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펄어비스는 <검은사막>의 글로벌 서비스를 모두 직접 서비스로 전환했다. 이에 게임온(GameOn)에서 맡았던 일본 서비스 역시 도쿄 니시 신주쿠에 위치한 펄어비스 도쿄 오피스가 맡게 됐다.
<검은사막> 일본 서비스는 2015년에 시작해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와 현지 이용자 소통으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 최대 게임 웹진에서 평점 95점을 받거나, 2019년 PS4 버전이 랭킹 1위에 오른 사례가 있다. <검은사막 모바일> 역시 출시 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인기 게임 1위를 달성한 바 있다.
그렇다면 직접 서비스 전환 이후 펄어비스가 집중해 온 맞춤 전략은 무엇일까? 펄어비스가 생각하는 일본 게이머와 시장의 특성은 무엇일까? 이에 도쿄 니시 신주쿠역 인근에 위치한 펄어비스 도쿄 오피스를 찾았다. 현재 일본 오피스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약 47명이며, 7개의 조직으로 나뉘어 있다.
펄어비스 한승희 일본 법인장.
# 일본 유저가 오프라인을 싫어한다는 생각은 오해
<검은사막> IP의 일본 인지도는 냉정히 말해 한국만큼 높지는 않다. <검은사막>은 게임에서 시작한 오리지널 IP다. 일본 소비자층이 어릴 때부터 쭉 접해오던 유명 IP와는 다르다. 이에 펄어비스는 인지도를 상승시키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보았고, 해외 법인이지만 현지 퍼블리셔의 입장이라 생각하며 주도적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한승희 법인장은 "자체적인 콘텐츠 제작을 통한 유저 놀거리 창출"을 강조했다. 이는 게임온에서 펄어비스로 서비스가 이관되기 전에도 중요하게 다뤄져 온 주제다. 가령 일본에는 '성년의 날'이나 벚꽃이 피는 시기 등 한국에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현지에서는 중요하게 여기는 기념일이 있다. 현지 게이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이런 시기에 맞춰 콘텐츠가 나올 수 있도록 잘 살펴야 한다.
7월 7일 '칠석'에 일본 서버에서 진행된 오리히메(GM)을 찾아라! 이벤트.
또한, 문화적 차이를 조심해야 한다. 한승희 법인장은 오랜 기간 일본에서 퍼블리싱 업무를 맡아 오며 "일본 유저들은 불만을 잘 이야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일본 유저는 언젠가는 개선이 되겠지 하고 불만을 곧잘 표시하지 않기에, 이를 적시에 알지 못한다면 참고 참은 유저 불만이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미리 캐치해 유저의 불만을 사전에 해소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단체 모임을 싫어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시선과는 달리 일본 유저는 '오프라인 행사'를 즐기는 경향이 있다. 한승희 법인장의 표현을 빌리면 "유저에게 판을 깔아 주면, 알아서 즐긴다"이다. 길드 대항전 콘텐츠를 선보이면, 같은 길드의 유저가 서로 모여 오프라인에서 콘텐츠를 즐기고 직접 SNS에 인증을 남기며 친목을 다지는 식이다. 이렇게 유저가 서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마련한다면 충성 유저가 늘어나고, 유저 리텐션이 증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가장 좋은 사례는 '유저 간담회'다. 일본에서는 간담회를 진행하면 유저끼리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친해지는 모습이 흔하다. 이에 행사에 참여하는 유저들의 길드명과 캐릭터명을 활용한 명함을 만들고, 둥근 테이블에서 명함을 서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하자 반응이 좋았다. 2022년 7월 경 진행된 한국의 '<검은사막> VOA 서울'에서도 일본 법인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유저에게 명함을 제작해 주고, 서로 명함을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명함 교환 문화는 한국 <검은사막> 행사에 수입됐다.
향후에는 도쿄 위주로 진행된 오프라인 행사를 일본 전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도쿄가 아닌 지역에서 게임을 즐기는 유저는 소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이라는 방법도 있긴 하나, 채팅이나 텍스트로는 결국 소통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면대 면으로 소통해야 유저와의 스킨십을 강화시킬 수 있고, 종국에는 <검은사막> IP의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펄어비스 도쿄 오피스의 지론이다.
# 트렌드를 따라가는 마케팅이 중요
일본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는 SNS는 트위터다. 펄어비스 도쿄 오피스는 트위터를 통해 화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오고 있다.
최근의 재미있는 사례라면 <검은사막>의 '낚시왕' 사례가 있다. <검은사막>에는 '에픽 퀘스트'라는 특수한 콘텐츠가 있는데, 낚시 콘텐츠 추가 후 1년 반 동안 이를 클리어한 플레이어가 없었다. 이런 와중 한 유저가 꾸준하게 물고기를 낚고, 50레벨부터 허용되는 PvP를 피해 49레벨 캐릭터로만 낚시를 하는 등 개성 넘치는 방법을 통해 에픽 퀘스트를 최초로 클리어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펄어비스 일본 트위터가 이를 알렸고, 향후에는 이 유저를 직접 NPC로 만들어 해안 마을에 추가했다.
(출처 : 트위터)
유저가 단순히 홍보성이라 느끼지 않고, 순수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콘텐츠를 정형화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성우 학원을 다닌 직원이나 고정 멤버를 통해 다양한 유튜브 콘텐츠를 예능 형식으로 풀어내는 식이다.
일본이 콜라보레이션 강국인 만큼, 한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언어유희 콜라보레이션(일본에서는 '다쟈레'라 불린다) 역시 현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가령 <검은사막>의 현지명은 <크로이 '사바'쿠>(黒い砂漠)고, 고등어는 일본어로 '사바'(サバ)라 불린다. 이런 언어유희에 맞춰 고등어 캔을 콜라보레이션 제품으로 내놓자 반응이 좋았다. 현재도 비슷한 콜라보레이션이 준비 중에 있다.
외에는 뮤지션 GLAY나 '눈의 꽃' 원곡을 부른 '나카시마 미카'와의 콜라보레이션이나, '베르세르크', '킹 오브 파이터즈와의 콜라보 사례가 있다.
현지 직원이 꾸준하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여담으로, 성우 학원 출신이라 다양한 목소리를 연기할 수 있는 직원이 있다.
도쿄 오피스의 라이브 스튜디오.
일본에서 출시한 콜라보레이션 고등어 캔.
마케팅을 위해 단순한 콜라보레이션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펄어비스 일본 법인은 새로운 트렌드와 맞닿은 콘텐츠를 준비 중에 있다. 최근 일본에서 '버튜버'(V-Tuber)라는 콘텐츠가 확실한 자리를 잡은 만큼, 흑정령을 버튜버로 데뷔시키고 직원이 목소리를 더빙하는 등의 콘텐츠가 기획 중이다.
물론, 단순히 흑정령이 VR 캐릭터로 등장하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흥미가 솟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검은사막> 게임 내에서는 말을 하지 못하는 흑정령이 유튜브 동영상에서는 진심을 곧잘 말한다던지 하는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있다.
흑정령이 버튜버로 데뷔?
한승희 법인장은 궁극적으로 이러한 활동을 통해 <검은사막> IP의 일본 내 입지를 강화하고, 향후 펄어비스에서 출시할 AAA급 콘솔 게임의 흥행 기반이 될 수 있도록 길을 닦아 나갈 계획이다.
9월 18일 마무리된 TGS 2022(도쿄게임쇼)에서도 출품된 대다수의 작품이 콘솔 게임이었으며, 모바일 스토어에도 이전보다 매출 상위권에 오래 위치해 있는 해외 게임들이 늘어났다. 한승희 법인장은 이에 향후 출시될 펄어비스의 차기 타이틀 역시 길을 잘 닦는다면 일본 시장에서 분명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TGS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