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가 14일 <스타크래프트 2: 자유의 날개> 출시 예정 버전에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을 내렸다. 지난해 8월 스커미쉬 버전에, 이어서 9월 알파 버전에 모두 15세 이용가 판정을 내렸던 것과 비교해 등급이 올라갔다.
블리자드 코리아가 <스타크래프트 2>의 등급분류를 신청한 것은 이번까지 세 차례. 모두 ‘12세 이용가’를 희망했지만,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이번에는 오히려 등급이 상향 조정되면서 역풍을 맞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고, 향후 미칠 파장은 무엇인지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싱글플레이 캠페인이 포함된 출시 예정판
이번에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은 <스타크래프트 2>는 싱글플레이 캠페인이 포함된 출시 예정(Release Candidate) 버전이다. 멀티플레이는 현재 진행 중인 베타테스트 버전과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게임위가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결정하면서 주목한 것은 폭력성과 언어, 범죄와 약물 항목이다. 특히 게임위는 캠페인 미션에서 나오는 <스타크래프트 2>의 과도하고 잔혹한 표현을 문제로 삼았다.
게임위 관계자는 “인트로 영상이나 싱글플레이 미션을 보면 잔혹한 표현이 많다. 묘사도 지나치게 세밀하기 때문에 심의위원 투표 결과, 과반수 이상이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현행 게임위의 등급분류 기준을 보면 ‘폭력을 주제로 하며 선혈, 신체훼손이 사실적인 게임’은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스타크래프트 2>의 폭력성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수위가 높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 게임위의 입장이다.
또한, 이번에 등급분류 대상이 된 <스타크래프트 2>가 ‘출시 예정’ 버전이라는 것도 ‘보다 면밀한 검토를 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번에 심의를 받은 것은 캠페인 미션이 포함된 출시 예정 버전이다.
■ 핫이슈로 떠오른 게임 과몰입의 나비효과
지난 12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는 게임 과몰입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최근 잇따라 게임 관련 사건·사고가 발생하면서 정부는 부쩍 게임 과몰입 대응에 신경 쓰는 모습이다. 국내 선두 게임업체들도 청소년 심야 이용제한과 피로도 확대 등을 적용하겠다고 나서면서 ‘조심하는’ 분위기가 짙다.
게임위도 최근의 분위기가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게임위 관계자는 “문화부에서 게임 과몰입 예방 대책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정서를 반영해 등급 적용이 강화됐다”고 밝혔다.
특히 게임위는 <스타크래프트 2>의 폭력적인 묘사가 청소년에 미칠 영향을 눈여겨보고 있다. 최근 게임위가 청소년 이용불가(성인용) 게임의 폭력적인 묘사는 관대하게 대응해 왔지만, 청소년 이용 등급을 희망하는 게임의 폭력 묘사에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앞으로 등급분류 판정에 ‘찬바람’ 예고
한편, 게임위가 <스타크래프트 2>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에 있어 사회적 정서를 고려했다고 밝히면서 향후 다른 게임의 등급분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게임위 역시 이번 (스타크래프트 2) 등급결정이 앞으로의 등급분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게임위 관계자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고려해 봤을 때 등급분류가 앞으로 더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대답했다. 이번 판정이 핫이슈가 되는 만큼 이후에는 ‘<스타크래프트 2> 이상 잔인하면 청소년 이용불가’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심의위원의 교체도 등급판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게임위는 한 달 전 2명의 심의위원을 교체했다. 게임위 관계자도 “새로 들어온 위원들의 성향을 봤을 때 등급이 상향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스타크래프트 2> 스커미쉬와 알파 버전의 등급심의에 참여하지 않았던 위원들이 이번 심의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차례 15세 이용가를 받다가 18세 이용가로 높아진 <스타크래프트 2>의 등급.
■ 테스트는 계속 15세 이용가, 재분류 심의도 가능
2분기(4월~6월) 말로 예정된 <스타크래프트 2>의 출시까지는 아직 2개월 이상 남아 있다. 그동안 블리자드 코리아는 크게 세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이의신청이다. 등급분류에 이의가 있는 경우 결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구체적인 사유를 명시한 이의신청 사유서를 제출, 재분류를 신청할 수 있다.
이의신청 제도를 이용하면 게임의 내용을 수정하지 않더라도 정당한 사유를 밝히고 이를 인정받으면 보다 낮은 등급을 받을 수도 있다. 과거에도 게임의 내용 수정 없이 재분류 신청으로 등급이 낮아진 사례가 있다.
재분류는 신청 후 15일 이내에 진행되며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이 등급분류에 참여한다. 그 결과를 토대로 다시 한번 심의위원들이 참석하는 전체회의에 들어간다.
게임위는 앞으로 프로게이머 임요환과 e스포츠 해설가 강민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게임위 역시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 2> 재분류 신청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두 번째는 문제가 된 게임의 내용을 수정한 후 다시 심의를 받는 것이다. 이 경우 이전의 심의결과는 사라지고 새로운 등급만 남는다. 원작 <스타크래프트>도 국내에서 등급을 낮추기 위해 피 색깔을 바꾼 틴(TEEN) 버전을 출시한 전례가 있다.
다만, 이럴 경우 출시 전에 게임을 수정할 시간이 있는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북미에서는 이미 TEEN(13세 이용가) 등급을 받았기 때문에 ‘한국만을 위한 수정본’을 만들어야 할 가능성도 높다.
마지막으로 블리자드 코리아가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을 그대로 따르는 경우다. 하지만 세 번이나 12세 이용가로 등급분류를 신청한 블리자드가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청소년 이용불가 버전만 출시하면 마케팅과 판매에서 큰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거점 시장인 PC방에서 청소년이 <스타크래프트 2>를 즐길 수 없게 된다.
블리자드 코리아 관계자는 “예상하지 못 한 결과다. 본사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는 특별한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의신청 여부는 본사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등급분류 결과와 상관 없이 현재 진행 중인 <스타크래프트 2>의 베타테스트는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15세 이용가로 계속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