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산업을 향한 대중과 업계 관심이 점점 증폭됨에 따라, 그 필요성과 구축 방식에 대해 테크 업계의 대표 인사들이 하나둘 각자의 생각을 밝히는 추세다.
Xbox 대표를 맡고 있는 필 스펜서 마이크로소프트(MS) 게임 총괄 부사장 역시 이 대열에 합류했다. 12월 18일(현지시간) 외신 프로토콜 단독 인터뷰에서 스펜서 부사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 메타버스 필수요건을 <마인크래프트>의 ‘생태계’에 견주어 설명했다.
스펜서 부사장은 MS 산하의 세계 최대 샌드박스 게임 <마인크래프트>와 개인적으로 관계가 깊다. 2014년 MS가 <마인크래프트>의 모기업 모장을 인수하던 당시에 그는 MS 게임 부서 수장이었다.
그러나 그가 <마인크래프트>를 언급한 것은 단순히 MS 산하의 게임이기 때문은 아닌 듯하다. 스펜서 부사장이 주장하는 메타버스의 핵심 가치는 <마인크래프트> 생태계의 주요 특성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의 주장을 자세히 살펴봤다.
스펜서 부사장은 메타버스가 이용자들에게 자유를 주는 형태로 구성될 때 비로소 그 잠재력이 온전히 발휘될 것으로 본다. 개념상 메타버스의 프로토타입이라고 할 수 있는 웹의 역사에서도 이 점은 확인된다. 사용자가 단순 소비자가 아닌 정보 생산자의 역할도 맡게 된 ‘웹 2.0’이 도래했을 때 비로소 우리가 현재 목도하고 있는 웹의 잠재력이 발휘됐던 것과 같다.
그러나 사실 웹 2.0이 유저에게 제공하는 ‘자유’ 또한 완전하지는 않다. 웹의 발달 초기에 통제를 시도한 몇몇 기업들 때문이다. 스펜서 부사장은 “우리는 (웹의 등장 이후) 진정으로 개방된 창조 및 소비 플랫폼을 가지게 됐다고 느꼈다. 그러나 솔직히 이야기하면 검색, 금융, 소셜 등에서 웹에 대한 부분적 통제를 만들어 손에 쥔 기업들이 있다. 현재 웹에서 벌어지고 있는 활동들은 모든 사람에게 충분할 만큼 자유롭지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
같은 맥락에서 메타버스 또한 기업이 정복할 ‘개척지’로 취급당하면 안 된다는 게 스펜서의 생각이다. 오히려 현대 인터넷 생태계에 구축된 폐쇄성을 벗어날 기회로 삼아야 한다.
즉, 웹 2.0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던 자유와 창조성을 메타버스에도 재현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방성,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업의 사익 추구를 제한해 빅테크 기업들 특유의 성장, 이윤, 디지털 커머스 통제에 대한 집착을 막을 필요도 있다.
*상호운용성: 특정 시스템이 다른 시스템과 자유롭게 호환될 수 있는 성질
웹은 사용자와 정보 생산자의 경계를 허무는 '웹 2.0'의 도래와 함께 그 잠재력을 발휘하게 됐다.
스펜서 부사장은 이러한 개방성을 갖춘 생태계의 예시로 다름 아닌 <마인크래프트>를 언급한다. 메타버스의 청사진을 그릴 때 게임을 참고하는 것은 사실 흔한 일이다. 스펜서 부사장은 사회가 현재 ‘메타버스’를 둘러싼 논의에서 <세컨드 라이프>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을 통해 게임계가 십수 년 전부터 다뤄온 아이디어들을 이제야 참고하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마인크래프트는> 여러 게임 중에서도 메타버스의 비전을 가장 잘 제시한다. 플레이어가 직접 자신의 온라인 경험을 만드는 설계자가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유저들에게 큰 힘과 자유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스펜서 부사장은 “마인크래프트는 진정으로 개방된 창작 도구다. 여기에서 사람들은 온갖 것을 만들고 커뮤니티 장터에서 이를 공유하거나 판매할 수 있다. <마인크래프트> 안의 이러한 개방성이야말로 지금의 <마인크래프트>를 정의하는 중대한 부분이다”라고 전했다.
이렇게 개방된 창작 생태계가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지 <마인크래프트>는 몸소 증명했다. <마인크래프트>는 2억 5,000만 장 이상 판매됐으며, 인게임 장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별도의 경제도 조성되어 있다. 이것이 소비자 및 창작자 위주의 생태계를 구축한 결과라고 스펜서는 말한다. 그리고 같은 교훈이 메타버스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스펜서 부사장은 “우리들은 (메타버스 구축에 있어) 새롭게 배운 사실을 공유하고, 어떤 기술 기반을 결합할 것인지 많이 이야기한다. 하지만 내게 더 근본적인 질문은 따로 있다. 그것은 ‘왜 MS가 이것을 해야 하는가?’ 이다. ‘왜 많은 사람이 메타버스에 집중하고 있을까?’, ‘이것이 플레이어 혹은 창작자들에게 왜 더 좋은 일일까?’와 같은 질문이기도 하다”라고 전했다.
이어 “많은 기업에 있어, 메타버스가 어떻게 자사에 이익이 되는지를 설명하기란 쉬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플레이어(사용자)를 중심에 두고, 그들의 니즈와 창작자들의 니즈로 돌아가는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플랫폼이 생동하게 된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전했다.
<마인크래프트>
이는 비단 <마인크래프트>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원칙은 아니라고 스펜서는 말한다. 윈도우 또한 개방성을 중시하는 OS다. 애플리케이션 배포에 있어서 중앙화된 시스템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스펜서 부사장은 “우리가 윈도우에서 구현한 것은 컴파일러와 코드 배포 능력만 있으면 다른 고객들에게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플랫폼이다. 우리에게는 자기 작업물을 배포하기 위해서 모두가 거쳐야 하는 단일한 스토어 같은 것은 없다. 모두가 이용해야만 하는 소셜 기능도 없다. 윈도우는 오픈 플랫폼이다”고 말한다.
스펜서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MS의 게임 사업 역시 개방성을 기초로 삼는다. 그 안에는 퍼스트 파티 게임과 서드 파티 게임이 자유롭게 혼재한다.
스펜서는 “사람들은 <마인크래프트>를 우리 플랫폼에서 플레이한다. 그리고 <로블록스>와 <포트나이트>도 우리 플랫폼에서 플레이한다. 그래서 우리는 <로블록스>와 <포트나이트>를 우리 게임 플랫폼 사업의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로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게임패스 앱에 등록되어 있는 <로블록스>
또한, Xbox 서비스는 현재 PC, 모바일, Xbox 콘솔 기기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서비스된다. 이것 역시 스펜서가 스스로 한 명의 유저처럼 생각하고, 그것을 개방성을 통해 실현한 결과다.
스펜서는 “나는 가지고 있는 제품들을 가능한 모든 스크린에서 즐길 수 있기를 원한다. 그리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즐기고 싶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사람들과 그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 이걸 실현하려면 매우 많은 클라우드 인프라가 필요하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정말 개방된 접근법이 필요한 일이다”라고 전했다.
그리고 이런 원칙은 앞으로 MS가 메타버스를 이끌어나갈 방식과 같다고 스펜서는 덧붙였다. 스펜서는 “유저들은 원하는 게임을 어디에서든, 모든 사람과 플레이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게이밍에 가지고 있는 이러한 인식(sensibilities)을 MS는 그대로 메타버스에도 적용할 계획이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메타버스 생태계에 참여한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스펜서는 “그렇게 했을 때 창작자들과 플레이어 모두에게 가장 큰 경험의 기회가 열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와 창작자들에게 이익을 주는 서비스가 아니라면, 실패하게 되어 있다(Because if it's not better for the players, and the creators, you'll lose). 이런 핵심 원칙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고 전했다.
“유저들은 원하는 게임을 어디에서든, 모든 사람과 플레이할 수 있어야 한다." (사진: 유튜브 Xbox 공식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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