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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스퀘어 에닉스 스튜디오와 툼 레이더, ‘너무 싸게’ 팔렸다?

스튜디오 3개와 50여 개 IP가 3,800억 원에 매각됐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2-05-03 17:53:22

“너무 싸게 팔렸다.” vs “적정 가격이다.”

 

스퀘어 에닉스가 스웨덴 엠브레이서 그룹에 50여 개 IP 및 산하 스튜디오를 3억 달러(약 3,800억 원)에 매각했다. 이에 업계인과 게이머들은 해당 거래 규모가 적당한 수준이었는지를 두고 상반된 평가를 하고 있다.

 

‘너무 싸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함께 팔린 <툼 레이더> 등 인기 IP의 가치, 그리고 3개 스튜디오의 잠재력이 저평가됐다고 말한다. 한편 반박하는 쪽은 상대적으로 소수지만, 세 기업의 최근 실적 등을 들어 스퀘어 에닉스의 결정을 납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양측 주장의 근거를 살펴봤다.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

 

 

# “묶음 상품도 아니고…”

 

이번 매각 결정의 직접적 비교군으로 소환된 것은 2019년 엇비슷한 규모로 이뤄졌던 소니의 ‘인섬니악 게임즈’(이하 인섬니악) 인수다. 소니의 인섬니악 인수 계약은 약 2억 2,900만 달러(약 2,711억 원)에 성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소니 입장에서 성공적 거래로 평가받는다. 당시 인섬니악은 <마블 스파이더맨>을 크게 성공시킨 이후였으며, 그전에도 <라쳇 앤 클랭크> 시리즈를 오랜 기간 제작하며 실력과 명망을 쌓아왔다.

 

그뿐만 아니라 해당 시점에 트리플 A 게임 타이틀 한 편의 제작비는 이미 수백억 원을 호가했다. 따라서 인섬니악과 같은 준수한 개발사를 영구히 지붕 아래 두는 비용으로 2,711억 원은 손해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 스퀘어 에닉스는 단일 스튜디오가 아닌 '크리스털 다이나믹스', '에이도스 몬트리올', '스퀘어 에닉스 몬트리올' 등 스튜디오 세 곳을 3,800억 원에 동시 매각했다.

 

<데이어스 엑스: 휴먼 레볼루션>

 

세 기업은 그 인적 규모만 따져도 상당하다. 발표에 따르면 이들 스튜디오의 직원은 모두 합쳐 1,100여 명에 이른다. 또한, 이들이 비록 인섬니악만큼의 ‘스타성’을 지닌 스튜디오는 아닐지언정, 모두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크리스털 다이나믹스는 2013년 <툼 레이더> 리부트를 통해 IP를 성공적으로 부활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에이도스 몬트리올의 <데이어스 엑스: 휴먼 레볼루션>이나 <마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또한 유저 사이에 호평을 받은 타이틀이다. 스퀘어 에닉스 몬트리올이 제작한 모바일 버전 <툼 레이더>, <히트맨>, <데이어스 엑스>도 원작의 매력과 캐주얼함을 잘 조화시켰다는 평가다.

 

이들 스튜디오뿐만 아니라, 50개에 달하는 고유 IP까지 함께 매각됐다는 사실도 고려 대상이다. 그중에는 게임계 밖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툼 레이더> 같은 유명 IP도 포함되어 있다. <데이어스 엑스> 역시 마니아 팬층을 두고 있는 시리즈다. 인수에 나선 엠브레이서 그룹은 직접적으로 이 두 개 IP에서 “투자 기회를 봤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스퀘어 에닉스가 향후 블록체인 사업을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매각 결정에 대해 스퀘어 에닉스는 "블록체인, AI, 클라우드 등 영역에서의 투자를 통해 새로운 사업 전개의 기회를 마련해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히트맨 GO>

 

 

# “빛 좋은 개살구였을지도…”

 

이번 계약이 ‘놀랄 일’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아시아 등지 게임산업 전문가 다니엘 아마드는 구체적 수치를 들어 스퀘어 에닉스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거래였다고 주장한다.

 

그는 먼저 매각된 서양 스튜디오들이 한동안 이렇다할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세 스튜디오가 최근 5년여간 출시한 <섀도우 오브 더 툼 레이더>, <데이어스 엑스: 맨카인드 디바이디드>, <마블 어벤져스> 등 타이틀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거나 시장에서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냈다.

 

이는 기업의 실적 비중에서도 드러나는 사실이다. 아마드는 “크리스털 다이나믹스의 2021년 순이익률은 3.6%, 에이도스 몬트리올은 0.65%에 그친다. 반면 스퀘어 에닉스의 전사적 순이익률은 14.2%에 달한다”고 정리했다.

 

 

스퀘어 에닉스의 이러한 매출을 책임졌던 것은 일본 스튜디오들의 모바일 및 MMO 타이틀이다. 관점에 따라서는 매각된 스튜디오 3곳이 다른 스튜디오의 ‘발목을 잡았다’고 해석할 여지도 없지 않다. 세 스튜디오를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편이 스퀘어 에닉스에게는 더 나은 결정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스퀘어 에닉스가 직접 밝힌 매각 배경과도 일치하는 해석이다. 스퀘어 에닉스는 이번 매각에 대해 “국제적 사업 환경 변화에 맞춰 보다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통해 기업의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분야 핵심 사업 성장을 가속함으로써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이어 “또한, 이번 매각은 도쿄에 위치한 조직의 해외 퍼블리싱 기능에 부합하는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고, 현행 운영 구조와 관련 보고체계를 일신할 것이다. 또한 향후 일본 및 해외 스튜디오 신작 출시를 통한 세계 시장에서의 이윤 극대화라는 목적에 맞춘, 통합적인 조직 관리 역량을 강화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