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쟁시장청(CMA)의 MS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기각의 내막을 설명한 보고서가 공개됐다.
MS는 약 30여 개 국가의 독점 규제 당국으로부터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의 승인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CMA의 경우 지난 9월 인수를 일차적으로 기각하면서 “영국 내 특정 시장, 혹은 복수의 시장에서 중대한 경쟁 감소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후 CMA는 추가 조사와 함께 2차 심사에 들어선 상태다.
영국 CMA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그리고 EU 집행위와 함께 현재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규제기관으로 꼽힌다. 승인을 전적으로 기각하거나 조건부로 승인할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의 결정은 국제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FTC는 현재 검토를 진행 중이며, EU 집행위의 경우 11월 8일 승인 여부 발표를 예정하고 있다. CMA는 2차 조사에서 알아낸 내용을 2023년 1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최종 보고서는 3월 1일 공개된다.
이번에 공개된 보고서에는 CMA가 당초 인수를 승인하지 않은 배경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CMA의 기본 견해는 인수 승인 시 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콘텐츠를 독점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콘솔 시장, 게임 구독 서비스 시장,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모두에 경쟁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다양한 기술적 기반을 갖춘 MS가 그 역량을 총동원할 경우, 기존·신규 경쟁 게임사들의 경쟁 가능성을 일소할 우려가 더욱더 커진다고 짚었다.
CMA는 “MS는 이미 게임콘솔, 운영체제, 클라우드 인프라 등 분야에서 강세를 보인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강력한 상품들까지 온전히 손에 쥘 경우, 소니 등 기존 기업 및 신규 기업이 혁신적 게임 구독 및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개발해 경쟁할 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해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게임 구독 서비스 시장 경쟁에 있어서는 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 게임의 ‘당일 출시’를 무기로 삼을 수 있다고 CMA는 관측했다.
이들은 “현재 액티비전 블리자드 게임들은 어떤 구독 서비스에도 출시 당일 입점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 시장이 커지면 이런 상황은 얼마든 변할 수 있다. 인수가 완료되면 MS는 이 중요한 가능성을 손에 쥐게 되며, 이를 타 기업 경쟁력 저하에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에 관해서는 이미 탄탄한 기초를 다져놓은 MS가 킬러 콘텐츠까지 보유하게 되는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CMA에 따르면 애저(Azure)와 윈도우 운영체제를 보유한 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 IP까지 가질 경우 다른 클라우드 게이밍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맞설 수 없는 우위”(unparalleled advantage)를 점하게 되기 때문이다.
MS는 외신들을 통해 CMA의 우려에 대한 반박 입장을 공개했다. 우선 MS의 인수가 소니를 위협할 가능성에 관해서는 “시장을 장기적으로 선도하고 있는 기업이 단일 타이틀을 잃는다고 해서 시장 3위 기업(Xbox)에 밀려난다는 것은 신빙성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콜 오브 듀티>를 Xbox 독점 타이틀로 만들 의사가 없음을 재차 밝혔다. 이들은 “<콜 오브 듀티>를 독점할 경우 (PS) 팬베이스를 소외시키는 일이 되며, <콜 오브 듀티>와 Xbox의 브랜드 가치를 동시에 퇴색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콜 오브 듀티>의 게임패스 입점은 유저의 게임패스 가입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며, 게임이용 방식을 하나 추가하는 일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콜 오브 듀티> 팬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게임패스 구독과 <콜 오브 듀티> 구매 중 한 가지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게임패스는 여전히 소니 등과 ‘경쟁’해야 한다는 논리다.
한편 MS가 애저와 윈도우를 통해 게임 스트리밍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는 CMA의 우려는 기본 전제가 잘못되었다는 입장이다. 현재 게임패스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에 애저를 사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MS는 “오히려 우리는 다른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의 인프라와 비교했을 때 엑스클라우드가 열세에 있다고 여긴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 전반의 상황을 봤을 때, 타 기업을 몰아내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해가 된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의 상용화를 늦추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MS는 “경쟁 서비스를 해치거나 방해할 경우 클라우드 게이밍 기술의 상용화가 늦춰질 뿐이다. Xbox 플랫폼은 콘솔 게임에서 2등, PC 게임에서 7등이고 모바일은 아예 진입조차 못 했다. 클라우드 게이밍의 확산과 성공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얻는 이익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