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로> 초기작과 <데스티니> 시리즈를 개발한 번지 스튜디오의 부정적 기업문화가 폭로된 가운데, 인사부 최고 임원이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외신 보도에 따르면 게일 동트(Gayle d’Hondt) 번지 스튜디오 인사부 수장은 불거진 논란에 책임을 지고 사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직 퇴사는 확정되지 않았다. 동트는 CPO(최고인력관리책임자)와 논의하여 거취를 결정할 예정이다.
동트는 직원들에게 보낸 사의 표명 서한에서 자신 또한 과거 “친구라고 생각했던 한 남성 임원을 회사에 보고해야 했고, 번지는 그를 해고했다”며 스스로 가학적 기업문화를 직면해야 했음을 전했다.
그렇지만 동시에 인사부의 책임자로서 직원의 피해를 막는 데 최선을 다하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그는 “우리(인사부)가 직원들의 보호자로서 신뢰받았어야 했음을 깨닫는다. 직원 사이에 ‘방조자’로 인식되거나, 가해자들을 보호하는 부서로 인식되어서는 안 됐다”며 반성의 뜻을 밝혔다.
번지의 유해한(toxicity) 기업 문화 문제는 국내와 해외 모두에서 비교적 관심을 적게 받는 상황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정부 고소로 드러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성차별, 성폭력 문제가 2021년 글로벌 게임계 최대 이슈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9월 번지는 유해한 직장 문화에 맞서 ▲다양성 및 포용성 담당자 기용 ▲채용 관행 개선 ▲직원 교육 및 업무 도구 개선 ▲익명 보고 시스템 신설 ▲기업 내 법적 문제에 대한 강제 중재(forced arbitration) 폐지 등을 선언하며 직원 보호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신 IGN의 이달 초 심층 보도에 따르면, 직원 중 상당수가 번지의 이러한 ‘이미지 메이킹’에 거부감을 느낀 것으로 전한다. 지난 2011년경부터 직장문화 문제가 상존했지만 그간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IGN은 26명의 전·현직 번지 직원을 취재한 결과, ▲최장 주 100시간의 고강도 크런치 모드 ▲임원진의 여성 직원을 향한 적대적 태도와 부당한 업무 배분 ▲허울뿐인 가해자 퇴출 기조 ▲불만 제기 직원을 향한 불이익 등 숱한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