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브는 종종 상점 기능을 업데이트합니다. 하지만 평소 자세히 살펴보지 않는다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기능까지 속속들이 알기란 어렵습니다. 그래서 ‘뭔가 변한 것 같기는 한데’ 크게 다가오지는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스팀에 눌러앉아 수많은 타이틀을 윈도 쇼핑하는 것이 취미인 몇몇 마니아(?)들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갑자기 단행된 스팀 상점 업데이트가 기자에게 반가웠던 이유입니다. 그럼 이번엔 또 뭐가 달라졌다는 걸까요? 이용자 입장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장점과 활용법을 살펴본 뒤 그 의의도 한 번 생각해봤습니다.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 키워드는 ‘허브’입니다. 특정 장르나 태그를 주제로 형성되는 상점 페이지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공포’ 허브, ‘협동’, 허브, ‘앞서 해보기’ 허브 등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허브’로 진입하는 가장 간편한 방법은 상점 페이지 상단의 ‘카테고리’를 눌러 원하는 허브를 클릭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장르 및 테마(태그)가 인기도를 기준으로 다양하게 표시되어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기존과 크게 다를 것이 없지만 그 안에서 자동으로 ‘하위 분류’가 제시되어 더 빠르게 다양한 갈래의 서브 장르들을 브라우징할 수 있다는 점이 달라졌습니다. 예를 들어 ‘협동’ 허브로 들어가면 그 아래 ‘추천’, ‘액션’, ‘어드벤처’ 등의 장르 구분이 되어 있어 대분류 안에서 세부적으로 원하는 분야로 파고들기 쉬워졌습니다.
‘장르’와 ‘장르’의 조합뿐만 아니라 ‘태그’(테마)와 ‘장르’의 조합도 더 쉽게 브라우징할 수 있다는 사실도 개선된 부분입니다. 예를 들면 ‘컨트롤러 지원’ 허브에 들어간 다음 전략, 협동 등 장르별로 게임들을 브라우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두 가지 태그/장르를 적용하는 것 이상으로 자세하게 원하는 취향의 게임을 핀포인트로 찾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허브에서 화면을 가장 아래로 내리기만 하면, '패싯 검색'이라고 불리는 더 고급 검색 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용 방법도 간단합니다. 왼쪽 위젯에 제시된 태그 중 마음에 드는 것을 클릭하면 해당 태그를 이용해 추가로 검색 결과를 필터링해줍니다.
예를 들어 ‘공포’ 허브에 들어가 ‘추천’ 탭을 누른 뒤 아래로 스크롤해 추가적 하위장르나 기능 등을 기준으로 더 상세하게 게임을 추천받을 수 있습니다. ‘퍼즐’, ‘탐험’, ‘한국어’를 설정하니 최근 BIC에서 루키 아트 부문을 수상한 <비포 더 나이트>가 보입니다.
그런데 이들 기능은 사실 스팀 플랫폼에 존재하던 것들입니다. 태그를 중복으로 적용해 검색 결과 범주를 좁혀 나가는 패싯 검색 UI는 이전에도 유저가 ‘찾아 들어가면’ 사용할 수 있었던 시스템입니다.
‘허브’ 아래 서브장르 탭 UI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지난 5월 있었던 ‘로그 게임’ 세일 이벤트 등 특별 할인 이벤트에서 간혹 볼 수 있었던 기능인데, 이번에 상설화한 것이라고 밸브는 직접 밝혔습니다.
결국 원래 있던 기능을 전면에 내세워 유저들이 더 자주 접할 수 있게 되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근본적으로 밸브에 혜택이 돌아가는 일입니다. 유저들이 더 다양한 기회로 게임을 접하면 그만큼 구매율도 높아질 테니까요. 실제로 각 ‘허브’에 들어가 보면 ‘추천’ 탭 바로 아래 ‘찜 목록에 넣은 게임’이 노출됩니다. ‘찜해놓았으면 좀 사라’는 밸브 팀의 말이 귀에 들리는 듯합니다.
그렇지만 이는 동시에 유저 편의를 다소간 향상해주는 일이며, 더 나아가서는 게임 마케팅에서 어려움을 겪는 영세 개발자들에게 또 하나의 희소식이라는 점에서 ‘윈-윈’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2021년 7월 영국 배급사 네온 독트린 대표 이안 가너를 필두로 PS의 ‘인디 적대적’ 운영 행태 폭로가 이어진 바 있습니다. 당시 인디 개발사들은 공통으로 영세 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금액을 지불하지 않으면 ‘PS 스토어’ 내에서 게임이 노출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비단 PS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뿐, 모든 게임이 유저들에게 노출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스팀 상점 페이지 역시 특정 알고리즘에 의해, 혹은 스팀의 추천에 의해 전면에 노출되는 몇몇 타이틀을 제외하면 ‘발견’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기능 업데이트를 통해 스팀의 수많은 ‘숨은 보석’이 더 수면 위로 드러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자는 취향대로 ‘협동’ 허브에서 ‘액션’을 선택한 뒤 패싯 기능을 통해 ‘슈팅’으로 범위를 좁혀 봤습니다. 그랬더니 가장 상단에 노출된 게임은 <리프트 스위퍼스>입니다. 국내 개발사 ‘조프소프트’가 만드는 협동 슈터로, 기자가 2021년 지스타에서 직접 간이 인터뷰를 진행했던 타이틀입니다. 얼리 액세스가 진행되는 줄 몰랐는데, 한 번 플레이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