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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결별과 폭로’ 블리자드와 KeSPA의 불협화음

블리자드의 협상 중단에 e스포츠협회 협상 내용 폭로

이재진(다크지니) 2010-05-04 15:55:44

블리자드와 한국e스포츠협회(이하 협회)의 관계가 미궁 속에 빠졌다. 한쪽은 결별을 선언했고, 이에 다른 한쪽은 협상 내용을 폭로하고 나섰다.

 

블리자드가 협회와 진행하던 <스타크래프트 2> 지적재산권 협상의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지난 3일 협회가 블리자드와 진행하던 협상의 내용을 조목조목 공개했다. 이 내용들은 기밀유지협약(NDA)에 의해 공개되지 않았던 것들이다.

 

 

■ 협회, “블리자드 요구가 너무해” 폭로

 

3일 오후 배포된 발표문에서 협회는 원저작자로서의 블리자드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권리를 존중하고자 협회에 소속된 모든 프로게임단 및 선수, 방송 등 자원의 활용과 스폰서십 유치 등 지속적인 투자로 블리자드 제품군에 대해 최대한의 마케팅 및 프로모션 지원을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합리적인 수준의 게임 사용료를 지불할 의사가 있음을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블리자드가 무리한 요구를 해 왔다고 주장했는데, 다음의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① e스포츠의 안정적인 리그 운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게임 사용기간을 1년으로 제한

 

② 스폰서 유치 및 마케팅, 방송 계획 등 리그 관련 모든 운영 활동에 대한 블리자드의 사전 승인

 

③ 스폰서십, 중계권 등 모든 수입에 대해 게임 사용료 이상의 로열티 및 서브 라이선스 비용 지불

 

④ 구단, 선수들의 실연과 방송, 중계기술 등 고유자산의 결합으로 생산되는 2차 저작물인 경기 콘텐츠에 대한 소유권

 

⑤ 한국e스포츠협회에 대한 회계 감사 권한

 

이에 대해 협회는 원저작자로서의 권리를 넘어선 무리한 요구”라며 비난했다. 이와 함께 블리자드에서는 협회 측에서 요구사항을 수용할 때까지 협상을 재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또한, 자사의 무리한 요구조건에 대해서는 일절 발설하지 않고, 협회가 지적재산권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말로 협상결렬에 대한 진실을 왜곡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 깨어진 기밀유지, 협회는 “재협상 요청”

 

협회의 이번 발표는 블리자드의 요구 사항을 폭로하는 수준에 가깝다.

 

협회는 기밀유지협약(NDA)의 내용을 공개하면서 블리자드의 NDA 요청에 따라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입장 표명을 미뤄 왔으나, 블리자드가 일방적으로 협상을 종료하겠다고 밝힌데다 이유도 상당 부분 진실이 왜곡됐기 때문에 바로잡겠다는 이유를 들었다.

 

현재로서는 양측이 NDA 아래 논의했던 내용들이 무엇이었는 지, 협회의 발표와 주장만 공개된 상황이다. 블리자드는 “우리가 원하는 만큼 <스타크래프트 2>의 지적재산권을 존중 받지 못 했다고 판단해 협상을 종료한다고만 밝혔을 뿐, 자세한 협상 내용은 일절 밝히지 않았다.

 

결국 협회는 블리자드 마이크 모하임 사장의 발언과 일방적인 협상 중단 선언에 발끈해 협상 테이블의 내용을 낱낱이 공개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협회는 “e스포츠 팬들의 볼 권리와 대승적인 차원의 e스포츠 시장 발전을 위해 언제라도 재협상에 응할 의향이 있고, 이를 위해 블리자드 마이크 모하임 대표에 협상 재개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MBC게임과 온게임넷을 포함해 12개 프로게임단은 협회와 같은 배를 탔다.

 

 

■ 한 배를 탄 협회와 방송국, 문 닫은 블리자드

 

협회는 발표문에서 블리자드의 요구 사항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자신들은 최선의 노력을 해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협회의 대응은 합리성약속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해외 게임사들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블리자드가 아닌, 다른 한 해외 게임사의 한국법인 관계자는 왜곡된 상황을 바로잡겠다는 것이 이유라고 해도 NDA를 맺고 논의하던 내용을 낱낱이 공개하는 것은 지나친 대응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한 번 NDA의 내용을 공개한 파트너와 다시 협상에 나설 해외 게임사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래 놓고 다시 협상하자는 말은 앞뒤가 맞질 않는다라고 말했다.

 

블리자드는 협회의 발표문에 대해 대응하지 않고 있다. “NDA를 맺고 논의한 내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고, 공식적인 입장도 나온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블리자드 본사 사장이 직접 협상 중단이라고 밝힐 정도면 이미 내부적으로 입장을 정리한 상황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e스포츠와 관련해 새로운 파트너를 찾겠다는 블리자드의 입장을 단순한 언론플레이로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프로게임단을 보유한 MBC게임과 온게임넷을 포함해 협회의 전 이사사는 블리자드와의 지적재산권 협상에서 협회를 단일창구로 하는 데 합의했다. ‘한 배를 탄 셈이다.

 

블리자드는 협회로 열린 협상의 문을 닫았다. NDA를 무시한 협회의 폭로성 대응에 블리자드가 다시 협상에 나설 지도 미지수다. 일부 e스포츠 관계자들까지 “사실상 협상은 끝났다고 말하는 가운데 협회와 블리자드가 각각 어떤 선택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