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취재

소송으로 번진 액티비전과 ‘콜옵’ 개발사의 대립

해고 당한 인피니티 워드 경영진 2명, 액티비전 고소

다크지니 2010-03-05 03:14:20

<콜 오브 듀티>를 둘러싼 액티비전과 인피니티 워드의 대립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게 됐다. 액티비전이 해고한 인피니티 워드의 경영진 두 명이 액티비전을 고소하고 나선 것. 한번 폭발한 갈등은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 액티비전, 인피니티 워드 경영진 2명 해고

 

지난 2일 액티비전이 공개한 2009년 결산보고서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콜 오브 듀티>의 개발사 인피니티 워드의 고위 인력 2명이 ‘계약 위반’과 ‘불복종’으로 조사를 받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해고와 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결산보고서의 내용은 현실로 나타났다. 액티비전은 2일 오전 인피니티 워드의 제이슨 웨스트 회장과 빈스 잠펠라 대표이사를 해고했다. 이어서 액티비전 퍼블리싱에서 CTO를 맡고 있던 스티브 피어스가 인피니티 워드의 새로운 수장으로 임명됐다.

 

액티비전은 빠르게 인피니티 워드를 장악해 나아갔다. 지난 3일 액티비전의 바비 코틱 대표이사는 인피니티 워드에서 개발자 미팅을 주최하고 “여전히 인피니티 워드는 <콜 오브 듀티> 프랜차이즈의 미래에서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액티비전은 지난 2003년 10월 인피티니 워드를 인수했다. 표면적으로는 모회사인 액티비전이 자회사 인피니티 워드의 경영진을 교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이면에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확장에 얽힌 양사의 갈등과 로열티 지급, 브랜드 권리에 대한 첨예한 대립이 자리잡고 있다.

 

인피니티 워드가 만든 <모던 워페어 2>는 역대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웠다.

 

 

■ <콜 오브 듀티>의 대성공, 그 이면의 갈등

 

2003년 탄생한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황금 매출을 낳는’ 최고의 게임 시리즈로 성장했다. 6개의 정규 시리즈가 나오는 동안 판매량 5,500만 장, 누적 매출 30억 달러(약 3조4,400억 원)를 넘어섰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시리즈 6편 <모던 워페어 2>는 2개월 만에 1,500만 장이 넘게 팔리며 10억 달러(약 1조1,230억 원)가 넘는 매출을 액티비전에게 안겨 주었다.

 

나스닥 상장사인 액티비전은 매출 증대를 위해 매년 <콜 오브 듀티> 신작을 내놓겠다고 주주들과 투자자들에게 약속해 왔다. 실제로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2007년 <모던 워페어>, 2008년 <월드 앳 워>, 2009년 <모던 워페어 2>가 출시되면서 막대한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동안 내부에서는 갈등의 불씨가 커지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하나의 개발사에서 매년 <콜 오브 듀티> 신작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액티비전은 다수의 개발 스튜디오를 <콜 오브 듀티>에 투입하는 계획을 짰고, 실행에 옮겼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탄생시켰고, 시리즈 최강의 <모던 워페어> 1편과 2편을 만든 인피니티 워드의 경영진은 액티비전의 ‘매년 신작 출시’ 전략에 불만을 품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마디로 다른 개발사에서 <콜 오브 듀티>를 만드는 것이 싫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1편, 2편, 4편, 6편을 인피니티 워드가 만들었고, 나머지 3편과 5편은 액티비전의 또 다른 자회사 트라이아크에서 개발했다. 갈등을 빚던 액티비전과 인피니티 워드는 “현대전 배경의 <콜 오브 듀티>는 인피니티 워드에서만 만든다”는 내용으로 계약을 재조정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트라이아크에서 개발한 시리즈 5편 <월드 앳 워>.

 

 

■ 원하는 것이 달랐던 액티비전과 인피니티 워드

 

갈등 폭발의 조짐이 보인 것은 지난해 11월 <모던 워페어 2>가 출시되고 난 직후였다. 외신들은 인피니티 워드의 차기작에 관심을 보였고, 인피니티 워드는 “완전히 새로운 IP(지적재산권)에 도전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하지만 이는 액티비전이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정점에 서 있는 인피니티 워드에게 기대하는 대답이 아니었다. 매출의 성장이 절실한 액티비전의 입장에서는 인피니티 워드가 계속해서 <콜 오브 듀티> 신작을 만들어 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시리즈 4편부터는 게임에 쓰인 엔진도 인피니티 워드가 직접 제작했고, 이를 다른 개발 스튜디오가 공유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트라이아크가 만든 5편 <월드 앳 워>에는 4편 <모던 워페어>에 쓰인 엔진의 개량 버전이 사용됐다.

 

세계 정상급 개발력을 갖춘 자회사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자 액티비전은 칼을 빼 들었다. 인피니티 워드를 이끌어 온 제이슨 웨스트와 빈스 잠펠라를 해고했고, <콜 오브 듀티> 시리즈에 세 번째 개발 스튜디오를 투입하면서 “2010년과 2011년에도 신작이 나온다”고 발표했다.

 

 

■ “로열티와 브랜드 권리 되찾겠다” 액티비전 고소

 

지난 2일 액티비전이 해고한 인피니티 워드의 경영진 2명은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산파 역할을 해 온 인물이다. 제이슨 웨스트는 인피니티 워드의 회장 겸 게임 디렉터, CTO이자 공동 CCO를 맡아 왔다. 빈스 잠펠라는 인피니티 워드의 공동 설립자 겸 대표이사였다.

 

두 사람은 5일 액티비전을 향해 반격의 칼을 뽑았다. 자신들의 변호사를 통해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받아야 할 로열티와 (모던워페어의) 브랜드 권리를 되찾겠다”며 액티비전을 고소한 것이다.

 

보도자료에서 두 사람은 액티비전을 향한 분노를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제이슨 웨스트는 “우리는 열정과 혼신의 노력을 회사에 쏟아부었다. 세계적인 개발 스튜디오를 구축했고, 10년 가까이 함께 일해 온, 자부할 만한 개발팀을 꾸렸다”고 말했다.

 

제이슨과 빈스는 액티비전에게 역대 최고로 성공한 엔터테인먼트 상품을 선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액티비전은 변호사를 고용해 자신들의 계약 위반과 불복종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그 결과, 자신들은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대리인을 맡은 변호사는 “<모던 워페어 2>의 계약에 따라 두 사람이 받아야 할 상당한 로열티의 지급을 몇 주 앞두고 액티비전이 두 사람을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액티비전이 두 사람에게 <모던 워페어> 브랜드를 총괄할 수 있도록 해 준 계약상의 권리도 되찾겠다”고 덧붙였다.

 

액티비전을 향해 제기된 이번 소송의 목적은 “로열티 지급”과 “(모던워페어) 권리 회복”의 두 가지로 압축된다. 아직까지 액티비전은 제이슨과 빈스가 제기한 소송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