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야구 게임 <슬러거>를 서비스하는 네오위즈게임즈는 26일 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와 현역 프로야구 선수들의 초상권, 성명권을 포함한 ‘퍼블리시티권’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네오위즈게임즈는 이번 계약을 통해 앞으로 <슬러거>에서 현역 선수들의 정보를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계약은 아직 법적으로 선수들의 퍼블리시티권이 한국프로야구위원회(KBO)에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는 데서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특히 네오위즈게임즈가 KBO를 완전히 배제하고 선수협과 계약을 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KBO와 네오위즈게임즈의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KBO를 배제한 계약, 후폭풍은 없을까?
<마구마구>를 서비스하는 CJ인터넷과 KBO 사이의 ‘프로야구 라이선스 독점계약’으로 불거진 이번 분쟁은 결국 CJ인터넷과 KBO, 그리고 네오위즈게임즈와 선수협이 대결하는 형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현재 KBO와 선수협은 서로 자신들에게 현역 선수들의 초상권을 포함한 퍼블리시티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단 현재 법적으로는 KBO가 선수들의 퍼블리시티권을 갖고 있다. KBO의 마케팅 자회사 KBOP는 지난 2006년 선수협과 2010년까지 선수들의 퍼블리시티권을 위임 받는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선수협은 ‘KBO가 중대사안을 위반했다’는 이유를 들어 위임 계약이 자동으로 해지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수협은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묻는 ‘CJ인터넷-KBO의 독점 라이선스 계약 무효’ 및 ‘위임계약 무효’ 가처분을 신청해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네오위즈게임즈와 선수협의 이번 퍼블리시티권 계약은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이루어졌다. 만약 법원이 KBO 및 CJ인터넷의 손을 들어 줄 경우 네오위즈게임즈와 선수협의 계약은 법적인 효력을 갖기 힘들어진다.
게다가 KBO를 협상주체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KBO와 네오위즈게임즈의 관계는 사실상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KBO는 현역 프로야구 선수의 퍼블리시티권과 별개로 한국 프로야구단의 명칭과 로고, 구장정보 등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다.
■ ‘중대 전환점 임박’ 가처분 결과 곧 나온다
결국 이번 갈등의 열쇠는 선수협이 KBO를 상대로 낸 ‘CJ인터넷-KBO의 독점 라이선스 계약 무효’ 및 ‘초상권 위임계약 무효’ 가처분의 결과에 달려 있다. 현재 게임업계에서는 법원의 판단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늦어도 6월 중순에는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을 기각해 KBO 및 CJ인터넷의 손을 들어 주면 <슬러거>는 선수 얼굴과 실명을 사용할 근거를 잃게 된다. 반대로 법원이 선수협 및 네오위즈게임즈의 손을 들어 준다면 이번에는 반대로 <마구마구> 쪽이 실명을 사용할 근거가 사라진다.
결국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CJ인터넷과 네오위즈게임즈 중에 어느 한쪽은 야구 게임 서비스에 부담을 안게 된다. CJ인터넷과 선수협, KBO와 네오위즈게임즈는 이번 사태를 두고 서로를 공개적으로 비난할 정도로 사이가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과연 법원의 결정이 어떻게 나올지, 또한 그 후 이번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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