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의 국내 출시를 기점으로 스마스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앞다퉈 새로운 스마트폰 소식을 전하고 있으며, 굳건하던 통신사의 Wi-fi 폐쇄정책도 무너졌다.
이러한 ‘스마트폰 전쟁’은 게임업계에도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발 빠른 개발사들은 벌써부터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했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아이온>처럼 스마트폰을 위한 어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온라인게임도 생겨났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게이머의 생활에는 어떤 변화가 찾아왔을까? 여기 스마트폰을 사용 중이고, 일하고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게임에 투자하는 ‘실존인물’ A씨가 있다. 스마트폰 덕분에 ‘게이밍 라이프가 변했다’고 말하는 그의 하루를 디스이즈게임에서 추적해봤다. /(현실 속 친구 A씨와 하루를 함께한)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온라인게임 관련 어플리케이션이 아직은 아이폰(앱스토어)에 집중되어 있는 관계로 본 기사는 아이폰 위주로 작성됐습니다. 다른 스마트폰과 모바일 오픈마켓의 분발을 기대해 봅니다.
※ A씨는 실제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마비노기 영웅전> <아이온>을 동시에 플레이 중인 남성입니다. 기사에는 상황을 재현한 설정 사진이 들어가 있습니다.
[출근길] 소외 받는 PMP와 휴대용 게임기
오전 7시: A씨의 스마트폰 게이밍 라이프는 출근길에서 시작된다. 스마트폰의 최대 장점은 휴대성과 범용성. 일상적으로 누구나 소지하고 다니는 휴대폰 하나로 어지간한 것은 모두 즐길 수 있다. 영상 보기와 웹서핑은 물론이고, 간단한 게임도 지원한다.
덕분에 집에 있는 A씨의 휴대용 게임기들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무료로 받을 수 있는 미니 게임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아이폰의 앱스토어만 봐도 공짜로 즐길 수 있는, 괜찮은 게임들이 풍성하다. 물론 하나하나가 일반 휴대용 게임기용 타이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질보다 양을 따진다면 오히려 스마트폰 쪽이 강세다.
영상의 재생 화질도 나쁘지 않다. 심지어 옴니아2 같은 경우에는 AVI 포맷을 그대로 지원해 준다. 화면이 작은 게 흠이지만 그만큼 휴대성은 탁월하다. 휴대용 게임기와 더불어 PMP도 바깥 바람을 쐰 지 오래다.
아쉬운 것은 아직까지 ‘진득하게 즐길 수 있는 검증된 게임’은 많지 않고, 아이폰의 경우 국내시장에 공식적으로 들어오는 게임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손쉽게 해외계정을 만들 수 있고 국내에서도 점점 많은 개발사들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리메이크하면서 콘텐츠 수급 문제도 점차 해결돼 가는 중이다.
Good – 게임부터 영상 재생, 웹서핑까지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이 가능.
Bad – 작은 화면에 나빠지는 시력. 열심히 해도 결국은 거의 다 미니 게임(…).
[회사에서 ①] 이제는 게임도 실시간 중계
오전 9시: A씨의 스마트폰 라이프는 회사에서도 계속된다. 비록 게임을 직접 즐길 수는 없지만 관련 정보를 얻거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사이트를 뒤적거릴 수 있다.
<아이온>에서는 유료 어플리케이션으로 경매장 도우미를 지원한다. 나머지는 <아이온>을 창모드로 띄워둔 후 필요한 타이밍에 맞춰서 거래만 하고 다시 내리면 된다. 기능도 좋아서 웹이나 실제 게임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아이템별 경매 가격의 흐름도 볼 수 있다.
현재 즐기는 게임의 홈페이지나 커뮤니티 게시판을 보거나 사이트 활동을 하는 일은 애교다. 전처럼 알트(alt) + 탭(tab)으로 상사의 눈을 속일 필요도 없다. 대부분의 회사가 내부 무선 인터넷망을 갖고 있다는 것도 원활한 스마트폰 생활을 돕는다.
물론 아직까지 실제 게임과 연동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다. 그나마 자체 브라우저를 통한 웹게임 정도가 가능한 정도. 덕분에 일과 시간에는 쉬는 시간에 주로 게시판 활동을 하며 퇴근 후 게임에서 할 일을 미리 찾아 놓는다.
다만, 도가 지나쳐 나날이 떨어지는 업무실적은… 논외다.
Good – 주변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도 틈틈이 게임 관련 정보 수집 가능.
Bad – 자율적인 통제가 없다면 장담할 수 없는 업무 실적은….
[회사에서 ②] 화장실 체류 시간이 부쩍 늘었다?
오후 2시: 화장실은 휴대폰의 휴대성이 가장 돋보이는 곳이다. 과거 업무 중에도 PSP를 주머니에 구겨 넣고 몰래 과장님 앞을 지나가야 했던 A씨는 스마트폰 구입 이후 화장실 이용시간이 부쩍 늘어났다.
주머니가 불룩하지 않아 들킬 염려도 없고 들키더라도 중요한 메일이나 인터넷으로 확인할 것이 있다고 둘러대면 그만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작이 터치를 사용하기 때문에 버튼을 누르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점.
화장실에 앉아 간단히 게임을 즐기거나, 이메일을 확인하다 보면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요즘 유행하는 트위터를 하다가 관심 있는 주제를 발견해서 파고들다 보면 사무실에선 ‘A씨가 변비에 걸렸나?’라고 소문이 날 정도가 된다.
하지만, 최근 너무 오랜 시간 변기에 앉아있던 A씨는 ‘진짜로 변비에 걸렸지만’ 아무도 이를 믿어주지 않아 화장실 갈 때마다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는 슬픈 전설이 있다.
Good – 언제 어디서나 숨어서 게임이 가능. 이제는 회사에서도 문제 없다!?
Bad – <SYSTEM> 업무실적 이/가 사망하셨습니다. ‘변비’를 획득했습니다.
[퇴근 후] 탁월한 게임 도우미, 원격 낚시질도 가능
오후 9시: 스마트폰은 퇴근 후 집에서도 활용된다. A씨가 집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주로 PC나 주변기기의 부족한 성능을 보충할 때다.
매일매일 의무적으로 레이드에 참가하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다른 유저의 정보를 살펴볼 수 있다.
모니터를 1대만 사용하는 A씨로서는 창을 번갈아 내리지 않아도 두 개의 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셈이다. <아이온> 역시 각종 퀘스트와 게임 DB가 그대로 들어가 있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무료로 제공한다.
오프라인 게임 공략집도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유료 공략집이 부담스럽다면 국내 공략 사이트나 게시판만 띄워 놔도 큰 도움이 된다. 스마트폰을 일종의 듀얼 모니터로 활용하는 경우다.
이 밖에도 시작시간과 종료시간을 입력하면 자신의 ‘시간 대비 골드량’ 등을 점검해 주는 어플리케이션(WoW)이나, 효율적인 사냥터를 추천해 주는 어플리케이션(에버퀘스트 2)도 있다.
A씨가 최근에 빠진 것은 <WoW>의 낚시를 아이폰으로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어플리케이션이다. 장거리에서도 원격으로 PC를 조작하게 해 주는 기능인데, 모니터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손목 스냅만으로 낚시가 가능하다.
단점도 있다. 휴대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꾼 이후에는 다양한 게임들의 휴대폰 서비스를 거의 이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물론 A씨가 즐기는 <WoW>는 아이폰용 OTP를 지원하고 <아이온>의 경우 전화보안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외의 게임의 경우 대부분 프로그램 보안을 이유로 스마트폰용 OTP를 지원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휴대폰 결제를 막아 놓은 곳도 있다.
그래서 A씨는 해킹에 취약한 게임들은 매주 비밀번호를 바꿔 주는 수고를 감수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3월 15일부터 U-OTP가 스마트폰용 OTP를 공급할 계획이라는 사실이다.
Good – 스마트폰과 함께하는 게이밍 라이프, 확실히 쾌적하다!
Bad – 아직은 OTP 지원이 미약. 게다가 무선 인터넷이 아닐 경우 통신료는….
자정: 하루의 모든 게임 일과를 마친 A씨는 잠자리에 들었다. 물론 잠자리에서도 스마트폰은 곁에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그의 마지막 일과는 내일 출근길에 즐길 어플리케이션을 찾아 보는 것이다.
무료 어플리케이션 중 게임과 관련된 콘텐츠만 훑어본 A씨는 마음에 드는 어플리케이션 몇 가지를 다운로드하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Good - 잠들기 전까지 아주 약간 덜 심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