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투 언(P2E) 게임. 이제는 큰 관심 없는 게이머들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용어가 됐다. 주로 블록체인 기술과 연동하여 유저에게 암호화폐를 제공하고, 유저가 이를 현금화할 수 있는 구조의 게임들을 이야기한다.
게임으로 돈을 버는 속칭 ‘쌀먹’은 그동안도 특히 MMO를 중심으로 존재해왔다. 하지만 게임들의 근본적 설계가 ‘현금 벌기’를 정식 콘텐츠로 상정하지 않았기에 ‘쌀먹’의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었다.
한편 P2E는 게임디자인 측면에서 궤를 달리한다. 수익 창출이 핵심 콘텐츠로 전면에 나선다. P2E게임에서는 돈벌이가 첫째고, 게임플레이는 부차적 문제일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게임플레이가 많이 축소되어 있거나,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게임들도 있다.
여기에 ‘일반적’ 게임을 선호하는 게이머들은 우려를 느끼고 있다. 플레이 동기부여는 게임 디자인의 핵심이다. 그동안은 ‘재미’가 해당 역할을 담당했다. 그런데 ‘수익 창출’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면 게임 개발에서 재미가 설 자리는 삽시간에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게임사들이 앞다투어 P2E 진출을 꾀하고 있어서 이런 우려는 빠르게 심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P2E게임을 실제로 플레이하고 있는 유저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실제 P2E 게이머들과의 심층 대화를 통해, P2E 게임 속 ‘돈 벌기’와 ‘재미’의 상관관계에 대한 각자의 관점 차이를 들여다보았다.
TIG 메타버스-P2E 특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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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P2E 에서 '플레이 앤 언'으로? NFT 게임, 어디로 가나 (바로가기)
③ 메타버스, NFT, 그리고 P2E는 정말 트렌드였을까? (바로가기)
④ 위메이드 '미르4' 정말 세계적으로 많이 할까? 사실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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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게이머 59.4% P2E 키워드에 부정적, P2E 게임 해본 사람은 12.6% (바로가기)
⑧ 유저가 느낀 P2E 게임… ‘수익’과 ‘재미’ 상관관계는? (현재 기사)
⑨ "P2E 게임 해봐야 게이머는 돈 못 법니다" (바로가기)
<무한돌파 삼국지>는 ‘무돌 토큰’(본 기사에서는 유저들이 선호하는 명칭에 따라 ‘무돌 코인’으로 지칭)을 지급하면서 ‘돈 버는 게임’으로 알려져 큰 인기를 끌었었다. 그러나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직권으로 등급분류 재심사에 돌입, 이러한 토큰 지급을 게임법 위반으로 판단하면서 서비스 중단 위기에 놓였다.
이에 개발사 나트리스는 곧 무돌 코인의 인게임 지급을 중단해 서비스 정지를 막아볼 계획이다. 그러나 이미 무돌 코인의 가치는 이전과 비교 불가능한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다.
<무한돌파 삼국지> 유저 A 씨는 무돌 코인을 한번 모아보자는 생각으로 게임을 처음 시작했다. 그런데 언급한 ‘악재’로 인해, 고점에서 500원을 기록했던 코인은 현재 4~5원 정도로 떨어졌다. 99% 하락이다.
<무한돌파 삼국지>는 코인 획득에 특별한 자금이 들지는 않는다. 일일 퀘스트를 마치면 일정량을 지급하는데, 일일 퀘스트는 누구나 쉽게 5분 안에 클리어할 수 있다.
따라서 A 씨가 금전적 손해를 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A 씨는 개발사 나트리스의 태도에서 아쉬움을 느낀다. 게이머들의 이익을 진정으로 생각했다면 코인 가치 폭락 후 최소한 인게임 재화 보상이라도 지급할 수 있었던 일이다. 그러나 아무런 후속 조치가 없었다.
이런 이유로 A 씨는 무돌 코인이 결국 홍보 수단에 불과했다고 본다. A 씨 스스로도 “코인이 아니었다면 관심조차 안 가졌을 게임”이라고 말한다. 코인이라는 유인책이 힘을 다하자 게임 자체보다는 수익에 관심이 있었던 유저들은 대부분 떠났다. 하루 100원이 채 되지 않는 수익을 올리려고 딱히 관심도 없는 게임에 잔류할 이유가 없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할 사실은, 수익 창출이 어려워지자 오히려 게임 자체에 집중하는 유저들이 생겼다는 점이다. A 씨는 “<무한돌파 삼국지>로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이 원래는 없었다. 그런데 무돌 코인이 4원이 되니까 그런 사람들이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A 씨 또한 현재는 코인 지급과는 상관없이 게임을 접지는 않을 생각이다. A 씨는 “할만한 게임이기는 하다. 그래서 이런 극단적인 홍보방법을 택한 것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상술한 <무한돌파 삼국지>는 인게임 실력이나 활동이 암호화폐 획득량에 사실상 영향을 미치지 않는 구조다. 매일 게임에 접속해 최소한의 퀘스트만 수행하면 된다는 점에서 ‘출석 보상’에 가까운 획득 방식으로 볼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이 게임에서 ‘무돌 코인’의 획득은 게임플레이 자체와 연관성이 적다. 유저라면 누구나 획득할 수 있는 만큼, 실력이나 스펙을 향상할 필요가 없다. P2E 요소로 게임의 재미를 심화하거나, 혹은 새로운 유형의 재미를 창출하기는 무리가 큰 시스템이다. 따라서 ‘무돌 코인’이 그저 게임 홍보를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는 견해에는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그렇다면 암호 화폐 획득과 게임플레이가 직결되는 유형의 P2E 게임 이용 경험은 과연 어떻게 다를까? 위메이드의 MMORPG <미르4>는 그러한 게임 중 하나다. <미르4>의 인게임 자원 ‘흑철’은 자체 암호화폐 ‘드레이코’로 바꾼 뒤, 위믹스크레딧, 위믹스, 현금의 순서로 교환할 수 있다. 국내 버전의 흑철은 현금화가 불가능하지만, VPN을 이용해 글로벌 버전을 즐기는 유저가 많다.
흑철을 안정적으로 얻어 실제 수익을 내려면 먼저 캐릭터로 흑철 광산에서 직접 채굴하는 방법이 있다. 아니면 ‘문파’ 단위로 채굴이 이뤄지는 ‘비곡’을 점령, 일정량의 흑철을 세금으로 걷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플레이 중 다른 경로를 통해서도 조금씩 획득할 수 있지만, 흑철은 캐릭터 성장에도 꼭 필요하기 때문에 여분으로 수익을 내기에는 부족한 양이다.
결국 인게임 스펙 향상과 문파 간 전쟁이 실제 수익 창출을 위한 선결조건이 된다. 여타 MMORPG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통상적 콘텐츠가 돈벌이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미르4> 유저 B 씨는 <미르4>의 ‘돈벌이’가 재미를 강화하는 하나의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또한, <미르4>와 같이 기본적인 재미를 갖추었을 때야 비로소 P2E 게임도 흥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B 씨는 코로나19 여파로 직장을 그만두고 생계 문제로 고민하던 중 지인의 추천으로 처음 <미르4>를 접했다. 동남아 지역 유저들이 특히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얘기에 관심이 동했다.
B 씨는 3달 동안 약 300만 원을 투자했다. 처음 캐릭터는 게임 이해도가 낮아 잘못 육성한 탓에 한 달 만에 삭제했다. 이후 두 달 동안 캐릭터를 67레벨 정도로 키워 최근에서야 비로소 적은 양의 수익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여태 번 돈을 모두 합하면 10만원 정도다.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얼마나 돈을 벌고 있을까? 원활하게 흑철을 채굴하려면 75 이상의 고레벨 유저만 가는 비곡에 입장하는 것이 좋다. 그러려면 캐릭터를 직접 키우는 방법도 있지만 NFT로 캐릭터를 구매할 수도 있다. B 씨는 현재 시세로 50~60만 원 정도의 캐릭터를 하나 사서 24시간 채광을 시키고 있다.
다만 최근 드레이코 시세의 폭락으로 하루 동안 발생하는 수익은 적으면 몇천 원까지 내려간다. 시세 폭락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유저들이 가장 문제 삼는 건 수많은 ‘작업장’의 존재다.
작업장 세력은 봇 프로그램을 이용해 수많은 캐릭터를 굴려 드레이코를 대량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에 드레이코 공급이 과다해진다. 흑철 채광 자체에도 방해가 된다. 봇 숫자가 너무 많을뿐더러 순간이동 핵이나 무적 핵까지 사용하는 탓에 ‘치워버리는’ 일도 쉽지 않다.
이렇듯 핵, 작업장 문제뿐만 아니라 아이템 증발이나 고객센터 문의 삭제 등의 기본적 운영 이슈가 산재해있다. 하지만 이런 운영 문제만 잘 해결된다면 이 게임에는 승산이 있다는 것이 B 씨의 판단이다.
<미르4>는 ‘수익성’과 ‘게임성’이 적절히 균형을 맞춰 서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B 씨는 느낀다. 문파 간 경쟁이나 유저간 반목과 친목, 퀘스트, 레이드 같은 MMO 특유의 재미가 잘 살아있으며, 여기에 돈을 벌 수 있다는 원초적 매력이 더해져 유저를 사로잡는다. 따라서 B 씨가 보기에 수익성은 게임의 전체적 재미를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증폭시키는 요소다. 문파 경쟁이나 스펙업 등이 다른 MMO보다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은 결국 거기서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B 씨 또한, 수익을 전혀 낼 수 없다고 가정하면 개인적으로 <미르 4>를 플레이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B 씨가 보기에 <미르 4>는 돈벌이를 제외하고서라도 그 자체로 나쁘지 않은 게임 이기도 하다.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국내 버전을 즐기는 유저도 적지 않다는 점이 이런 생각의 근거다. 결국 <미르4> 의 현재와 같은 인기는 재미와 수익성을 겸비한 결과다. “다른 양산형 게임에 P2E를 얹은 형태라면 망했을 것”이라고 B 씨는 전했다.
반면 유저 C 씨는 상반된 견해를 가지고 있다. C 씨는 <미르4>를 통해 P2E를 처음으로 접했다. 사람들의 말처럼 ‘즐기면서 돈을 버는 것’이 가능한지 궁금했다. 그러나 약 3주간 20만 원 가량을 과금한 끝에 결국엔 게임을 접었다.
C 씨가 <미르4>를 그만둔 가장 큰 이유는 ‘재미가 없어서’다. <미르4> 가 특별히 잘못 만든 게임은 아니었다. 다만 MMORPG가 그의 취향에 잘 맞지 않았다. 평소 <리그 오브 레전드> 외에 다른 게임을 잘 하지 않는 C 씨는 원래 반복 요소 때문에 MMORPG 장르를 별로 안 좋아한다. 거꾸로 말하면, <미르4> 의 게임성이 일반 MMORPG와 별 차이가 없다고 C 씨는 느꼈다.
<미르4> 플레이를 중단한 둘째 이유는 수익 창출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C 씨는 “서버에서 중요 지점을 점령한 연맹이 아니면 어려우리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경쟁에서 밀린다는 얘기다. 서버별로 소수의 상위 스펙 유저가 아니라면, 일반 플레이어에게 수익 창출은 어려운 일이라고 그는 이야기한다.
하지만 <미르4> 의 채광 난이도가 지금보다 쉽다고 가정해도, 굳이 게임을 정성껏 플레이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C 씨는 “수익 창출이 더 쉬웠다고 해도, 게임으로서 즐기기보다 (돈벌이) 수단으로써 자동사냥, 채집만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현재 <미르4> 보다 재미가 떨어지지만, 수익은 더 잘 나는 P2E게임 <봄크립토>를 플레이하고 있다. 그러나 딱히 재미는 느끼지 못하는 상태다.
<봄크립토>의 게임플레이는 자동 진행 방식이며, 화면을 켜놓고 중간중간 캐릭터를 한 번씩 관리해주는 것이 전부다. 이걸 유저들은 ‘붐멍’이라고 부른다. ‘멍 때리기’에 가까울 정도로 수동적인 콘텐츠지만 다들 꾸준히 플레이 중이라는 얘기다.
종합하면, 수익성과 재미 둘 중 어느 하나라도 충족하지 않으면 P2E 게임을 즐길 이유가 없다고 C 씨는 결론지었다. 그리고 아직은 재미 때문에 즐길 만한 P2E 게임은 찾지 못했다. C 씨는 “<미르4> 가 그중 그나마 나은 편이었지만 P2E 장르에서 재미는 찾을 수 없다고 본다”고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