼽자면 신작(=업체), 유저(=관람객), 이슈(=발표+정보)라고 봐. 신작과 유저가 맞물리면 올해 지스타처럼 참가업체는 홍보가 잘 돼서 좋고, 유저는 다양한 신작을 체험할 수 있어서 좋지.
다만, 이슈화에 너무 신경을 쓰지 않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야. 특히 해외 매체들이 지스타에 왔을 때 난감할 수 있지. 그런 면에서 신작의 공개나 발표회를 적극적으로 진행한 위메이드와 엠게임은 열심히 했다고 생각해.
■ 기대 반, 우려 반. 지스타의 미래는?
음마교주: 어쨌든 부산에서 열린다고 발표됐을 때 우려했던 문제점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어. 오히려 시스템 측면에서 본다면 깔끔하게 진행된 부분도 많았던 것 같아.
이터비아: 부산시의 지원이 예전 지스타와는 차원이 달랐으니까요. 그냥 장소만 빌려준 경기도(킨텍스)와는 다르죠. 부산시내에 지스타 관련 현수막 같은 홍보물과 더불어 지역방송국의 적극적인 방송까지 홍보 체계가 좋았어요. 특히 주요 방송시간대에 지스타를 알린 KNN(부산경남지역방송)의 역할이 컸던 것 같아요.
부산역 등 시내 전역에 지스타를 알리는 홍보물이 설치되었다.
이터비아: 맞아요. 온라인게임을 기준으로 11개의 단독 부스가 참여했지만 공간적인 면에서는 좁게 보이더라고요. 올해도 부스 간 거리가 좁아서 동선 문제가 제기됐죠. 특정 부스 이벤트에 관람객이 몰리면 길이 막히기도 하고요.
결국 규모가 커지면 분명히 문제가 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조직위 관계자한테 들었는데 이번 기회에 벡스코를 확장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또 공간이 부족하다면 B2B 공간을 줄인다고도….
깨스통: 이럴 땐 독일의 환경이 부러울 때도 있어요. 게임스컴이나 게임컨벤션 같은 경우 넓은 전시장이 마련되어 있어서 별도의 B2B관이 벡스코 정도의 넓이를 자랑하니까요.
음마교주: 독일 게임쇼 이야기를 하니까 생각 났는데, 올해 지스타 관람객이 4일 동안 24만 명 이잖아. 8월에 열린 게임스컴이 5일 간 24만 명의 관람객을 유치했어.
벡스코 같은 경우 유동인구 수송은 바로 앞에 지하철이 있어서 문제가 없지만 전시장에서 수용하는 인원은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여지가 많아.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여부가 부산시의 가장 큰 숙제가 될 꺼야. 한 마디로 동접은 많은데 서버가 못 버티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거지.
■ 성숙해진 관람 및 전시 문화
음마교주: 지금까지 국내에서 진행된 게임관련 행사에서 가장 성숙한 관람문화를 보였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들 동감하지?
이터비아: 관람문화나 질서의식은 지금까지 경험한 행사 중에서 가장 뛰어났던 게 사실이죠. 다만 부스에서 경품을 받는 스탬프 찍기 행사가 관객 흐름을 방해했다는 정도의 아쉬움이 남았죠.
깨스통: 아마 부산시에서 국제영화제 등을 개최하면서 이런 관람문화가 몸에 자연스럽게 익혀졌기 때문이겠죠. 행사장 밖에 입장하는 대기열이 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들은 볼 수 없었어요.
한낮: 체험 대기열이 길어지면서 대기시간이 늘어나도 불만스럽게 생각하지 않더라고요. 사람이 많으니까 오래 기다릴 수 있다는 마인드가 보였어요. 한국인의 특징인 ‘빨리빨리’가 이번 지스타에서는 느끼지지 않았다니까요.
자신의 순서를 차례대로 기다리면서 게임의 체험을 하는 모습.
음마교주: 그것도 그렇지만 올해는 유난히 가족단위의 관람객이 눈에 많이 띄더라.
깨스통: 저도 그렇게 느꼈어요. 실제 이동하면서 탔던 택시기사 분에게 물어보니 하루 6팀을 벡스코로 데려다 줬는데 모두 가족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기사분도 내일 자녀분을 데리고 관람하러 오겠다고 말할 정도였어요.
한낮: 그러고 보니 <스타크래프트 2> 같이 혼자서 즐기는 게임도 사람이 많았지만 넥슨이나 오로라게임즈 등 저연령 층이 좋아하는 게임 부스도 사람이 많더군요. 앞으로 가족관람객을 노리는 게임들도 많이 나오면 좋을 듯합니다.
아이와 함께 플레이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을 만큼 가족단위의 관람객이 늘었다.
음마교주: 부산경남지역 방송국(KNN) 관계자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이해가 가더라. 부산 자체가 문화행사를 많이 해서 가족끼리 관람하는 문화가 잡혀 있다고 하더라고. 굳이 지스타를 게임쇼로 보는 게 아니라 부산에서 개최된 문화행사로 받아들이는 모양이야.
■ 연령구분과 18금 부스, 잘 지켜졌나?
음마교주: 그러고 보니 내가 게임컨벤션과 지스타 2009를 비슷하다고 말한 이유 중 하나가 연령표시 팔찌 때문이었어. 올해 처음 시도한 시스템인데 대체적으로 잘 지켜졌을까?
이터비아: 잘 지켜졌다고 봐요. 지스타 현장의 18금 부스를 돌아다녀봐도 위반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었으니까요.
깨스통: 각 18세 이상 부스마다 통제 인원이 있었어요. 강제적으로 확인은 안 하지만 일단 목걸이 형식의 태그로 성인을 구분하니 이런 부분만 체크해도 성인 관람객 구별은 확실하게 된 듯해요. 그런데 15세 게임을 12세 팔찌를 찬 관람객이 하는 것 본적 있나요?
음마교주: 나름대로 잘 지켜진 듯한데? 직접 봤지만 12세 정도 되는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님의 통제 아래 게임을 하는 모습이었어. 물론 모두 그렇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좋아 보이던 걸.
깨스통: 등급표시를 체험존 PC앞에 표시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이 게임은 ‘15세 이상’ 입니다 하는 식으로 표시하면 완벽했을 텐데…
이터비아: 나쁘지 않은 생각인데? 뭐 가족들의 통제 아래 움직였으니 큰 문제는 없었다고 봐. 내년에는 체험용 PC마다 연령표시가 붙어 있으면 조금 더 안심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갈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도쿄게임쇼(TGS)의 키즈 코너 같은 공간이 마련되면 더욱 안심하고 게임쇼에 자녀를 동반하고 오겠지.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을 즐기는 여성팀.
TIG 토크 2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