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이즈게임이 창간 5주년을 맞아 준비한 ‘게임 잡(job) 월드’는 게임 업계의 다양한 직업을 알아보는 연재 기획물입니다.
‘시즌 1’ 연재순서
1. 원화가 2. 모델러 3. 애니메이터 4. 이펙터 5, 도터 6. 테크니컬 아티스트 |
게임업계에는 어떠한 직업이 있는지, 그들은 어떠한 일을 하는지, 그리고 “장래에 해당 직업에서 일을 해보고 싶은 지망생들은 어떠한 준비를 하면 좋은지” 궁금한 독자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번 연재물에서는 현업에 종사하는 실무자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게임 직업의 다양한 정보와 이야기를 담아 보겠습니다.
먼저 ‘시즌 1’에서는 게임 개발 중에서도 ‘그래픽 파트’의 직업에 대해 알아 볼 예정입니다. 첫 번째 대상은 “게임의 기초를 그리는 사람들”, 바로 원화가입니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 연재순서는 취재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습니다.
게임의 뼈대를 그리는 직업, 원화가 |
■ 원화가는?
원화가는 게임의 기초 뼈대가 되는 ‘원화’를 그리는 사람들을 말한다. 캐릭터부터 무기와 같은 아이템들, 그리고 배경 및 상자와 같은 세세한 오브젝트에 이르기까지,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은 먼저 원화로 그리게 된다.
원화가는 무엇보다 “게임을 가장 처음으로 이미지로 구현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처음에 어떻게 원화를 그렸는가에 따라 게임 그래픽의 방향이 결정된다고 봐도 될 정도. 신작의 개발 초기에는 모든 개발자들이 원화를 통해 게임에 대한 이미지를 공유한다. 특히 모델러 같은 그래픽 파트의 다른 개발자들은 모두 원화를 기초로 작업에 임한다.
결국 좋은 원화가 나오지 않으면 좋은 그래픽도 나오기 힘들다.
일반적으로 원화가는 하는 작업에 따라서 캐릭터/콘셉/배경 원화가로 구별된다.(물론 회사에 따라서는 한 명이 모든 분야를 다 그린다거나, 배경 원화가가 컨셉에도 참여한다는 식으로 조금씩 다를 수는 있다.)
이런 원화를 기초로 실제 게임의 그래픽이 결정된다. 시리우스 엔터테인먼트가 만들고 있는 MMORPG <라임 오딧세이>의 캐릭터 콘셉 원화.
■ 원화의 작업 과정은?
그렇다면 원화가는 실제로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작업이 이루어질까? 시리우스 엔터테인먼트의 <라임 오딧세이> 배경 원화와 캐릭터 원화를 예로 정리해 봤다.
※ 클릭하면 원본 크기로 볼 수 있습니다.
배경 원화 작업 과정
① 러프 스케치 - 기획팀에서 넘어온 기획 문서를 파악한 다음 시안을 구상한다. 이후 회의를 거쳐서 이미지를 점차 구체화해 나간다.
② 채색 - 다른 개발팀원들과 의견을 계속 나누면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가볍게 채색한다.
③ 완성 - 화면의 조화와 전체적인 조명, 색감, 분위기 등을 염두에 두고 세부적인 디테일을 잡는다. 아울러 생략과 강조 작업도 한다.
④ 실제 적용된 스크린샷 - 원화 완성 이후 모델러 등의 손을 거쳐 최종적으로 게임에 적용된 모습. <라임 오딧세이>의 팜 종족 월드 ‘요정의 숲’이다.
캐릭터 원화 작업 과정
① 기획서를 토대로 아주 러프하게 아이디어 작업한다. 주어진 키워드로 자료 이미지를 검색하고 참고해서 색배열까지 하는 수준으로 간단하게 잡는다.
② 예제는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하게 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의상이나 성별(남·여)에 약간씩 차이를 줘서 깔끔하게 다듬는다. 여기에서는 게임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묘사하며 팀원들과 수시로 의견을 교환해서 작업에 반영한다.
③ 캐릭터의 설계도를 짠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부분을 그려 넣는다. 3D로 구현할 때를 감안해서 보이지 않는 부분도 그려 준다. 완성되면 3D팀에게 전달한다.
④ 최종적으로 캐릭터가 완성되어 게임에 등장한 모습.
현업 개발자에게 듣는 원화가 |
왼쪽부터 시리우스 엔터테인먼트 박준호 배경 원화 파트장, 이동훈 캐릭터 콘셉 파트장.
TIG> 원화가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어떠한 자질을 갖춰야 하나?
원화가는 기본적으로 드로잉이나 컬러링처럼 소위 말하는 ‘그림 실력’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능력과 함께 사물을 표현하는 능력, 그리고 게임에 대한 기본적인 ‘센스’를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그림을 잘 그리더라도 개발사에서 만들고 있는 게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작업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게임 원화는 혼자서 하는 작업이 아니라, 수많은 팀원들이 공동으로 작업하는 ‘공동 작업’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없어야 하고, 열린 사고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TIG> 원화가도 크게 보면 ‘배경 원화가’와 ‘캐릭터·콘셉 원화가’로 구분되는 것 같다.
게임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구분된다. 먼저 배경 원화가는 게임에 등장하는 필드나 필드에 배치되어 있는 오브젝트, 동물, 세계관 등 게임의 분위기를 잡는다.
그리고 캐릭터와 콘셉 원화가는 PC나 NPC, 몬스터 등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무기 및 아이템 등을 그린다.
TIG> 그렇다면 각각의 원화가들에게 요구되는 능력도 조금씩 다를 것 같다.
물론이다. 우선 배경 원화가는 하는 작업이 작업이다 보니 아무래도 색감이나 전체적인 구성을 잡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캐릭터·컨셉 원화가는 최신 유행에 민감해야 하고, 다양한 문화나 양식 등에 있어서 어느 정도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캐릭터의 의상을 디자인한다고 하면 현재 유행하고 있는 패션이나, 게임의 세계관에 맞는 다양한 문화나 양식 등을 알고 있으면 작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TIG> 보통 어떤 사람들이 원화가를 많이 지원하는가?
예전에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그림 실력이 좋은’ 사람들이 많이 지원했다. 전문적인 게임 개발 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그림 실력이 확실하기 때문에 원화가로 많이 채용됐다.
최근에는 게임 교육 전문 기관 등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 역시 많이 지원하고, 채용되는 추세다. 요즘은 게임회사에서 그림 실력보다 게임에 대한 센스가 뛰어나고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 사람들을 많이 선호하는 편이다.
TIG> 원화가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사실 모든 게임 개발자들에게 통용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영화나 연극 같은 다양한 문화공연을 보면서 견문을 넓히고 게임에 대한 센스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원화가는 기본적으로 그림을 잘 그려야 하기 때문에 기초적인 드로잉 실력도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한다.
평소에 게임을 많이 즐기고, 영화를 자주 보고 기억에 남는 요소나 인상 깊었던 것들을 항상 메모하고 그림으로 남기는 습관을 들이면 많은 도움이 된다. 학생이라면 틈틈이 낙서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아직 어릴 때 자신만의 그림 스타일과 개성을 갖춘다면 나중에 정말 큰 도움이 된다.
참고로 드로잉 같은 그림 실력을 키우는 것과 관련해서는 현재 시중에 다양한 서적들이 나와 있으니 이를 참고해서 공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