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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고공 행진하는 ‘뱀파이어 서바이버즈’ 인기 ‘3요소’ 뭘까

동시접속자 수에서 트리플 A를 뛰어넘는 기록 달성

방승언(톤톤) 2022-02-11 18:46:34

최대 동시접속자 6만 2,000명, 스팀 평가 3만 6,000개 중 99%가 긍정적…

 

3,300원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 중인 한 인디 게임이 최근 올린 성과다. 탄막 슈팅과 로그라이크를 결합한 픽셀아트 게임 <뱀파이어 서바이버즈>의 인기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엄격히 봤을 때 <뱀파이어 서바이버>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큰 호응을 얻었던 <발헤임>, <루프 히어로>, <언패킹>, <인스크립션> 등 여타 ‘인디 히트작’들과 비교했을 때 비주얼 퀄리티 및 게임 볼륨 측면에서 다소 뒤떨어지는 편이다.

 

그러나 남부럽지 않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 특히 ‘활성 유저 수’라는 단순 지표로만 따지면 수백 억 원 규모의 <배틀필드 2042>등 트리플 A 대작보다도 월등히 뛰어난 기록이다. 이러한 성공은 ▲게임 자체의 매력 ▲자연스러운 마케팅 효과 ▲적절한 가격 전략이라는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한 가지씩 살펴보자.

 

 

제목: <뱀파이어 서바이버즈>

개발: Luca Galante

유통: Luca Galante

장르: 액션, 로그라이크, 캐주얼, RPG

플랫폼: PC (스팀, itch.io)

출시일: 2021년 12월 17일


# 자꾸만 손이 가는 매력

 

<뱀파이어 서바이버즈>를 플레이한 유저 상당수는 ‘시간 삭제’를 경험했다고 이야기한다. 1시간만 가볍게 플레이할 마음으로 게임을 시작했는데 아침 해를 보고 말았다는 증언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끊임없는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영리한 게임 설계를 실제로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진입 장벽이 낮다. 룰을 이해하기도, 실제로 플레이하기도 쉽다. 상하 좌우 방향키(혹은 패드의 아날로그 스틱)로 적을 피하다 보면 ‘자동 발사’ 되는 무기들이 알아서 적을 처치하는 단순한 구조 덕에 조작법 숙달과 시스템 이해에 대한 부담이 매우 적다.

 

덕분에 레벨업 할 때마다 입맛과 상황에 맞는 무기를 선택하는 ‘육성’에 조금 더 치중할 수 있다. 물론 무기 중에는 발사 각도와 타이밍을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유형도 존재한다. 그러나 적 사이를 이리저리 누비기만 하면 되는 기본 조작법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

 

반면 이런 단순함 속에서도 매 스테이지마다 다양한 플레이 경험이 펼쳐지기 때문에 반복 플레이의 거부감이 상당히 경감된다. 이는 서로 다른 성능과 작동 방식을 지닌 여러 무기를 신중히 선택해 ‘나만의 빌드’를 만들어 나가는 재미를 마련해뒀기 때문이다.

 

한정된 시간 안에 자신만의 빌드를 다양하게 시도해볼 수 있는 로그라이크 장르의 매력을 충실하게 구현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여기에 체력, 이동패턴, 외형 등에서 서로 차별화되는 다양한 적 유닛을 다수 배치하면서, 스테이지 공략의 심도를 마련했다는 점 또한 <뱀파이어 서바이버즈>의 ‘리플레이 가치’를 더하는 또 하나의 특성이다.

 


 

# 인방계 ‘핫 아이템’

 

트위치, 유튜브 등 인터넷 방송계에서 <뱀파이어 서바이버즈>는 벌써 몇 주째 핫한 방송 소재다. 이는 앞서 설명한 <뱀파이어 서바이버즈>의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는 게임 디자인에 힘입은 결과로 보인다.

 

<뱀파이어 서바이버즈>의 게임플레이는 배경지식이나 용어, 시스템에 대한 별다른 학습 없이 제3자의 플레이 영상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이다. 즉, 짧고 간략한 비주얼적 맥락만으로 전체 게임성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기 때문에 ‘방송 클립’ 형태로 유행이 번져 나가기에도 적합하다. 최근의 콘텐츠 트렌드 전파 양상에 들어맞는다.

 

더 나아가 이는 모바일 플랫폼에서 성행하는 ‘하이퍼 캐주얼’ 게임 장르의 흥행 원리와도 상통한다. 남녀노소 부담 없이 이해하고 도전할 수 있는 보편성과 캐릭터 성장을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즉각성, 그리고 반복 플레이 속에서도 다양한 재미를 기대할 수 있는 다양성의 조화는 넓은 폭의 게이머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매력이다.

 

다양한 게임플레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 저렴한 가격으로 화룡점정

 

다만 앞서 말한 모든 장점은 ‘3,300원’ 이라는 파격적 가격 설정이 없었다면 빛을 발하지 못했을 요소들이다.

 

서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뱀파이어 서바이버즈>는 여타 인디 대작들과 비교하면 비주얼적 독창성과 퀄리티 측면에서 뒤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악마성 드라큘라> 시리즈의 캐릭터 스프라이트를 그대로 도용했다는 비판은 치명적이다. 잇따른 지적에도 아트를 바꾸지 않는 모습에서 제작자의 아마추어적 태도가 드러나기도 했다.

 

분량 측면에서도 게임은 현재 ‘앞서 해보기’ 단계이기 때문에 뚜렷한 한계를 보인다. 주어진 스테이지는 3개로 한정되어 있으며, 무기 콘텐츠 또한 일부는 ‘각성’ 단계를 마련했지만 다른 무기들에는 각성 단계가 존재하지 않는 등 비 일관적인 개발 현황이 드러나고 있다.

 

이렇듯 두드러지는 완성도 이슈에도 많은 게이머가 단순한 방송 시청을 넘어 실제 게임 구매를 결심했다는 점에서, <뱀파이어 서바이버즈>는 품질 대비 적합한 수준의 가격 설정에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는 <뱀파이어 서바이버즈>가 사실상 무료 게임이나 다름 없다는 점에서 거듭 검증된다. <뱀파이어 서바이버즈>는 인디게임 개발·배포 플랫폼인 itch.io에서 현재 무료 다운로드는 물론 브라우저 상의 게임플레이까지 지원한다. 구매 없이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상황에서 많은 플레이어가 구매를 망설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볼 때, <뱀파이어 서바이버즈>의 가격은 시장의 기대를 넘어서지 않는 수준에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