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가 게임물 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의 권고를 받아들였다. 그것도 모범사례가 될 정도로 화끈하게 받아들였다.
지난 7일 <스타크래프트 2> 베타테스트 버전의 여덟 번째 패치가 적용되자 유저들은 평소 볼 수 없던 장면을 보게 됐다. 초기 화면을 가득 메운, 대문짝만큼 큰 15세 이용가 이용등급 주의사항이었다.
<스타크래프트 2> 베타 버전을 실행하면 초기 화면에 3초 동안 표시된다.
블리자드가 접속 화면에 등급정보를 표시한 이유는 게임위로부터 등급표시 의무사항 위반을 지적 받았기 때문이다. 기존에도 15세 이용가에 대한 설명은 표시돼 있었다. 하지만 크기가 너무 작아서 문제가 됐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등급정보는 초기 화면 전체의 1/4 이상 크기로 표시해야 한다. 게임위는 지난 3월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등급표시 의무사항 위반했다며 온라인 게임 1,000여 개에게 시정권고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실제로 200여 개에 달하는 게임업체들이 해당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에 <스타크래프트 2>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포함되면서 마치 블리자드만 위반한 것처럼 보였다. 게임업계 이슈를 몰고 다니는 게임인 만큼 부각됐던 것이다.
이에 대해 블리자드는 게임위의 권고와 국내법을 확실하게 준수한다는 입장이다. 게임위의 권고 사항은 전체 화면의 1/4 정도 크기지만 <스타크래프트 2>는 화면의 절반 이상을 할애했다. 게임위의 입장에서 본다면 블리자드의 이번 조치는 모범사례로 손꼽힐 만하다.
게임위가 제시한 등급표시 의무사항.
국내 유저들은 대부분 “지적된 부분을 수정하는 것도 블리자드 스케일”이라며 웃어 넘기는 분위기다. 반면, 블리자드가 무언의 항의를 하는 것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게임위는 블리자드의 결정을 ‘모범사례’라며 높이 샀다.
게임위 관계자는 “이번 경우는 오해할 여지보다 모범사례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예전부터 블리자드는 국내법을 잘 지키던 업체다. 블리자드를 포함해 닌텐도, EA와 같은 해외 업체들은 오히려 국내법을 철저히 지키는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관계자는 “해외업체의 경우 서비스 전부터 게임위에 관련 사항을 문의하고 대처한다. 국내에서 영업하기 위해 트러블 발생을 줄이려는 것이다. 반면, 일부 국내업체는 먼저 서비스한 뒤 문제가 생기면 후속조치를 하는 등 오히려 법을 피해가려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