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초 등장한 아이패드는 태블릿, e북 등 여러 분야를 위협할 모바일 기기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빠른 실행속도와 높은 해상도, 직관적인 터치 조작은 아이패드를 탁월한 휴대용 게임기로 만들어 주었다.
아이패드가 등장한 가운데 휴대용 게임기의 터줏대감 닌텐도 DS와 PSP도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닌텐도는 신형 3DS를 발표하면서 3D 입체 게이밍으로 눈길을 돌렸고, PSP도 차기 제품에 터치 스크린을 도입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기존의 모바일 게임회사들이 속속 아이패드로 진출하면서 휴대용 게임 시장에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 휴대용 게임 시장에 진입한 아이폰
휴대용 게임 시장은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에게 조금씩 잠식 당하고 있다. 미국의 한 리서치 결과에 따르면 아이폰용 게임은 2009년 휴대용 게임 시장의 19%를 차지, 2008년의 점유율 5%에 비해 4배 가까이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NDS의 닌텐도나 PSP의 소니는 아이팟터치와 아이폰 게임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게임의 퀄리티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휴대용 게임기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닌텐도의 한 관계자는 해외 웹진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은 닌텐도에겐 영향을 못준다. 아이폰은 많은 게임들이 공짜라 돈을 벌 수 있는 플랫폼이 못된다. 닌텐도 게임들이 스낵에서 풀코스 요리까지라면, 아이폰 게임들 한 입 거리도 안 된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무섭게 성장하는 아이폰용 게임. 아이패드에서는 이런 식으로 호환·실행된다.
하지만 결과는 그들의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아이폰 게임의 급성장으로 미국 휴대용 게임 시장에서 닌텐도 DS는 2008년 75%에서 2009년 70%로, PSP는 2008년 20%에서 2009년 11%로 점유율이 떨어진 것이다.
여기에 아이패드가 출시되면서 분위기가 더욱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 아이패드는 아이폰에 비해 월등한 성능을 자랑하기 때문에 게임 개발자들의 관심이 더욱 높다. 실제로 아이패드 발매 전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테스트 중인 아이패드용 어플리케이션 중에 게임이 4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이패드용 게임의 판매 순위. 아직은 3D와 보드 게임이 대부분이다.
■ 아이패드 게임, 무엇이 경쟁력인가?
아이패드의 장점은 고해상도 액정 화면과 하드웨어에 있다. 아이패드는 1GHz 애플 A4 CPU, 9.7인치 터치스크린 LCD(1024X768), 802.11n 무선랜, 블루투스, 가속도계 및 전자 나침반으로 구성돼 있다. 두께 1.7cm에, 무게는 680g으로 휴대성도 괜찮다. 실제로 들어 봤을 때 무겁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은 정도의 적절한 무게다.
아이폰을 쓰다가 이 넓은 화면을 보면 자연스럽게 탐나기 마련.
현재 아이패드용 게임으로 주류를 이루는 것은 3D 게임과 보드 게임이다. 이것이 바로 휴대용 게임기로서 아이패드의 경쟁력을 의미한다. 화면과 해상도가 커지면서 아이팟터치와 아이폰에서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던 성능과 아이디어가 아이패드로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패드용 3D 게임의 퀄리티는 기존 휴대용 게임기의 성능을 뛰어넘는다. 높은 해상도와 빠른 CPU로 구동되는 그래픽에 직관적인 터치 조작이 더해진 덕분에 RTS, FPS, 레이싱 등의 장르에서의 몰입감은 더욱 커진다.
유명 게임들의 등장도 이어지고 있다. <커맨드앤컨커: 레드얼럿> <니드포스피드: 시프트> <듀크뉴켐 3D> <메탈기어 솔리드> <미러스 엣지> <바이오 하자드 4> 등을 아이패드로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에픽게임스가 아이폰용 언리얼 엔진 3를 준비하고 있어, 앞으로 혁신적인 비주얼의 게임이 등장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아이폰용에서 아이패드로 이식되어 나온 <리얼 레이싱 HD>.
그래픽 퀄리티가 상당하면서도 30 프레임 이상으로 표현된다.
아이패드는 넓어진 화면에서 멀티 터치로 조작하기 때문에 넉넉하고 편안한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 하나의 아이패드에서 두 명 이상이 협동하거나 경쟁하는 게임도 즐길 수 있다.
실제로 아이패드 앱스토어의 게임 순위 중 상위권에는 가로세로 낱말풀이, 스도쿠, 사천성 마작 등 보드 게임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Wi-Fi로 다수의 아이패드를 연결하는 기능이 지원될 경우 더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애플의 OS 4.0에 도입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게임센터’는 아이패드의 경쟁력을 더욱 높여 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게임마다 따로 제공되던 리더보드, 업적달성 등의 소셜 기능이 ‘게임센터’라는 하나의 서비스로 묶이는 개념이다. 여기에 친구초대와 매치메이킹도 가능해진다.
Xbox360의 LIVE 서비스나 PS3의 PSN 서비스에서 볼 수 있었던 기능들이 아이패드에 더해질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오프라인 보드 게임으로 느끼는 재미가 아이패드에서도 가능해진다.
대신 <할리갈리> 같은 게임은 절대 출시해서는 안 될듯….
■ 아이패드 시장에 뛰어드는 게임회사들
아이패드 게임 시장을 향한 러시는 이미 시작됐다. EA, 팝캡, ngmoco, 게임로프트 등 다수의 게임회사들이 <플랜트 대 좀비 HD> <플라이트 컨트롤 HD> <위룰 HD> 등 기존의 아이폰 게임을 보강한 제품을 아이패드의 출시에 맞춰 내놓았다. 단, 높아진 해상도와 보강된 콘텐츠 만큼 게임 가격도 높아졌다.
부분유료화 게임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위 룰(We Rule)>의 아이패드 버전 화면.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컴투스가 아이패드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컴투스는 아이패드가 발표되고 나서 기존의 아이폰 게임 <홈런배틀 3D>와 <헤비거너 3D>를 아이패드용으로 만들어 출시했다. 아울러 아이패드용 오리지널 어플리케이션 <오션블루>도 선보였다.
<오션블루>는 일종의 수족관 콘텐츠로, 바다에서 다양한 물고기를 원하는 구도로 볼 수 있고, 사진을 찍어 상세 정보를 살펴볼 수도 있다. 아이패드 2대를 블루투스로 연결하는 것도 가능해서 물고기를 자랑하고 교환할 수도 있다. 공부와 소셜의 개념이 동시에 들어간 콘텐츠다.
컴투스의 해양생물 탐구 어플리케이션 <오션블루>.
컴투스 관계자는 “<홈런배틀 3D>와 <헤비거너 3D>는 아이패드 발매 즉시 출시했고 <오션블루>는 당초 기획에서는 아이패드용이 아니었지만 아이패드가 출시되면서 가능성을 보고 아이패드로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이폰 콘텐츠에서 아이패드 콘텐츠로 빠른 전환이 가능했을까. 그 답은 3D에 있다. 기존의 아이폰 앱이 2D일 경우 사실상 다시 만들어야 하지만 3D의 경우 늘어난 해상도만큼 좌표만 늘리고 인터페이스의 위치와 크기, 텍스처 부분만 수정하면 되기 때문에 작업량이 많지 않다. 이는 아이패드로 빠르게 출시된 해외 3D 게임도 마찬가지다.
컴투스 관계자는 “컴투스는 올해 아이폰용 게임을 15개 출시할 예정이다. 아이패드용으로도 출시할 게임은 당장 몇 가지라고 밝힐 순 없지만, 아이패드의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해외 시장의 반응에 따라 더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컴투스의 아이폰용 게임 <홈런배틀 3D>의 아이패드 버전도 아이패드 발매 전에 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