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게임업체가 자국 법률을 설명하는 컨퍼런스가 ‘국내 최초’로 열렸다. 현장에서는 잘 모르면 손해 보기 쉬운 러시아의 복잡한 법률 체계가 주로 이야기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 측 지원에 대한 요청도 있었다.
러시아 게임 퍼블리셔 ‘이노바’(Innova)는 26일 서울 강남의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러시아 법률 컨퍼런스(Legal Conference)를 개최했다. 이노바는 <아이온>을 비롯해, <리니지2> <RF온라인> <프리스타일> 등을 서비스하고 있는 러시아 최대 퍼블리셔 중 하나다.
컨퍼런스가 시작되기 전 한산한 모습.
이노바의 게보르크 대표(Gevork Sarkisyan)는 “파트너 회사들을 포함해, 그 동안 복잡한 러시아 법률에 대해 10여 군데의 한국 업체들이 직간접적으로 문의해왔다. 이에 따라 법률 컨퍼런스(Legal Conference)를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3시간 남짓 진행된 컨퍼런스에는 이례적으로 이노바의 법률팀이 총출동했다. 알렉산드라 법률 팀장(Aleksandra Alekseeva)과 다리아 법률 부팀장(Daria Philippova Glebova), 이리나 변호사(Irina Zagerbekova)는 국내 온라인 게임 업체가 러시아 진출 시 고려해야 할 법적 문제를 ▲지적재산권 ▲과세 ▲기타 관련 법적 문제로 나눠 소개했다.
이노바의 법률팀 3인방과 통역사(맨 왼쪽).
지적재산권에 관해서는, 2년 전 국제적 기준에 따라 법률이 개정돼 좋아진 점도 있지만, 과거보다 형식적인 절차가 까다로워진 단점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게임 관련 이미지 크기를 변경하는 것조차도 명기되어야 할 정도로, 계약서에 목록화된 세세한 항목을 적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등록 절차가 1년 정도 걸리는 상표 등록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특허청에 상표 등록은 필수이며,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해 조치가 가능하다고 한다.
과세와 관련해서는, 인증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증서가 없는 경우, 소프트웨어의 로열티에 무는 소득세가 0%에서 20%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 등이 예로 적시됐다. 부가가치세의 경우도, 과세대상을 가리지 않고 합산할 경우, 0%로 매겨도 될 세목의 세금이 18%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컨퍼런스는 러시아어로 말하고, 한국어 통역으로 진행됐다.
기타 법적 문제와 관련해서는, 개인정보 제공의 어려움과 불량 유저에 대한 제재가 쉽지 않은 점도 이야기됐다. 특히 후자의 경우, 소비자감독청 등이 소비자의 권리를 주로 대변하고 있어서 명확한 증거의 제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합법적인 유저 제한’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한국 측 파트너의 문서로 된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알렉산드라 법률팀장은 “이런 어려운 법체계를 갖춘 나라와 사업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문서들만 잘 준비하면 모든 게 가능하다. 우리 법률가들조차 러시아 온라인게임 시장이 낙관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또한 “문서를 준비하는 데 한국측 파트너가 긴밀히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잠시 가진 커피 브레이크 타임.
이날 행사에 참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파트너들에게는, 복잡한 러시아 법률에 대한 이해를 넓혀, 업체들의 적극적인 ‘서류작업’ 협력을 요청하는 자리로 여겨졌다. 또한 러시아 진출을 생각하는 업체들에게는, 이노바 같은 좋은 퍼블리셔와 함께 가자고 홍보하는 느낌도 들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국내 업체 및 미디어 등에서 약 40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노바의 사업개발 매니저인 이네사(Inessa Ayzenberg)는 “러시아 성탄절은 1월 7일이기 때문에 1월말까지도 휴가 분위기였다. 이번 행사를 위해서 많은 준비를 했다”고 밝혔다.
이노바의 이네사 사업개발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