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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E3기대작] RTS의 귀환, 슈프림 커맨더

이재진(다크지니) 2006-05-08 16:09:03

‘전설의 RTS 게임, 10년만에 부활하다!’

 

이제는 그 어떤 신작 RTS(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도 뛰어넘을 수 없는 ‘바벨탑’을 쌓아버린 <스타크래프트>. 나라밖 RTS의 대세는 이미 같은 개발사의 <워크래프트 3>로 넘어갔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RTS 시계는 <스타크래프트>가 출시되던 1998년 봄에서 멈춰있다.

 

1998년 이후, ‘포스트 스타크래프트’를 꿈꾸며 국내에 입성했던 수많은 RTS들은 모두 쓴 잔을 마셔야 했다. 또, <스타>보다 먼저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RTS의 바람’만 불어넣고 그늘에 가려진 게임도 있었다. 바로 1997년 출시된 <토탈 어나이얼레이션>(Total Annihilation).

 

회전 속도와 가속도 개념이 들어간 물리법칙에 따른 유니트의 움직임, 커다란 전장을 전술적으로 이용하는 시간과 선택의 싸움. <토탈>은 <스타>와 같은 RTS 장르일 뿐, 전혀 다른 노선을 걸었던 명작이었다. 어떤가? 자신의 가슴 한 켠에 잠들어 있던 ‘토탈의 추억’이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지 않은가?

 

<토탈>을 기억하는 게이머들이며, 이제 더 이상 빚 바랜 패키지를 바라볼 필요가 없다. <토탈> 탄생 10주년이 될 2007년, 드디어 정식 후계자 <슈프림 커맨더>가 출시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2007년에는 <토탈>의 선배이자 RTS의 전설, <커맨드 & 컨커 3>도 컴백한다. 바야흐로, RTS의 르네상스가 도래하는 것인가?

 

 

◆ 약속을 지킨 RTS의 천재

 

‘토탈의 아버지’ 크리스 테일러(Chris Talyor)는 1997년 <토탈 어나이얼레이션>, 이듬해 확장팩을 출시한 뒤 RTS 요소가 가미된 RPG <던전 시즈> 시리즈로 라인업을 확장해 나갔다. <던전 시즈>는 최근 국산 MMORPG에도 불고 있는 ‘실시간 멀티캐릭터 컨트롤’의 원조인 게임으로 정통 RPG에 RTS의 개념을 적절히 녹여낸 새로운 시도였다.

 

하지만 팬들이 크리스 테일러에게 원했던 것은 <토탈>의 후속작이었다. 물론 그는 팬들의 요구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고 <던전 시즈>가 출시될 무렵부터 “차세대 RTS도 반드시 만들 것이다”라고 공언해 왔다.

 

크리스 테일러는 <토탈> 원작을 만들었을 때는 남의 회사(케이브독)의 개발자였지만, <던전 시즈> 1편부터는 어엿하게 자신의 개발사(게스 파워드 게임즈)를 기반으로 독립했다. 덕분에 한층 자유로워진 그와 개스 파워드 게임즈의 개발진은 약속했던 대로 2004년 1월부터 ‘토탈의 후속작’ <슈프림 커맨더>를 개발해 왔다.

 

해상전투의 비중이 늘어난 <슈프림 커맨더>.

 

  

◆ 강산도 변하는 10년, 기술이 다르다!

 

원작이 출시됐던 1997년 당시에도 <토탈>은 ‘시스템 요구사양이 높은 게임’이었다. 모든 지형과 유니트를 풀 3D로 구현된 데다 유니트의 움직임에 모두 물리법칙이 적용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바꿔 말하면 개발진의 원래 목표는 더 원대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슈프림 커맨더>의 개발진은 토탈 탄생 10주년이 될 2007년 출시되는 신작을 엄청난 스케일로 그리고 있다. 그 동안 물리엔진과 그래픽 기술, 3D 그래픽 가속기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슈프림 커맨더>의 모든 전투는 철저하게 ‘원인과 결과’가 있는 물리법칙에 의해 진행된다.

 

예를 들어 대규모 탱크부대가 산악지대를 이동할 때는 자연스럽게 나무들이 좌우로 꺾이면서 쓰러진다. 이어서 교전이 시작되면 나무에 불이 붙고 산물이 일어나 거대한 연기가 생성된다. 이 연기는 잠시 후 전장에 투입될 비행 유니트의 시야를 가려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작은 소형 유니트들은 거대 유니트의 발에 깔리면 허무하게 폭발해 버릴 수 있다.

 

전투는 철저하게 게임 속 물리법칙에 의해 전개된다.

 

향상된 PC 기술과 개발력이 가져다 준 ‘결실’은 물리법칙 뿐만이 아니다. <슈프림 커맨더>의 전장은 기존 RTS의 수십 배에 달하는 웅장한 스케일로 그려지고 있다. 국지전이 아니라, 엄청나게 큰 전장에서 거대한 ‘진짜 전쟁’을 벌이고 있는 느낌이다.

 

대부분의 RTS가 정해진 시작 지점에서 출발해 중앙에 마련된 ‘공터’에서 전투를 벌이는 제한된 전개를 선보이는 반면, <슈프림 커맨더>는 RTS 전략의 핵심인 ‘거리와 시간’을 충분히 살리기 위해 어마어마한 크기의 맵을 사용한다.

 

개발진에 따르면 실제 현실로 옮겼을 경우 수백만 평방킬로미터의 규모가 될 정도의 규모라고 한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전투에서 게이머가 선택한 공격 방향은 결국 거리에 따라 시간이 걸리게 되고 이것은 '선택의 결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남는 의문은 ‘그 넓은 전장을 어떻게 옮겨 다니면서 컨트롤 할 것인가?’하는 것이다.

 

 

 

◆ 과학적인 전략모드 ‘씨어터 오브 워’

 

분명 거대한 스케일의 전장에서 직접 메인 화면을 움직이면서 유니트를 컨트롤 하는 것은 소모적인 일이다. '씨어터 오브 워' 모드는 전체 전장을 한눈에 보면서 유니트의 웨이포인트와 이동경로, 목적지까지의 도착시간까지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슈프림 커맨더>의 전략 사령실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씨어터 오브 워’에서 유니트들의 인공지능 설정만 해두면 직접 조작이 없어도 알아서 전투와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것은 <토탈 어나이얼레이션>에서도 지원이 됐지만 <슈프림 커맨더>에서는 그 수준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개발진이 ‘씨어터 오브 워’를 통해 구현한 전략적인 인공지능의 핵심은 바로 ‘동기화’이다. 예를 들어 여러 종류의 유니트 부대에게 특정 지점을 동시에 공격하도록 명령을 내린다면, 그들은 알아서 이동속도를 조절해 서로 똑같은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한다.

 

사이브란 진영의 거대 스파이더 로봇이 전장을 휩쓸고 있다!

 

‘씨어터 오브 워’에서는 이동 중인 유니트가 목표지점까지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거리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넓은 전장에서 ‘선택과 시간’의 싸움을 유도한 만큼 게이머에게 최대한의 데이터와 권한을 주는 것이다. 이런 과학적인 데이터를 통해 게이머는 좀더 정확한 판단을 하고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랠리포인트도 단순히 생산된 유니트가 이동해서 대기할 지점을 지정하는 방식을 넘어서 인공지능이 지원돼 마이크로 컨트롤의 부담감을 덜어준다. 예를 들면 갓 생산된 유니트가 바로 수송선에 타서 지정한 지점까지 이동하는 식이다. 인공지능의 강력한 지원덕분에 게이머는 전략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3개의 진영, 끝나지 않는 전쟁

 

서기 37세기, 전쟁은 이미 1,000년 넘도록 계속되고 있다. 도저히 화합할 수 없는 생각과 원칙의 충돌, 제국의 흥망성쇠가 엇갈리는 곳이 바로 <슈프림 커맨더>의 세계다. ‘네버 엔딩 스토리’같은 미래 전쟁의 중심에 게이머가 서게 된다.

 

 

게임은 인류가 전쟁을 세 개의 동맹(faction)으로 나뉘어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첫 번째 동맹인 '지구 연합 연방'(United Earth Federation)은 미래에 등장할 무기들로 무장한 평범한 인류의 진영이다. 탱크, 비행기, 잠수함 등 우리가 흔히 연상할 수 있는 유니트를 사용한다.

 

 

지구 연합 연방의 유니트들.(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사이브란’(Cybran)은 메크(mech) 타입의 로못 유니트를 사용하는 진영이다. 사이브란은 마이크로칩을 머리에 장착하고 있는 기계와 인류로, 유닛은 2족 보행 탱크부터 거대한 메카닉 스파이더까지 독특한 것들을 사용한다.

 

 

사이브란 진영의 유니트들.

 

세 번째 동맹인 ‘이안’(Aeon)은 외계의 기술로 변형된 인류다. 이안 동맹의 구성원들은 지구 연합과 사이브란을 물리치고 지구를 정화시켜야 한다고 믿고 있으며 심플하지만 강력한 유니트들을 사용한다. 현재 지구 연합 연방과 사이브란만이 공개된 상태이며 세 번째 동맹인 이안은 정확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

 

 

이안 진영의 유니트들.

 

물론 세 개의 진영이 등장하는 것은 RTS 역사를 돌아볼 때 새로운 것들이 아니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싸우는가 하는 것이지 않을까?

 

 

◆ 슈프림 커맨더는 바로 당신!

 

게임 속의 주요 건설 유니트는 바로 제목과 같은 ‘슈프림 커맨더’로 이동 커맨드 센터 역할을 한다. 여기서 기지를 발전시켜 팩토리를 건설하면 소형 건설 유니트를 생산해 커맨더의 보조로 활용할 수 있다. 사실 ‘커맨더’는 <토탈 어나이얼레이션> 때부터 존재했던 게임의 ‘시작’이자 ‘끝’이다.

 

게임 속 자원은 매스(Mass)와 에너지(Energy)의 두 가지. 에너지는 기지의 제네레이터를 설치해서 생산하고, 매스(Mass)는 맵의 특정 지역을 채굴해서 얻을 수 있다. 위기상황에서는 에너지를 매스로 변환시킬 수도 있지만, 굉장히 비싼 것이다.

 

<슈프림 커맨더>에서 게이머는 수백가지의 유니트를 생산할 수 있으며 각 유니트를 다양하게 조합해서 새로운 형태로 창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송선에 실드 시스템을 탑재하면 더욱 강력한 방어력을 얻게 되며, 만일 수송선에 메크 유니트를 조합하면 이동 공격선으로 업그레이드 되는 개념이다..

 

모든 유니트는 명확한 약점과 상성 유니트가 지정돼 있어 거대 유니트를 생산하더라도 그에 따른 비용과 엄청난 시간 때문에 다른 전략적인 선택이 불가능하다는 약점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핵 미사일은 최강의 공력무기지만 미사일 요격 시스템에는 취약하다. 무적인 무기나 유니트는 존재하지 않으며 ‘가위-바위’보’ 상성 관계도 없다. 엄청나게 많은 수의 유니트 간의 장단점을 정확히 짚어내 사용하는 전략 자체의 싸움이다.

 

<슈프림 커맨더>는 2007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진행 중이며 이번 E3 2006에서는 유통사인 THQ의 비하인드 부스를 통해 언론에 공개된다. 이제는 성숙기에 접어든 RTS 장르. 게이머들은 지난 8년간 기술과 환경의 변화가 응집된 걸작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슈프림 커맨더>, 그리고 <커맨드 & 컨커 3>가 쏟아질 2007년은 그야말로 ‘RTS 르네상스’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