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인프라의 발전으로 콘솔형 온라인게임이 등장하는 등 전 세계 게임시장의 중심이 비디오게임에서 온라인게임으로, 또는 네트워크 서비스가 제공되는 컨텐츠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 E3, TGS 등 세계 유명 게임쇼의 화두는 비디오게임이다.
특히 오는 5월 10일부터 3일간 개최될 E3 2006은 향후 5년 이상 비디오게임시장을 호령할 각 플랫폼 홀더별 새로운 기종을 선보이고 업계관계자 및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자리인 만큼 아직 비디오게임의 열기는 달아오르고 있는 온라인게임의 열기 못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흔히 새로운 상품에 대한 영업, 마케팅 전쟁을 ‘총성 없는 전쟁’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만큼 경쟁자간의 시장확보를 위한 전략과 공격, 그리고 확보한 시장에 대해서는 끝까지 사수하려는 노력이 전쟁에 비할 정도로 치열하다는 것이다.
<PS3> <Xbox360> <Wii> 등을 통해 차세대기 시장경쟁에 뛰어든 SCE,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등이 벌이고 있는 경합도 이에 못지 않을 터.
플레이스테이션 매거진 최근호에 게재된 PS3 관련기사의 타이틀이다.
실제 2003년 E3 행사장에서 SCEA 히라이 카즈오 대표가 ‘War is Over’이란 문구를 인용하며 PS2가 비디오게임 시장경쟁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며 살아남았다고 언급한 것과 플레이스테이션 매거진이 최신호에 게재한 PS3 관련기사 헤드라인을 ‘Ready for War’로 장식한 것만 봐도 각 플랫폼 홀더들이 벌이고 있는 차세대기 경쟁은 이미 전쟁과 같은 양상을 띠고 있다.
▲ 제품보다 서드파티 구성에,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 주목하라/ PS3
PS3와 Xbox360 진영이 E3 2006을 통해 벌일 차세대기 경합(필자 주: 닌텐도는 예외로 한다)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첫 번째는 ‘어떤 타이틀이 각 기종별 주력 타이틀로 개발되고 있는가?’가 아닌 ‘어떤 사람이 서드파티로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가?’하는 것이다.
제품이 아닌 사람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번 E3 2006 차세대기 경합의 첫 번째 관전포인트.
런칭시기나 가격도 물론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겠지만 이는 이미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상태인데다 충분히 유동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승패를 판가름 짓기에는 역부족인 점이 많다.
하지만 PS, PS2를 통해 지켜온 비디오게임시장의 왕좌를 지켜내기 위해 PS3에서 SCE가 꺼내든 첫 번째 카드는 바로 ‘제품’이다. <파이널판타지 7> 등 소위 대작 킬러타이틀을 PS용 타이틀로 포섭하면서 시장다지기에 성공한 SCE는 PS2에 이르러서도 <파이널판타지> <드래곤퀘스트> <여신전생> 시리즈 등 킬러타이틀을 비롯해 <몬스터 헌터> 등 신규 킬러타이틀을 만들어내면서 자신만의 벽을 더욱 견고히 했다.
PS3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것이 SCE의 첫 번째 전략이다.
시장 및 하드웨어의 발전에 따라 다양한 전략이 제공되고 있지만 기초에 충실하자는 것이 이유다. 실제 SCE는 주요 서드파티들과 함께 <파이널판타지>, <데빌메이크라이> <철권> <릿지레이서> <킬존> <바이오 하자드> 등의 킬러타이틀 후속작을 비롯해 <헤븐리 스워드> <모터스톰> <페이탈 이너시아> 등 신규 타이틀 런칭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이러한 전략도 <로그갤럭시> <킹덤하츠 2> <파이널판타지 12> 등의 킬러타이틀 부진 및 경쟁기종인 Xbox360의 일본시장에서의 부진한 실적 등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이는 차세대기 경쟁에서 더 이상 시장점유를 위한 전략이 될 수 없다. 게다가 천정부지로 솟을 개발비 때문에 서드파티의 호응도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SCE 월드와이드 필 해리슨 사장은 차세대기 경쟁이 전혀 걱정되지 않는 눈치다.
때문에 필자는 SCE가 E3 2006을 통해 현재 영국 런던에서 개발되고 있는 PS3 네트워크 플랫폼 프로젝트인 ‘플레이스테이션 허브’와 관련된 정책이 두 번째 전략으로 공개되지 않을까 전망한다.
발매일과 런칭가격에 대한 이렇다 할 발표가 없을 것이란 기존 시장의 의견을 감안할 때 PS3가 유일하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Xbox360 진영에 던질 수 있는 와일드카드는 Xbox Live에 대적할만한 온라인 서비스 정책뿐이기 때문이다.
현재 런던에서 개발되고 있는 ‘플레이스테이션 허브’의 테스트와 이와 관련된 온라인 지불시스템 테스트가 5월에 진행된다는 점과 9월에 정식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른 기종과 비슷한 퀄리티의 제품완성도를 선보일 PS3라면 다양한 온라인 컨텐츠 제공방식에 낮은 가격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 그간 점해온 시장을 지켜내기 위해 가장 훌륭한 전략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 절차탁마, 와신상담-같은 실수는 두 번 하지 않는다/ Xbox360
Xbox360 진영의 상황은 PS3와 조금 다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Xbox의 실패와 최근 일본시장에서의 Xbox360 부진에 대해 “업계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드웨어의 발전에 따라 외형적 완성도를 위한 개발비는 상승하는 반면 판매량은 제자리 걸음이기 때문에 현지 서드파티로 누구도 쉽게 나서지 않는 시장상황이 됐고 이것이 소비자들의 구매의욕과 직결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때문에 Xbox360 진영은 PS3와 달리 ‘제품’보다 ‘크리에이터’를 강조하는 전략이다.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는 서드파티도 중요하지만 이 작업의 핵심이 될 인물에 포커스를 맞춘다는 점에서 다른 플랫폼 홀더와 차이점으로 나타내고 있다.
크리에이터를 앞세워 킬러타이틀에 대한 완성도를 보장함과 동시에 소비자의 구매의욕을 상승시키겠다는 것이다.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개발로 잘 알려진 ‘사카구치 히로노부’와 <에브리바디 파티>로 Xbox360 진영 신고식을 치룬 ‘오카모토 요시키’, <N3> 개발에 참여한 ‘미즈구치 테츠야’ 등 속칭 거물 크리에이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실제 일본 게임업계는 현재 ‘사카구치 히로노부’가 개발하고 있는 Xbox360 타이틀 <블루드래곤>과 <오딧세이>가 게임업계의 판도변화에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Xbox360 진영의 이런 움직임에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게임은 몰라도 이들은 다 알 정도.
(왼쪽부터 사카구치 히로노부, 미즈구치 테츠야, 이상윤)
하지만 킬러타이틀 강조와 거대규모로 상승하는 개발비용은 PS3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다 당장 경쟁용 킬러컨텐츠를 선보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용 컨텐츠의 부재가 Xbox360의 아킬레스 건이다.
크리에이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하드웨어 발전에 따른 게임 외적인 완성도와 킬러타이틀이 될 유명게임의 후속작 개발에 대한 유저들의 요구는 PS3와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개발비용 상승과 핵심 서드파티 구성은 당연히 수반되는 문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Xbox360의 가격인하와 <GTA> 시리즈 독점권 획득 등의 이야기가 루머로 떠도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Xbox360이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데다 일본 및 아시아 시장에서의 부진이 또 다시 마이크로소프트의 발목을 잡고 있는 만큼 Xbox360 진영은 경쟁기종으로 쏠리는 유저들의 시선을 잡기 위해선 칼을 빼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소프트가 독점으로 제공되면 일단 타이틀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다.
그 비책으로 가격인하와 경쟁기종의 런칭타이틀에 대적할만한 <헤일로 3> 등 킬러타이틀 라인업 공개, 그리고 E3 2006에서 소개할 60여종의 타이틀 데모와 영상을 Xbox Live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전 세계 유저들에게 공개한다는 전략은 Xbox360 진영에 있어서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아닐까?
유명 크리에이터의 연이은 영입을 통해 부진한 시장에서의 활로개척, Xbox Live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서비스 적극 활용, 경쟁기종에 필적할 만한 전략적인 킬러타이틀 및 독점타이틀 제공 등의 전략이 유저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Xbox360 성공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경쟁기종과의 첫 진검 승부는 E3 2006에서 펼쳐질 것이다.
▲재미의 신기원을 세운다/ wii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PS3와 Xbox360이 외형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면 비디오게임의 영원한 제국, 닌텐도가 <닌텐도64> <게임큐브> 등의 연이은 부진을 씻기 위해 준비한 <Wii>는 ‘재미’란 외형으로는 보이지 않는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한 케이스.
하드웨어의 성능이 발전함에 따라 소프트웨어의 시각적인 완성도를 높여 소비자들에게 더 높은 만족감을 주었던 것이 SCE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방식이었다면 닌텐도는 <Wii>를 통해 게임플레이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재미’와 이 ‘재미’를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놀이방법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 차이점이다.
<Wii>는 ‘게임의 진화=외형적 발전’이란 명제를 다시 ‘게임의 진화=재미의 발전’이란 명제로 돌리기 위한 닌텐도의 새로운 카드다. 코드네임 레볼루션으로 첫 선을 보인 E3 2005부터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다른 차세대기와 달리 <Wii>는 이렇다 할 킬러타이틀의 영상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게임의 진화=외형적 발전’이란 명제에서는 차세대기를 어필하기 위해서 시각적인 요소에 호소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게임의 진화=재미의 발전’이란 명제에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 닌텐도의 입장이다.
실제 닌텐도는 컨트롤러 공개, 정식명칭 공개 등 두 가지 이슈만으로도 경쟁기종보다 더 큰 임팩트를 유저에게 심어줬으며 킬러타이틀 영상공개의 몇 배에 달하는 효과를 얻어냈다.
닌텐도의 차세대기 전략은 눈에 보이는 즐거움보다 상상할 수 있는 즐거움을 유저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닌텐도는 ‘버추얼 콘솔’과 ‘컨트롤러를 통한 새로운 놀이법 제공’ 등 두 가지를 E3 2006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닌텐도 레볼루션: 영광의 재현’이란 기사를 통해 <Wii>의 기대감을 표현한 게임데일리 편집자 브라이언 듀손을 비롯한 수많은 해외미디어 관계자들도 ‘버추얼 콘솔’과 ‘컨트롤러’ 등을 통해 제공될 <Wii>만의 새로운 재미에 높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버추얼 콘솔’은 ‘Xbox Live Arcade’와 PS3의 온라인 컨텐츠가 제공할 수 없는 과거 게임들에 대한 향수를 유저들에게 제공한다. 또 <Wii> 전용 컨트롤러는 전용 타이틀뿐만 아니라 멀티 플랫폼으로 발매될 타이틀에게도 새로운 플레이 방법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란 게 이들의 설명이다.
[[#E3 2006/wii_e3.wmv#]]
Wii 컨트롤러 사용방법이 다양함을 보여주는 샘플영상.
※플레이버튼(▶)을 누르면 시작됩니다
<닌텐도64>와 <게임큐브>가 서드파티 게임의 지원 부족으로 몰락의 길을 걸었던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문제점을 모두 해결하고 가격과 컨텐츠 제공 및 이용방법에 대해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Wii>는 충분히 성공가능성이 있다.
<메탈기어 솔리드 4> <파이널판타지 13> 등의 타이틀을 통해 코어게이머를 겨냥하기보다 <Wii>는 <마리오> <동물의 숲> <피크민> 등의 경쟁기종에 비해서 저연령층, 라이트 게이머를 겨냥하며 비주류 게이머층을 공략해 ‘재미의 신기원’을 이뤄낸 닌텐도DS의 흐름에 새로운 주류로 편승할 것으로 보인다.
<Wii>는 E3 2006을 통해 차세대기 경쟁에서 선보일 세 번째 진검인 ‘컨트롤러’를 일반 유저들의 손에 쥐어 줄 예정이다. 이 컨트롤러가 유저를 ‘재미의 신기원’으로 안내할 수 있는 도우미 역할을 충실히 해 준다면 닌텐도는 E3 2006을 통해 차세대기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것이며 제왕등극 시나리오의 첫 발을 성공적으로 내딛게 될 것이다.
▲ 외형적 완성도인가? 재미인가?
차세대기 전쟁에서 승패의 분수령은 유저가 ‘외형적인 완성도’를 선택할지 아니면 ‘재미’를 선택할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각 기종이 가지고 있는 색깔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In-Stat'과 웨드부시 모건증권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소니가 PS, PS2에 이어 PS3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등의 경쟁업체들을 따돌리고 2010년까지 비디오게임시장에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In-Stat은 보고서를 통해 소니의 PS3가 2010년까지 비디오게임시장의 50%정도를 점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Xbox360과 Wii는 각각 28.6%와 21.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웨드부시 모건증권도 2007년까지는 선행 발매된 Xbox360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장을 리드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지만, 2010년에 이르러서는 PS3가 45%, Xbox360이 35%, Wii가 2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런 구체적인 수치들에서 유저가 느낄 ‘재미’라는 부분은 배제됐다.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체감 경쟁은 이런 수치적인 결과와 분명 다를 것이란 이야기다.
비슷한 하드웨어 스펙을 바탕으로 제품경쟁만을 벌여왔던 과거와 달리 차세대기에 이르러서는 각 플랫폼 홀더들이 온라인 기반의 서비스 제공방식, 새로운 조작방식 등 수익모델 확대를 위해 각기 차별화된 핵심전략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 전쟁의 끝은 누구도 쉽게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E3 2006을 통해 선보일 차세대기별 다양한 컨텐츠를 즐기는 유저들의 입가에서 그 미래의 단편은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필자가 오는 10일부터 개최될 E3 2006을 기대하는 가장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