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열린 지스타가 끝나고 12월 초를 넘어 어느 새 연말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2009년의 게임계도 다사다난했지요. 올해 쏟아졌던 뉴스를 정리하다 보니 몇 가지 키워드가 눈에 띕니다. 몇 가지 단어들로 올해 게임계 트렌드를 짚어 볼 수 있더군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키워드로 살펴본 2009년 게임계 트렌드입니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 키워드 ① 국내 퍼블리셔들의 ‘중국 게임’ 사랑
올해 상반기 국내 게임업계에 불어닥친 것은 바로 중국 게임의 수입 열풍이었다.
CJ인터넷의 <심선>, 이야소프트의 <무림외전>, 라이브플렉스의 <천존 협객전> 등이 상반기에 서비스에 들어가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앞으로 나올 게임도 많다. CJ인터넷의 <배틀스타>와 <주선>, KTH의 <적벽>, 알트원의 <천룡팔부>, 네오위즈게임즈의 <명장삼국> 등이 서비스를 기다리고 있다. 또한, 국내 웹게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중국산이 차지할 정도로 웹게임 분야에서 중국 게임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중국 게임들의 한국 진출이 늘어난 이유는 여러 가지로 설명된다. 먼저, 성공한 롤모델이 나왔기 때문이다. 중국 완미시공의 <완미세계>는 한국 상용 서비스에 성공했고, 지금까지도 꾸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더불어 국내 게임포탈들이 라인업 보강 차원에서 게임 퍼블리싱을 서둘렀지만 2009년 국내 신작 발표의 수가 줄어들면서 그 대안으로 중국 게임을 찾았다는 분석도 있다. 그 이유는 올해 국내에 들어온 중국 게임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공통점이란 곧장 서비스가 가능할 정도의 완성도와 친숙하면서도 색다른 신선함을 꼽을 수 있다. 대부분의 중국 게임들이 국내에 들어오기 전 상당 기간 상용 서비스를 진행해 콘텐츠 수급 및 안정성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때문에 현지화 과정을 거친 후 신속한 서비스가 가능했고, 또 대부분 중국에서도 인기를 얻은 게임들이었기에 국내 유저들의 호응도 이끌어 냈다. 그러나 2009년 중후반 들어서 국산 기대작들의 론칭과 테스트, 기존 메이저 게임들의 대형 업데이트가 진행되면서 중국 게임의 인기는 조금 주춤한 상황이다.
하지만, 앞으로 나올 중국 게임들도 많고, 내년에는 굵직한 MMORPG들도 진출할 전망이기 때문에 중국 게임은 계속해서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 키워드 ② 이젠 필수요소? ‘좀비’ 열풍
2009년 또 하나의 게임 트렌드를 꼽자면 바로 ‘좀비’를 들 수 있다. 기존 게임의 콘셉트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좀비가 인기 콘텐츠로 자리 잡은 것이다.
2008년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과 <레프트4데드>를 시작으로 서서히 몰아친 좀비 열풍은 온라인게임 시장에 제대로 전염됐다. 대전의 스트레스가 적은 유저 간의 협동 플레이와 좀처럼 죽지 않는 좀비라는 특성이 맞물려 새로운 게임성을 만들어 냈다.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이 좀비 모드로 성공한 이후 넥슨아메리카의 <컴뱃암즈>, 소노브이의 <프로젝트 D>, 위메이드의 <젬파이터>, 게임하이의 <좀비 온라인>, 넥슨의 <버블파이터>와 <비엔비> 등에서 좀비가 색다른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좀비가 게임 콘텐츠로 각광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죽여도 죽지 않는 좀비의 특성이 게임에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단순한 대결의 구도가 좀비를 통해 호러로 넘어왔고, 이어서 좀비를 사냥하는 재미까지 주고 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좀비는 호러와 강함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게임과 잘 어울렸다. 특히 FPS 게임에서는 유저와 유저의 대결이 아닌 유저와 좀비라는 구도로 또 다른 게임성을 만들어 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외에도 원샷 원킬이 아닌 화끈하게 공격할 수밖에 없는 점도 같은 게임에서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소재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좀비는 <비엔비> 같은 캐주얼 게임에서도 만날 수 있다.
■ 키워드 ③ ‘논타겟팅’ 게임들의 등장
올해는 논타겟팅 게임들의 등장도 이슈가 됐다. 아이덴티티게임즈의 <드래곤네스트>, NHN게임스의 <C9>, 블루홀스튜디오의 <테라>에 이어서 넥슨의 <마비노기 영웅전>까지 기대작들은 하나같이 논타겟팅 이슈를 꺼내 들었다.
논타겟팅의 장점은 화끈한 액션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 반면 전투 밸런스 관계상 소수의 유저들만이 함께 플레이할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실제로 <C9> <마비노기 영웅전> <드래곤 네스트>는 액션성을 강조한 MORPG로 만들어졌다.
MMORPG의 특징을 유지하면서 액션성을 강조한 <테라>는 논타겟팅 이슈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다. 바로 MMORPG라는 장르의 특성 때문이다. 마이에트에서 개발하고 네오위즈게임즈가 서비스하는 <프로젝트 H>도 논타겟팅 MMORPG로 개발되고 있다.
MMORPG에서는 정밀하게 설계된 타격영역 및 타격시점을 기반으로 한 논타겟팅 액션을 구현해야 한다. 이들 개발팀의 고민은 논타겟팅 MMORPG가 사실상 처음 시도된다는 데 있다. 참고할 대상도 거의 없어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한다. 결국 MMO에서 논타겟팅 전투를 얼마나 완성도 높게 구현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인 셈이다.
현재 논타겟팅 액션 MORPG로 서비스 중인 <C9>도 업데이트가 한창.
게임 유저들의 논타겟팅 게임에 대한 반응은 호의적인 편이다. <C9>의 경우 올해 게임대상의 강력한 후보로 떠오를 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고, <드래곤네스트>와 <마비노기 영웅전>도 CBT를 통해 기대감을 유지해 오고 있다. <테라> 역시 지스타 2009에서 점프를 적용한 신버전을 선보이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MMORPG에서 논타겟팅이라는 도전을 하고 있는 <테라>.
■ 키워드 ④ ‘오토’와의 전쟁! 혹은 동맹?
올해 계속해서 게임업계와 유저들의 입에 오르 내렸던 키워드는 ‘오토’였다.
자동을 뜻하는 ‘오토(AUTO)’는 오토 마우스의 줄임말로, 자동사냥 프로그램을 뜻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오토가 이슈가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한쪽에서는 오토를 적발해 계정정지를 시키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오토를 아예 게임 시스템으로 제공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아이온>의 대규모 오토 이용자를 적발하고 지속적으로 계정을 정지 시키고 있다. 이러한 조치의 나비효과로 소비자원과 공정위 등의 집단민원으로도 연결되는 등 반발도 있지만, 엔씨소프트는 오토 척결에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야소프트의 경우 <무림외전>에 청신부라는 자동사냥 아이템을 판매하다가 등급거부 판정을 받았으며, 이후 판매 대신 시스템으로 만들어 자동냥을 활성화 시키고 있다. 또 <엔젤러브 온라인> 역시 자동사냥을 내세워 마케팅을 하는 등 자동사냥 적극활용의 대표 업체로 등장했다.
올 한해 ‘오토’라는 키워드는 각각의 입장을 가진 업체와 유저들 사이에서 끊임 없이 이슈가 되어 왔다. 심지어 현재는 게임업계의 트렌드화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실제로 요즘 중국 게임들은 시스템으로 자동사냥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 키워드 ⑤ 너도나도~ ‘웹게임’ 서비스 열풍
2009년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이 바로 ‘웹게임’이다. 현재는 과열경쟁 조짐까지 보이고 있을 정도.
웹게임은 클라이언트가 아닌 웹 브라우저를 기반으로 한 게임으로, 유저 입장에서는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 인터넷에 접속 가능한 환경만 된다면 어디서든지 즐길 수 있다. 또 PC 성능에 구애 받지도 않는다.
서비스하는 입장에서도 개발기간이 짧고, 동시접속자 수의 한계가 없으며, 서버 운영의 부담도 없다. 게다가 퍼블리싱하기 위한 비용도 일반적인 게임에 비해서 상당히 낮은 편이다.
특히 게임포탈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라인업을 확충할 수 있다는 매력까지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준비된 콘텐츠가 많은 중국 웹게임의 국내 진출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미 웹게임은 국내 주요 퍼블리셔들의 필수품이 되었다. 엔씨소프트의 <무림제국>과 <배틀 히어로>, 넥슨의 <열혈삼국>, 소노브이의 <베르카닉스>, 이온소프트의 <무림영웅>과 <캐슬 히어로즈>, 액토즈소프트의 <종횡천하>, 여기에 엠게임까지 웹게임 사업 진출을 선언한 상황이다.
이온소프트는 웹게임을 통해 글로벌 사업전략 강화를 발표했다.
이처럼 퍼블리서 사이에서 웹게임의 인기가 높아진 이유는 <웹 마법의 대륙>을 서비스할 예정인 조아라 이수희 대표의 KGC 2009 강연을 통해서 잘 알 수 있다.
당시 이수희 대표는 “현재 국내 웹게임 시장은 올해 기준으로 연 30억 원 정도의 규모로 온라인 게임에 비해서는 규모가 작다.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웹게임이라는 <칠용전설>이 월 매출 2억~3억 원을 기록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하지만 올해 대형 퍼블리셔를 포함해 다양한 회사들을 통해 못해도 10여 개의 웹게임들이 론칭될 것이고, 내년 이후에는 100여 개 이상의 웹게임이 서비스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