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규제 논란을 빚은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과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의 올해 국회 통과가 어렵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게임 과몰입 대책안과 오픈마켓 자율심의안이 담긴 게임산업진흥법(이하 게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원칙적으로 따지면 게임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 올라가 통과되고, 국회 의결을 거쳐 공포될 예정이다. 하지만 올해 안에 게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상당한 난관을 뚫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게임법vs청보법, 비교 검토는 다음에…
가장 큰 걸림돌은 청소년보호법(이하 청보법) 개정안과의 법안 대결이다.
지난 27일 법사위에 올라온 청보법 개정안은 게임법 개정안과 비슷한 내용이 많아 비교할 필요가 있다며 제2소위원회에 회부됐다. 29일 법사위에 상정된 게임법 개정안도 같은 이유로 제2소위원회에 회부됐다. 앞으로 두 개정안은 제2소위원회의 비교 검토를 거쳐 다시 법사위로 올라갈 예정이다.
문제는 국회 일정이다. 4월 임시국회 회기는 30일로 끝난다. 법사위도 29일로 일정이 마무리되기 때문에 제2소위원회도 열리지 않는다. 이에 따라 청보법과 게임법의 비교 검토는 4월 회기 안에 진행될 수 없게 됐다.
이제 게임법 개정안은 6월 임시국회를 기다려야 할 형편이다.
국회 법사위의 4월 임시국회 일정. 29일로 끝났다.
■ 남은 국회 동안 개정안의 통과 가능성은?
다음 국회가 열리는 시기는 6월 임시국회와 9월 정기국회다. 그런데 5월 상임위원 교체와 6월 지방선거 정국 때문에 상정된 법안이 처리되기 힘들다는 것이 국회 안팎의 중론이다. 게다가 9월은 국정감사 기간과 겹치기 때문에 계류 중인 법안의 통과가 힘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임시국회를 추가로 열 수도 없다. 임시국회는 국회의원 1/4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소집이 가능하다. 하지만 8월은 휴가와 9월 정기국회 준비로 바쁘고, 10월과 12월은 정기국회와 겹치기 때문에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도록 규정되어 있다.
물론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법사위도 게임법 개정안과 청보법 개정안이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어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만큼, 비교 검토 과정에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중복규제 논란이 거센 만큼 소모적인 공방전이 벌어질 것도 예상해야 한다.
게다가 5월에는 법사위를 포함한 18대 국회 상임위의 2년 임기가 끝나고 새로 구성된다. 상임위원들이 교체되면 계류 중인 법안의 논의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업무 파악에도 시간이 필요해 물리적인 시간은 더욱 부족해진다.
결국 게임법과 청보법 개정안 모두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올해 국회 통과가 힘들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0년 국회 일정. 6월 임시국회 이후엔 정기국회로 넘어간다.
■ 결과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게임업계
만일 게임법 개정안의 통과가 늦어질 경우, 개정안에 담긴 오픈마켓 자율심의 제도가 올해 안에 적용될 지도 불투명해진다. 또, 게임법 개정안에 포함된 오토(자동사냥) 금지조항의 적용 시기도 늦어지게 된다.
지난해부터 게임업계는 오토 근절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를 위해 개정된 게임법에는 게임물 관련 사업자가 승인하지 않은 프로그램, 또는 장치를 배포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제작한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게임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공포, 발효되면 오토 마우스(하드웨어)와 오토 프로그램 모두 법적인 조치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근절에 탄력이 붙는다. 하지만 이 역시 게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미뤄지면서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은 “여성가족부가 청보법 개정안을 준비할 때 문화부와 논의했다면 통합 법안을 나왔을 것이다. (게임법 개정안에는) 오픈마켓 게임물 자율 등급심의 법안이 포함돼 있는데 시급한 법안이다. 가능한 빠른 심사를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게임법 개정안에는 과몰입 대책안과 더불어 오토 근절 조항 및 오픈마켓 자율심의 등 현재 게임시장에 필요한 법안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청소년 보호법과의 마찰 및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지면서 그만큼 부담이 커지게 됐다. 그나마 청보법에 의한 중복규제가 일단 유보된 것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