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도 PC방 혜택을 받게 해 주는 VPN 서비스에 대한 논쟁이 거세다.
지난 해부터 일부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이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집에서 PC방 혜택을 즐길 수 있는 VPN 서비스를 선보이자,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VPN이란 가상사설망(Virtual private network)의 약자로 인터넷 같은 공공 네트워크를 사설망 방식으로 사용하게 해 주는 시스템이다.
이를 활용하면 접근이 차단된 홈페이지에 IP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접속하거나, 개인 컴퓨터의 IP를 다른 IP인 것처럼 속일 수도 있다. 실제로 A모 회사는 개인 사용자로부터 일정한 비용을 받고 ‘PC방의 남는 IP’를 빌려주는 VPN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VPN 업체와 게임 업체 사이의 갈등
지난 해 12월 <마비노기 영웅전>이 PC방에서만 접속되는 프리미어 오픈을 실시했고, <드래곤볼 온라인> 등 신작 게임들이 잇따라 PC방 혜택을 강화하면서 VPN 서비스는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더욱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가운데 VPN 서비스 제공업체와 게임업체 사이의 법적 논쟁도 불거지고 있다.
게임업체들은 PC방 프로모션을 위해 주어지는 VPN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약관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면서 법적인 대응에 나설 기세다. 반면, VPN 제공업체는 PC방에 여유 있는 가상의 자원을 활용하는 것 자체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 사용자 입장에선 ‘편리’, 게임업체는 ‘골치’
VPN 서비스를 놓고 제공업체와 게임업체가 논쟁을 벌이는 이유는 게임 유저들이 그만큼 VPN 서비스를 많이 찾기 때문이다.
게임 유저들을 유혹하는 것은 바로 ‘PC방 혜택’이다. 경험치 200%나 게임머니 200% 등 PC방에서만 즐길 수 있는 각종 부가 서비스 등의 혜택이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비용도 적게 든다. PC방 요금의 절반 수준인 시간당 500 원만 내면 PC방과 동일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 동안 PC방 혜택이 집에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VPN 서비스는 반갑다. 같은 시간 동안 게임을 즐겨도 PC방 혜택을 받는 유저들에 비하면 보상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려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의견도 있다.
게다가 집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PC방 환경, 그리고 청소년 이용금지 시각인 밤 10시 등의 각종 제약에 간섭을 받지 않고 VPN 서비스를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장점도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번지고 있다.
요금 결제도 쉽다. 홈페이지에서 요금만 결제하면 VPN 서비스를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일부 유저들은 이를 정상적인 서비스로 오해하기도 한다.
반면, 게임업체 입장에서는 VPN 서비스가 인기를 끌수록 난감할 뿐이다. PC방 프로모션을 통해 자신들에게 돌아올 수익과 홍보 효과를 기대하지만, 그 중에서 일부를 고스란히 VPN 서비스 업체가 가져가는 꼴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 게임업체들은 VPN 서비스에 대응할 방법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PC방에서 사용하지 않는 IP를 개인 유저에게 잠시 빌려 주고, 그 수익금을 PC방에게 나눠주는 만큼, ‘정당한 서비스’와 ‘정당한 수익’이라는 게 VPN 제공업체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게임업체들은 VPN 서비스를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PC방 혜택자체가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로 인해 생기는 홍보효과’에 대한 보상인 만큼 집에서 PC방 혜택을 누리는 건 불법이라는 것이다.
이미 일부 게임업체는 VPN 서비스를 제공 중인 PC방이 적발될 경우, IP를 차단하거나 적발된 PC방에 어떤 서비스도 판매하지 않겠다며 강경 대응을 펼치고 있다. 다만, 적발이 쉽지 않은 만큼 VPN 서비스를 사용 중인 유저에 대한 제재 수단을 정한 곳은 아직 없는 상태다.
<드래곤볼 온라인>을 서비스 중인 CJ인터넷의 서승묘 과장은 “PC방 홍보를 위해 저렴하게 제공하는 혜택을 멋대로 이용한 불법행위”라며 VPN 서비스의 사용 자제를 요청했다.
<드래곤볼 온라인>에서 제공되는 PC방 혜택(회복약 계열)의 일부.
■ 강력한 PC방 혜택이 낳은 VPN 서비스, 해결책은?
개발사의 제재 의지에도 불구하고 VPN 서비스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온라인게임의 PC방 혜택이 매우 높고 A 사 이외에도 다양한 업체들이 VPN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VPN 서비스를 사용 중인 유저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이유다.
VPN 서비스를 이용 중인 한 유저는 “집에서 편안하게 게임을 즐기고 싶지만 PC방 혜택은 PC방을 이용하지 않는 유저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수준이다. 단순히 제재만 하기보다 유저들이 편법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게임업체의 관계자는 “VPN 서비스는 홍보를 위한 업체들의 과다한 PC방 마케팅의 틈새를 노린 서비스다. 이를 무작정 막기보다는 가정에서도 PC방 혜택을 받는 정액제를 같이 도입하거나 밸런스를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혜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