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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온라인게임도 사전제작을 길~게 잡자”

NDC 2010 셋째 날 엔트리브 서관희 이사 기조강연

깨쓰통 2010-05-26 16:44:34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처음부터 훌륭한 결과물을 내는 것은 아니다. 뼈를 깎는 노력과 함께 경험이 뒷받침돼야 보다 훌륭한 결과물을 낼 수 있다. 그리고 이건 온라인 게임 개발 역시 마찬가지다.

 

엔트리브소프트에서 <말과 나의 이야기: 앨리샤>의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서관희 이사(오른쪽 사진) 26일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10 기조강연에서 대한민국 게임 개발자들은 올바른 경험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 이사가 말한 게임 개발자들의 올바른 경험이란 바로 하나의 게임을 만들어서 클로즈 베타테스트(CBT)부터 오픈 베타테스트(OBT), 그리고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서비스 과정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다.

 

그리고 완성된 게임이 ‘어떻게 돈을 벌고, 유저들이 그 게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를 직접 확인하고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서 이사는 성공한 게임을 만들었다는 것이 꼭 올바른 경험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설사 실패하더라도 게임이 왜 실패했는지, 유저들이 왜 받아들이지 않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면 이는 충분히 올바른 경험’이라고 본다. 그 경험은 개발자들에게 있어 정말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최신 트렌드를 외면하지 말아라

 

서관희 이사는 온라인 게임 열풍이 일어나기 한참 전인 1990년대 초반부터 손노리에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포가튼 사가> 등을 만들었던 국내 게임 개발 1세대다. 개발 경험은 90년대 초반부터 인정을 받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실 마음만 먹었다면, 그는 온라인 게임 개발 역시 누구보다도 빠르게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온라인 게임 개발에 뛰어든 것은 2000년대 중반이었다. 이에 대해 서 이사는 당시 최신 트렌드였던 온라인 게임을 무시했기 때문이었다”라며 아쉬워했다.

 

서 이사는 실제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만든 직후, 그리고 2000 <악튜러스>를 만든 직후 등 온라인 게임에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우리가 PC 패키지 게임 개발 1세대라는 자부심이 강했고, 무엇보다 온라인 게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만약 최신 트랜드라는 온라인 게임에 보다 빠르게 대응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큰 성공을 거두었을지도 모르는데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게임 개발자라면 무엇보다 최신 트렌드에 민감해야 한다. 그리고 단순하게 , 그런 게 있어?에 그치지 말고 실제로 직접 경험하고 판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2004년 오픈 베타테스트(OBT)를 시작한 <팡야>(당시 스크린샷).

 

 

사전 준비 작업을 길게 가져가자

 

현재 우리나라에는 수없이 많은 온라인 게임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OBT와 상용화까지 이루어지는 게임은 그렇게 많지 않다. 따라서 게임 개발자들 역시 많은 사람들이 상용화까지의 완벽한 경험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서관희 이사는 이러한 현실을 많이 아쉬워했다. 특히 자신의 게임이 베타테스트조차 하지 못하고 중단된다면 소비자의 피드백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개발이 중단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 이사는 본격적인 개발에 앞선 사전제작 기간. 프리 프로덕션 단계를 길게 가져갈 것을 제안했다.

 

영화를 예로 들면, 현재 대부분의 국산 영화는 촬영 기간의 2배가 넘는 긴 시간을 사전제작 기간으로 잡는다. 그동안 세부 내용을 철저하게 기획하고, 성공 가능성을 판단한다. 이렇게 하면 영화 제작의 위험도를 크게 낮출 수 있고, 중단된다고 해도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런데 온라인 게임은 장르를 결정하면 제대로 된 세부기획 없이 일단 게임의 코드부터 짜고 시작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일단 캐릭터부터 만들고, 전투 시스템부터 만들고 시작한다. 이러다 보니 많은 온라인 게임들이 이미 한참 개발이 된 중간에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돼 중단되는 경우가 많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회사와 개발자가 떠안게 된다.

 

서관희 이사는 물론 사전 제작기간을 길게 가져가면 소위 성공 가능성이 높은 안전한 요소들만 모은 양산형 게임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기는 한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들은 사전제작 기간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양쪽을 절충하면서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게임 개발자로서 자긍심을 갖자

 

현재 우리나라는 과물입 및 사행성, 중독성 등의 문제로 인해 온라인 게임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안 좋다. 그렇다고 업계인, 특히 개발자까지 온라인 게임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서관희 이사는 말했다.

 

그는 실제로 게임과 관련된 기사를 검색해 보니 부정적인 기사보다 긍정적인 기사가 많다. 그리고 내 주변을 살펴보면 내가 만든 게임을 정말 즐겁게 즐기는 사람, 그리고 내가 만든 게임을 통해 게임 개발자의 꿈을 키운 사람이 정말 많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책임감과 함께 뿌듯함도 동시에 느끼며, 또한 게임 개발자로서 자긍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개발자들은 자기가 만든 게임이 미래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고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보다 좋은 개발자. 그리고 좋은 게임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